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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Oct 25. 2022

40대에 직업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행운을 찾아 나서야 행운을 만날 수 있다.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가 간데없다." (속담) 



이 말은 내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자주 들었던 말로 "여러 방면의 재주를 지닌 사람이 한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보다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뜻이다. 이를 부모님은 나에게 알아듣기 쉽게 "열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이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풀어서 말씀해 주셨다. 


난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고 나쁘게 말하면 한 가지를 진득하니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문제는 이런 나의 성향이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무용, 연극 & 영화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계기는 어릴 적 예쁘고 키가 큰 지금은 연예인인 한 친구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무용 학원과 연기학원 등에 등록했기에 솔직히 내가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그 친구를 따라 오디션이라는 것도 보고 예전에 단편영화도 중학교 3학년 때 찍었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에 간 이후로 그 친구는 모델이자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난 고등학교 연극반에 들어가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되었다. 연극반에 들어간 계기는 솔직히 말하면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들어갔을 뿐 뭔가 특별한 꿈을 꾼 건 아니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필연이라고 했던가... 난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대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연기 과외라는 걸 친구와 받았고 그렇게 서울에 있는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가게 되었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내가 생각하던 대학 생활은 졸업할 때까지 경험하지 못했고 기억나는 건 엠티와 술... 뿐이었다. 정말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 대학생활이었다.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기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어떠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막연하게 연기자의 꿈을 꾸던 나는 결국 길을 잃고 방황을 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 후 바로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도피성 유학이라는 말이 딱 맞다. 


영국의 런던에서 약 1년간 어학연수를 했던 나는 묘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런던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내가 선택한 건 영어 관련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배우의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기로 결정한 후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건 다름 아닌 "영어"였다. 단기간에 영어를 습득하는 나 자신이 신기했고 영어가 재미있고 좋았기에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어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 영어 강사가 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영어강사로 약 15년을 살았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난 다른 선생님들처럼 영어학원을 차리거나 공부방을 운영하거나 하는 등의 원장 그리고 관리자로서의 새로운 직업을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2022년 10월 난 내 인생의 CEO이자 진짜 내 사업체를 가진 CEO가 되었다. 동업자인 언니가 있어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내가 CEO가 된 직업은 영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리고 그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 파트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해 배우려 한다. 이렇듯 난 다시 한번 부모님이 자주 하시던 이 말을 상기시켜야 했다. 



"10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 정말 뼈 때리는 말이다. 나 스스로도 매번 기존에 쌓아놓은 경력과 노력을 뒤로하고 매번 새로운 결정과 도전을 하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이게 나다. 다행히 부모님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40대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기에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에 무한 감사를 느낀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내 인생 처음으로 새롭게 도전한 사업이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해오던 영어강사 일을 그만두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해 주었다.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어서 파트로 구한 일도 이제 곧 시작하게 된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결국 큰 성공까지 하게 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내 주변에는 유독 나와는 달리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서 성공한 사람이 많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도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보다는 약 10년에서 15년에 한 번씩 관심사와 직업이 바뀌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뭔가 마음속의 큰 돌멩이를 내려놓은 느낌이랄까...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았던 문제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해결이 된 기분이다. 그만큼 마음이 평안하고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40대가 좋은 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도 나이가 들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 많이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다. 행운을 찾아 나서야 행운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건 "책 읽기"를 통해서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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