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PT #22. 제품으로서의 콘텐츠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제가 '콘텐츠 마케팅'을 언급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 마케터분이 블로그에 (제품 소개) 글 매주 10개씩 올려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 계정 운영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블로거들 섭외해서 리뷰 작업하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거 업체 써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모두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때 나오는 대답들입니다.
몇 달 전에 저는 '작은 기업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 가이드'라는 글을 통해 콘텐츠 마케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실행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음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려볼까 합니다.
Q1.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Q2. 매번 새로운 콘텐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게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하나요?
평소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딱 5분만 집중해 주세요. 오늘 소개드리는 관점으로 기존의 콘텐츠를 점검해 보시면 훨씬 더 나은 방향성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콘텐츠를 우리 기업의 '또 다른 제품'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제품은 특정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집니다.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or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지 못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우리를 좋아하게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콘텐츠가 해결하는 문제는 제품과 동일한 타깃 고객이 가진 또 다른 문제여야 합니다. 우리가 콘텐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는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의 범위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제품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우리 고객의 또 다른 문제 영역에서 좋은 콘텐츠 주제가 나옵니다. 여기에서 기획을 시작하면 고객이 우리를 '문제 해결자(=알아두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인지하게 만드는 콘텐츠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PLAYBOOK]
1. 타깃 고객의 문제를 먼저 파악합니다.
1) (우리 제품과 무관하게) 그들이 일상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이루고 싶은 욕망을 파악합니다.
2) 그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법들 (각종 도구, 다른 누군가의 콘텐츠 등)을 살펴봅니다.
3) 기존의 방법들이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는 그 포인트를 문제로 정의합니다.
2.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1)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더 나은 내용을 먼저 기획합니다.
2)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형식을 (편견 없이) 고릅니다.
예) 가이드, 템플릿, 분석 리포트, 숏폼 시리즈물, 강의 영상, 스토리 영상, 대본 스크립트, 다른 브랜드 혹은 전문가와의 콜라보 연구, 인터뷰...
*원칙 :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최대한 그들을 돕겠다는 마음에만 집중합니다.
제품의 제작 과정과 거의 흡사하지 않나요? 사례들을 보시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흑백요리사로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유명해진 '미쉐린 가이드'는 '미쉐린'이라는 타이어 회사의 콘텐츠입니다. 미쉐린의 고객은 차를 타는 사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차를 타고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죠. (=제품의 타깃 고객)
미쉐린은 고객의 '미식 경험에 대한 욕구'에 주목했습니다. 개개인의 주관적 취향과 광고가 뒤섞인 식당 소개가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제품과 무관한 고객의 문제에서 주제 발견)
그들은 요리 재료의 수준, 셰프의 창의성 등 나름의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책'이라는 형식에 담아내 판매했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지만, 실물책 역시 여전히 존재합니다.
**타이어를 더 팔기 위해 일부러 험난한 지역의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등의 꼼수를 부렸다면 이 콘텐츠는 절대 이렇게 유명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오로지 이 영역에서 고객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난 레스토랑 추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렇게 긴 시간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죠.
간편 송금 앱에서 시작해 전 국민의 금융 앱으로 성장한 토스는 '토스피드'라는 콘텐츠 웹사이트를 운영합니다. 이제 토스의 고객은 경제생활을 하는 모든 현대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제품의 타깃 고객) 기업이 성장해 고객이 넓어지면 그만큼 콘텐츠로 해결할 수 있는 고객의 문제 영역도 넓어지죠.
토스는 아예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많은 이들의 다양한 문제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은 '쉬운 금융 지식'입니다. '금융 지식을 키울 수 있는 쉽고 재밌는 콘텐츠의 부재'를 문제로 정의한 겁니다. (=제품과 무관한 고객의 문제에서 주제 발견)
이 컨셉 아래 각각의 콘텐츠들이 1) 어떤 고객들의 세부적인 문제를 2) 어떤 형식으로 해결하는지 뜯어보면 작은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포인트를 다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회사원들의 연금 관리를 더 쉽게 : 전문가 필진과의 협업으로 '롱폼 시리즈물' 제작
부동산 대출을 앞둔 이들의 이자 계산을 더 쉽게 : '금융 계산기' 기능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배포
나다운 재테크와 소비생활을 더 쉽게 : 인플루언서와의 '인터뷰 영상 + 글'을 통한 새로운 관점 전달
더 잘 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금융을 더 쉽게 : 자주 나오는 질문을 '더 머니북'이라는 책으로 출간
...
**이외에도 토스피드에서는 세금, 정부 정책, 노후준비, 창업, 주식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담긴 내용들을 쉽고 재밌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토스 역시 콘텐츠 내에서 토스 서비스를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이들의 금융 지식 습득을 돕겠다는 목적에만 집중합니다.
누군가가 세상에 내뱉은 말과 행동은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만듭니다. '나영석'하면 떠오르는 인식과 '봉준호'하면 떠오르는 인식은 다릅니다. 그들이 해온 말과 행동들이 다르고, 창작 스타일이 다르며, 만든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더 뛰어나다고 단순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 명을 좋아한다고 어느 한 명을 싫어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각자가 자신의 모습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존재할 뿐입니다.
미쉐린은 미쉐린 가이드를 통해 '여행과 모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쓰는 타이어'라는 인식을 얻었습니다. 토스는 쉽고 재밌는 콘텐츠를 통해 '복잡한 금융을 쉽게 풀어내는 회사'라는 인식을 점점 더 굳히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심는 과정입니다. 훗날 콘텐츠가 쌓였을 때 사람들이 '아~ 그 브랜드? 알지! 거기 ~~ 한 브랜드잖아'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 목표죠. 적어도 빈칸에 들어갈 인식은 다른 브랜드와 겹치지 않는 우리 브랜드만의 인식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언제든 '~~한 브랜드'가 필요할 때 우리와 우리 제품을 먼저 찾을 테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우리는 개별 콘텐츠를 만들 때도 늘 이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가
이 콘텐츠를 만들면 우리가 원하는 그 인식을 심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 인식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으면, 아무리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도 그 효과가 누적되지 않습니다. 언제는 이런 말을 했다가, 언제는 또 갑자기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일관된 이미지로 기억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인식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그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말과 행동(=콘텐츠 + 웹사이트 내 카피 / 광고 카피 / 브랜드 캠페인 / 창업자의 인터뷰 등)을 일관되게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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