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주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인생은 스스로 생각한 데로 흘러간다
30대 중반 친구를 따라 사주를 잘 보기로 유명하다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작은 절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도착한 조그마한 절 공터에는 전국 각지에서 아침부터 사주를 보러 온 손님들의 차로 붐볐다. 차에서 내려 주차를 하고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자 그 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30대 내내 답답한 나의 마음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고자 유명하다는 명리학자 분들에게 사주를 자주 보러 다니긴 했지만 스님에게 사주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긴장되고 떨렸다.
나를 그곳에 데리고 간 친구는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티비드라마에 단역으로 종종 출연을 하는 아주 예쁜 친구이다. 사주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사주 보는 게 거의 취미라고 할 정도이다. 그 친구의 지인이 정말 잘 본다고 추천해준 곳인데 같이 가자고 해서 호기심 반 긴장감 반으로 따라나선 길이었다.
나의 차례가 되었다. 친구가 눈짓으로 잘 보고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호기심 반 간절함 반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그분의 기운에 내가 압도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분은 나에게 뭐가 궁금하냐고 물었고 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 왔다고 말했다. 결혼은 할 수 있는지? 돈은 많이 벌 수 있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천직인지? 직업을 바꿔도 되는지? 등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그런 뻔한 질문들이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무어냐고 하시길래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언제쯤 부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40대 이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공인중개사를 직업으로 가지면 앞으로 더 부자가 될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하셨다. 영어강사는 나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고도 하셨다.
"공인중개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른 건 생각이 나지 않았고 "공인중개사"라는 말만 뇌리에 남아 맴돌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난 공인중개사도 그 스님도 거의 잊고 지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패닉 상태가 됐고 나 역시 패닉에 빠졌다. 처음에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만 해도 걸리면 얼마나 아픈지 살아남을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자의 반 타의 반 하던 일이 다 중단되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여간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때 그 스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고 온라인 1년 결제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낭비하는 게 싫었던 나는 그렇게 1년 공부 후 2020년 11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법률과 금융에 대해서 그 어떤 제대로 된 지식도 없던 내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2020년 11월 자격증 취득 후 2022년 11월인 부동산 창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와 취득이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금융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올바른 이해를 통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나의 자산은 2020년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저축과 보험을 제외하고 거의 제로에서 시작했던 나의 자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나의 자산이 2020년 이전에 거의 제로였던 이유는 돈을 벌면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축과 보험은 부모님의 권유로 거의 반 강제적으로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항상 나에게 너는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기 때문에 걱정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었는데 창피하게도 그 당시 난 금융 문맹으로 돈 공부를 하는 것에 관심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면서 금융 공부를 하게 되었고 주식투자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내게 그때의 공부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왜 이 어려운 수학 공부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결국 도움이 된다. 어떤 공부든지 공부한 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된다.
내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가 어찌 보면 참 어이없는 이유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니 앞으로 부동산을 오픈할지 안 할지 알 수 없지만 난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스님은 아직도 사주를 보고 계실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도 난 이제는 사주를 보지 않는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주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50대 50인 것이다. 그러니 맹신도 지나친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끔 재미 삼아 볼 수는 있어도 맹신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인생이 사주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은 스스로 생각한 데로 흘러간다.
내가 만약 마지막에 스님에게 언제쯤 부자가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30대 내내 사주를 보러 다니면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