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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Dec 03. 2021

Do you have any vacancies?

런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Eipsode 2 Do you have any vacancies?


 

런던에서 10개월 간 일했던 인디안 레스토랑의 명함이다. 언제가 영국에 다시 간다면 꼭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내 생애 첫 해외 어학연수의 나라로 미국이 아닌 영국을 택한 건 미국보다 저렴한 학비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인 이유가 더 컸다. 런던의 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당 받는 페이가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처음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런던의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Do you have any vacancies?”라고 물어보는 일이었다. 이 말은 "제가 일할 자리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말로 이렇게 물어보면 그쪽에서 지원서를 준다. 그 지원서를 작성해서 내면 며칠 안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온다.

 

첫 면접은 스타벅스에서 연락이 왔다. 스타벅스는 영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일자리였다. 페이도 많이 주고 스타벅스 커피도 마음껏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데 난 그 당시 영어 실력도 초보였는데 영국 영어는 표현도 미국식과 다른 표현이 많았고 발음은 멋졌지만 잘 따라 하기도 힘들었고 결정적으로 내가 영국식 발음을 잘 못 알아 들었다. 그런데도 난 그냥 도전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 ㅋㅋ


첫 번째 스타벅스 면접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스타벅스 커피숍 바로 뒤에 잔디가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면접을 봤다. 면접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미리 연습해 갔었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질문에 대한 대답이 술술 나왔다. 그러다가 한 가지 질문에서 면접의 낭만은 산산조각이 났다. 점장님이 나에게 커피숍에서 일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난 거짓말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커피를 만들 줄 모르고 한 번도 커피숍에서 일해 본 적이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배워서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나에게 젊은 점장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당신이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당신을 뽑을 수가 없다. 우린 어느 정도 커피숍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 지금 우리가 뽑는 자리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에 또 면접을 보게 되면 그냥 해 본 적이 있다고 해라. 그래야 런던에서 일을 구할 수 있다.”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런던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욕만 넘치는 20대에게 현실적인 조언이었고 난 그 후 그의 조언대로 런던에서의 생존을 위한 선의의 (?) 거짓말을 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한 아르바이트는 사무직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하는 공연기획팀에서 일을 몇 번 해 본 게 다였다. 편의점 알바를 한 적은 있는데 집 앞에서 3개월 정도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번째 면접이었던 스타벅스 면접에서 보기 좋게 떨어지고 다른 곳에서는 별 다른 연락이 없었다. 나의 면접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홈스테이 집주인이 나에게 저녁 시간이긴 한데 집에서 가까우니 면접을 한 번 보지 않겠냐고 하면서 인디안 레스토랑의 사장님을 소개해 주셨다. 


난 일자리가 간절한 하숙생을 안쓰럽게 여긴 그분의 배려 덕분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영국 런던에 도착 후 거의 몇 주 안에 얻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첫 면접을 하러 갔을 때 날 맞아준 건 나이가 지긋하신 오래전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와서 영국 런던에 정착한 영국인 이셨다.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앉아서 영어로 면접을 보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이내 얼굴 표정이 심각해지셨는데 난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직감할 수 있었다. 면접 후 나에게 한 번 직접 일을 해보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내가 하는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컵이나 접시의 물기를 닦거나 컵에 얼음을 담아 콜라나 맥주를 잔에 따라 웨이터에게 건네주거나 주방에서 음식이 올라오면 그걸 꺼내서 웨이터에게 건네주는 정말 간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컵과 작은 접시 등을 설거지해서 정리하는 일이었다. 조금 긴장하기는 했지만 일이 어렵지 않아서 잘 마무리했다. 인자하신 사장님께서 집에 가 있으면 내일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고 난 집으로 돌아갔다. 뭔가 당연히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첫 번째 스타벅스 면접을 본 점장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난 한국에서 레스토랑에서 일해본적이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날 연락을 받았는데 내가 영어는 잘 못해도 일은 잘하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바로 다음 주부터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야~호~!!!) 

 

런던에서 공부하는 동안 거의 매일 저녁 3시간씩 일을 했는데 일도 쉬웠고 도착하면 일 하기 전에 항상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인도 음식을 매일 저녁 먹을 수 있었다. 난 세상~ 탄도리 치킨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인도요리가 정말 세상에서 젤 맛있는 요리라고 그때부터 생각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부유한 동네의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가격도 비싸고 동네 사람들이 자주 와서 먹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거의 10개월을 일했다.


더 일할 수 있었지만 내가 그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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