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디쓴 너의 이름은 에.스.프.레.소
# Episode 1 에스프레소
대학 4학년 졸업 후 난 졸업식에도 가지 않고 바로 영국 런던 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 알바를 해서 모은 돈과 영국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겠다고 부모님께 약속하고 학비낼 돈과 비행기표를 살 돈을 받아 무작정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부모님께 그 당시의 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사실은 나도 내가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리고 정말로 난 그냥 미국이든 영국이든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고 내가 가진 돈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한 곳이 영국의 런던이었다. 런던은 물가는 비쌌지만 학비가 미국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했다.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떻게든 벌어보겠다는 다짐을 했고 실제로 난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인도 요리 전문점인 Indian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었다.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런던 시내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런던에 도착 하자마자 런던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나를 반겼다. 난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가 런던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홈스테이를 하게 될 주인집 부부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그곳이 그 유명한 스타벅스였다. 그 당시 런던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가 있었다. 내 기억에 맥도널드 보다도 더 많은 게 스타벅스였다. (아 그때 주식을 알았다면 스타벅스 주식을 샀을 텐데...)
1월에 도착한 런던은 서울만큼이나 추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던 난 메뉴판을 보고 제일 위에 있는 커피를 달라고 했다. 내가 스타벅스 점원에게 손가락으로 메뉴판 제일 위를 가리키며 "Can I have... 아메리카노?"라고 했는데... 몇 분 후 내 앞에 작은 커피잔이 놓였다.
"어 이상하다 뭐 이리 커피잔이 작지?" 난 분명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헉 점원이 내 발음을 못 알아듣고 그냥 메뉴판 맨 위에 있는 걸 준거다. 엄밀히 말하면 점원이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내가 주문을 잘 못한 거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받아 들고 당황해하는 나의 표정을 본 점원이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얼굴로 나를 처다 봤다. 순간 얼굴이 발그레진 나는 그냥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원샷을 했다.
그런데, 헉 이게 웬걸 "느므 쓰다 써"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는데 왜 난 그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다 마셨을까? 설탕을 넣어서 마시면 되는데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왠지 내가 이걸 못 마시면 한국에서 온 굉장히 촌스런 애로 보일까 봐 그랬을까? ㅋ
그날 마신 그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나의 런던에서의 여정이 순탄지만은 않다는 걸 예견해주는 것이었다는 걸 난 그곳에서 살아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