내 고객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합니다.
매체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탄생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업도 모입니다. 그들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기 위해서요. 사람이 몰리는 번화가 거리에는 전단지와 옥외 광고라는 매체가 생겼습니다. 온 가족이 집 거실에 모여 TV만 보던 시절에 TV 광고라는 매체가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페이스북에 사람이 몰리니 페이스북이 중요한 매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을 골고루 사용합니다. 잠재 고객을 만날 기회가 늘어났지만 그만큼 소통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일도 복잡해졌죠.
매체를 선정할 땐 매체 그 자체보다 그 매체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전단지는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 쓰는 수단입니다. TV 앞에 모이던 시간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TV는 대세감을 심어주기 위한 상징적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매체에는 대부분의 소비 인구들이 몰려있어 사람들의 특징을 함부로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각각의 매체가 제공하는 성별, 연령, 관심사 등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지하는 한편, 고객이 어떤 순간에 각 매체를 이용하는지 파악해 매체 운영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의 예산은 한정적입니다. 어떤 매체를 운영하는 이유가 '다른 기업들도 하니까'가 되면 안 됩니다. 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매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운영해야 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쫓겨 이 매체 저 매체를 떠돌면 결국 소중한 예산만 잃게 됩니다. 우리의 타깃 고객을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체에 시간과 비용을 집중해야 합니다. 매체 운영의 목적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가 이후 어떤 매체로 옮겨가도 우리를 직접 찾아와 돈을 쓸 만큼 '타깃 고객과 친해지는 것'이죠.
내 타깃 고객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가
결국 운영할 매체를 정할 때도 타깃 고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업과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모든 의사결정 역시 고객을 기준으로 합니다. 처음에 다룬 타깃 고객 구체화만 잘해놔도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쉽고 단순해집니다.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 번 더 정리해 봅니다.
그 사람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어떤 온라인 or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까?
그 사람은 어떤 콘텐츠를 구독할까?
그 사람은 어디에서 주로 쇼핑을 할까?
그 사람이 정보를 얻는 채널은 어디일까?
그 사람이 하루동안 가는 모든 온/오프라인 공간을 떠올려보세요. 출퇴근 수단, 자주 접속하는 SNS나 쇼핑몰, 구독하는 채널이나 서비스, 팔로우하는 계정, 자주 가는 장소, 멤버로 있는 모임, 취미 활동 공간, 식사나 휴식 공간,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검색을 위해 여는 앱 + 검색하는 키워드까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그들에게 다가갈 효과적인 매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 계정을 하나 운영하더라도 그들이 자주 접속하는 SNS에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광고를 맡길 유튜브 채널을 찾더라도 우리 고객이 구독할만한 채널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광고비를 배분하더라도 그들이 자주 들르는 곳에 더 많은 광고비를 배분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예산을 쓰기 힘든 초기 단계 기업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영할 수 있는 콘텐츠 발행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업과 연관된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하면서 타깃 고객과의 친밀감을 쌓아야 합니다. 이미 신뢰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이면 유료 광고와 무료 콘텐츠를 조합해 고객에게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업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을 때 매력적인가
작은 기업은 타깃 고객에게 '친해지고 싶은 존재'로 먼저 인식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주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합니다. 우리 기업은 어떤 유형에 속할 수 있는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사람
새로운 생각/경험을 제공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전해주는 사람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친해지고 싶은 존재가 되려면 일단 타깃 고객을 만나 말을 걸어야 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꾸준히 걸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업을 하는 사람인지 말해야 합니다. 우리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와 친해지면 어떤 점이 좋은지 고객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디지털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글, 사진, 영상 이렇게 3가지뿐입니다. 이 중 자신의 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면 매체도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저처럼 컨설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지식과 정보를 잘 정리해 전할 수 있는 '글'이 좋습니다. 그럼 글이 메인이 되는 블로그나 브런치 스토리 같은 매체를 꾸준히 운영하면 됩니다. 옷이나 음식을 판매한다면 한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이 적합하겠죠. 인스타그램을 선택해 피드와 릴스, 스토리를 꾸준히 발행합니다. 긴 영상에는 글(+말), 사진, 영상을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해 사람들에게 반응이 오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유튜브도 함께 운영해 볼 수 있겠네요.
처음부터 돈을 쓰는 광고를 할 게 아니라면 되도록 창업가가 직접 할 수 있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매체 1~2개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체 운영 자체가 큰 비용이 드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면 꾸준히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꾸준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친밀감도, 신뢰감도 쌓기 어렵습니다.
매체를 '사람과 친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집니다. '인스타그램을 할까 블로그를 할까?' 같은 좁은 질문에만 갇히지 않습니다. '우리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말을 건다'는 열린 마인드로 다양한 수단을 모색하게 됩니다.
내 사업이 특정 지역의 주거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엘리베이터 광고나 전단지도 훌륭한 매체입니다.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죠. 최근 저희 집 현관문에 '분리수거 서비스'에 대한 전단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직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단계인 것 같은데,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QR코드를 함께 인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함께 공략하는 접근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타깃 고객이 구독할만한 잡지가 있다면 그 잡지 한 면에 우리 서비스를 재치 있게 소개해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구를 개발한다면 어린이집을 설득해 시연회를 열어 학부모, 선생님, 아이들의 반응을 볼 수도 있겠네요.
초기 기업의 신뢰도는 거의 바닥에 가깝습니다. 웹사이트를 갖춰놓고 인스타그램만 운영한다고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지 않습니다. 친밀감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를 유도하는 유료 광고만 계속 집행한다면 오히려 고객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매체에는 이런 유형이 있고 이게 좋은 운영방식이다'같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우리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 보세요. 고객이 '이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라고 느낄만한 요소를 담아서요. 이 과정에서 기업을 알리는 것은 물론 제품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소중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