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랜브로 박상훈 Aug 01. 2023

사업가의 마케팅

고객이 느낄 압도적인 경험을 설계해 보세요.

다시 시야를 넓혀 마케팅의 큰 그림을 살펴봅니다. 이제 한 사이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1. 타깃고객을 선정한다
2. 그들에게 전할 가치와 메시지를 만든다
3. 그들을 만날 방법을 찾는다
4. 그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긴다
5.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6. 그들을 고객으로 만든다 (벌써 여기까지 왔습니다.) 
7. 그들이 감탄하게 만든다
8. 그들을 우리의 단골로 만든다
9. 그들을 우리의 열렬한 팬으로 만든다
10. 좀 더 넓은 타깃고객을 위한 가치와 메시지를 기획한다

위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우리만의 마케팅 시스템을 만든다. 


어떤 기업이든 1~6까지를 충실히 수행하면 매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매출에 변화가 없다면 되돌아봐야 합니다. 설득력이 약한 부분은 없는지, 시간에 쫓겨 대충 넘어간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 진단해 봅니다. 그림에 색을 채우듯 희미한 부분을 선명하게 채워나가면 고객은 점점 늘어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1,2에 있습니다. 기초 공사가 부실한 건물은 쉽게 무너집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만족시켜야 할 고객(1)과 그들에게 전할 가치(2)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이걸 대충 건너뛰면 브랜드 디자인을 개편하고 광고를 늘려도 힘 있게 치고 나갈 수 없습니다. 폭발적인 성장도 탄탄한 기본에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힘들게 고객을 얻어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면 마케팅은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사실 여기서부터가 정말 중요합니다. 대표님은 실무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마케팅을 바라봐야 합니다. 마케팅이 고객을 확보하는 것에서 끝나면 매출과 비용을 계속 교환해야 합니다.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비용을 그대로 유지해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업가의 마케팅 목표 


대표님의 마케팅 목표는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고객이 언제든 다시 돌아와 우리에게 돈을 쓸 수 있게요. 기존 고객이 자신의 친구를 데려와 함께 돈을 쓰자고 말할 정도가 되면 사업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대표님의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입니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의 목표는 '고객의 구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님에게 고객의 구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고객이 우리를 자발적으로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번 구매가 가능한 제품이라면 재구매를, 사용 주기가 긴 고가의 제품이라면 우리의 또 다른 제품을 사게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초면인 고객의 지갑을 여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리가 누군지, 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확인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반면 이 과정을 거쳐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지갑을 한 번 더 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구매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킴과 동시에 긍정적인 경험을 안겨주면 고객은 우리 편이 됩니다. 우리 편이 된 고객은 다시 돈을 써야 하는 순간에 우리를 선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잘 모르는 경쟁 기업에서 구매했다가 후회하기 싫고, 그들을 철저히 검증하자니 피곤하니까요.


좋은 관계의 시작은 그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며 감탄하게 만드는 겁니다. 딱 기대한 만큼만 주는 기업은 고객의 기억에 남기 어렵습니다. 고객은 우리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많은 제품에 돈을 쓰면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들의 기억 한편에 우리를 남겨두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꼭 제품 자체가 '혁신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혁신적인 수준의 제품을 제공해야만 고객을 감탄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은 기대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을 때 감탄합니다.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적어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세요. 



Q1.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의 일반적인 상식은 무엇인가 


제품군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찾아 뒤집으면 고객의 감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제품의 강점, 마케팅 메시지와 연결되는 독특한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냥 '독특하기만 한' 경험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오쏘몰의 패키지는 일반적인 비타민과 다릅니다. 오쏘몰은 단순히 '성분이 뛰어나다'라고 말만 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제형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성분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도 여러 좋은 성분들을 한 번에 섭취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출처 : 동아제약 홈페이지 캡처


직장인 회식장소로 인기인 한 곱창집에서는 손님들에게 곱창을 그냥 내놓지 않습니다. 서빙과 동시에 사장님의 '불쇼'가 펼쳐집니다. 이를 본 손님들은 신나게 박수를 치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한 뒤 SNS에 공유합니다. 곱창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잡내'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불쇼를 보고 나면 잡내가 덜 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루 일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은 덤이고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곱창집 (출처 : 유튜브 채널 '워크맨')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에서의 일반적인 상식을 먼저 나열해 보세요. 그다음 이를 깰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 보세요. 제품의 패키징,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 등은 제품이 이미 완성된 후에도 얼마든지 더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다음 신제품을 개발할 땐 아예 편견을 깨는 요소가 적용된 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Q2. 

경쟁자들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소한 일에도 깊이를 더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에 진심인 사람'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강아지 산책에 진심인 사람, 샐러드에 진심인 사람, 술에 진심인 사람... 이들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기대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기업의 대표님들은 자신의 업과 고객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던 '대표'라면 경쟁 기업들을 고객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해봐야 합니다. 타사의 제품에 돈을 쓰는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쭉 기록해 보세요. 그 기록을 보며 그들이 사소하다고 여기는 과정에 우리만의 깊이를 더할 곳이 없는지 찾아보는 겁니다. 


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에게는 '예약이 완료됐다'는 무미 건조한 카톡이 옵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다른 기업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요소죠. 대기업들은 예약 건수가 많아 이런 연락에 하나하나 신경 쓰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깊이를 더해보면 어떨까요? 단순 사실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을 함께 전하는 겁니다. 


예약 이후부터 여행 당일까지 2~3번의 카톡만 더 보내보세요. 고객의 퇴근 시간에 맞춰 예약한 여행지의 맛집과 숙소, 관광지를 정리한 콘텐츠를 보내주면 어떨까요? 여행이 2~3일 남았을 땐 현지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추천해 주고, 전날에는 꼭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챙겨준다면? 확인 카톡만 보내고 연락 한 번 없는 여행사와는 분명 다르다고 느낄 겁니다.  





한 번 우리에게 돈을 쓴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고객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제품을 구매(예약)하고, 기다리고, 마주하고, 포장을 뜯고, 써보(경험하)고, 다 쓴 제품을 버리고, 평가하는 고객의 모든 과정을 그려보세요.  


우리는 어느 순간에 고객을 감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전 07화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4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