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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Jul 28. 2022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앞으로는 네 멋대로 살아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통해 기존에는 가질 수 없었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머리에 흰머리가 자라나는 속도가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확히 나이의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면서 처음에는 거짓말처럼 모든 것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30대 내내 붙잡고 있었던 나의 젊음에게 이제는 정말로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에게 이제 너의 시대는 끝이 났다면서 나의 젊음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만 같았다. 30대 내내 그토록 방황하며 시간을 낭비했던 나였는데 40대가 되자마자 이제는 방황조차 허락되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30대의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통과해 이제는 밝은 날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에게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무게의 인생 공부를 시킬 참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선 볼 사람 다섯 사람은 명단을 가져왔다. 30대 후반이 되자 어머니도 마음이 급하셨던 모양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중 한 분과 선을 보게 되었다. 소개팅이라고 하기엔 둘 다 나이가 많으니 선이 맞는 것 같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만남이어서였을까 서로가 "아 오늘 시간 낭비했다... "라는 기분만 드는 그런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도저히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혹시라도 라는 마음에 기대를 하고 나를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 만남 이후 난 이제 선이나 소개팅을 보지 않는다. 마음이 내키지 않은 상태에서의 만남은 나도 힘들었지만 상대에게도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0대 내내 결혼을 하지 못한 게 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40대가 되자 결혼보다 더 큰 문제들이 내 앞에 산적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결혼은 나의 관심사도 아니었고 나를 움츠려 들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40대인 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재정상태"였다. 나의 재정상태를 점검한 후 현타가 왔다.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30대 내내 그토록 열심히 일했는데 난 정말 일만 했나 보다... 저축도 투자도 하지 않았다니... 내게 남은 건 몇 개의 보험과 5년 전 구입한 자동차 정도가 전부였다. 결혼한 친구들의 자산과 비교하면 한 없이 초라한 재정 성적표였다. 그때부터 나의 삶의 목표는 재정적인 독립, 재정적인 자유가 되었다. 


애초에 결혼은 나의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이걸 깨닫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내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왜 모두가 누리는 "평범한 삶"을 나는 누리지 못하는 가에 있었다. 난 정말로 그러한 것들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고 나라는 사람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 것이 나에게 뭔가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사회가 정의하고 내가 정의 내렸던 평범한 삶이란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 오랜 시간 솔로로 지내던 지인이 마흔다섯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다고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나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나도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남들 다하는..." 여기에 오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것도 출산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남들 다하는... 이란 말에는 분명 오류가 있다. 오히려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가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결혼을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이 더 많고 부모님의 지인분들의 자녀들 중 나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인 자녀들의 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이제는 개인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인의 인구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결혼을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기 때문에 얼굴 한 두 번 본 사람과 약혼하고 결혼을 했지만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얼굴 한 두 번 본 남성과 결혼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뎌온 이제는 70세가 넘으신 나의 이모들의 이야기는 결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 그런 분들 중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하늘이 도우셨거나 운이 좋아서라고들 하신다. 


내가 30대 내내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라는 사람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고 보니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을 흘러 보낸 것이 후회가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그렇다. 인생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려놓음이 필요하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난 분명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삶을 살아왔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원해서 한 일은 별로 없었던 것만 같다. 내가 원해서 한 일 조차도 과연 내가 정말 원해서 한 일이었는지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해온 중요한 판단과 결정들이 과연 옳은 판단과 결정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후회하고 책망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생각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난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 속에서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질문의 답을 하나 둘 찾을 수 있었다. 유독 30대 내내 힘들다고 느낀 건 내가 그 당시 책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대 꿈 많은 시절에는 뭔가에 홀린 듯이 책을 읽었지만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고 돈을 벌면서는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나만 힘들까? 절대 아니다. 인생은 원래 불편해야 한다. 편안하기만 하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그렇다면 힘들기만 한 삶이란 말인가?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삶에 고통은 자동차로 치면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매 순간 성장하려고 하는 욕구를 가진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하고 그러한 힘든 시간을 견디면 결국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삶이 고통이 함께 한다면 그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이든 사 회 이 든 간에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진정한 종말 The end of world 인 것이다. 


억울할 것이다. "왜 나만, 왜 나만, 힘든 걸까?!"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유독 나만 이토록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느냐는 말이다!" 이런 말들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예전에는 이런 말들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난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후 깨닫게 되었다. 


삶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서점에 가라. 그리고 책을 펼쳐라.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한 두 권 읽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권을 여러 번 읽어도 좋고 여러 권을 읽어도 좋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일단은 자서전과 자기 계발서 위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힘든 시간을 겪어온 스토리를 읽다 보면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단조로운지 자신의 고통이 그들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나도 여전히 책을 읽으며 답을 찾고 있다. 40대 이후의 인생의 후반전은 분명 전반전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에서야 말로 진정 내가 원하는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은 일종의 마음의 평화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마흔이 되면서 인간관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내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만이 남았다. 


나는 이제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세상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감사하는 분들은 바로 부모님이시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올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난 이제 내가 그분들에게 그러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돌려드리기 위해 나의 남은 후반전의 삶을 살아간다. 


이전 09화 새벽 5시 나의 미라클 모닝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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