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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Dec 22. 2021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

 Āmi tōmākē bhālōbāsi 아미 투마케 발로 바시

#Episode 3 Āmi tōmākē bhālōbāsi 아미 토마케 발로 바시



영국 런던에서의 생활을 풍족하게 해 주었던 매일 저녁 3시간의 인디안 레스토랑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한국의 어느 작은 커피숍에 앉아서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조차도 얼굴에 번지는 따스한 미소와 가슴속 깊이부터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는 그런 소중한 경험이다.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금전적으로 걱정하지 않게 해 준 것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일을 시작하기 전에 따듯하고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당연한 듯 내어 주시던 인자하시고 마음 따듯한 사장님과 낯선 나라에서 온 2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항상 먼저 웃으며 인사해 주던 직원들의 친절은 내가 살아있는 한 잊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기억이다.


레스토랑에는 주방 3명 홀에는 2명의 웨이터 직원이 있었는데 한 명은 사장님 아들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방글라데시에서 영국 런던으로 일을 하러 온 방글라데시인 웨이터였다  (사장님 아들을 A라고 칭하고 방글라데시인 웨이터분을 B라고 칭하겠다.)


어느 날 B가 나에게 자기 나라 말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나에게 가르쳐준 말은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였는데 이 말은 자기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라면서 가르쳐 주었다. 그는 그 후로 매일 저녁 나를 보면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라고 했고 나도 자연스럽게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라고 했다. 그러다가 하루 이틀은 그냥 지나갔는데 3일 정도 되는 날 내가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라고 하면 A와 B가 웃는 게 영 기분이 께름칙했고 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인터넷 서칭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 참을 키보드를 두둘겨 찾아낸 건 B가 나에게 알려준 말이 인사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방글라데시어 말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였다. 


너무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B가 날 "농락"? 하는 것 같이 여겨졌고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렇다고 해서 B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고 그날 이후로 B가 나에게 "아미 토마케 발로 바시"라고 말을 하면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그 후론 그도 내가 눈치 챘다는 걸 알고는 더이상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B가 쉬는 날이었는데 내가 일이 끝나기 30분 정도 전쯤 가게에 들어왔다. 술이 좀 취한 상태였는데 가게에는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테이블 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쉬는 날 그런 식으로 가게를 찾아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있는 쪽으로 B가 오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난 그날 그가 술이 취해 한 이 말로 인해 더 이상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I love you. But, If you do not love me, I might kill you." 정확히 might 였는지, could 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죽일 거야 라는 뉘앙스 라기보다는 죽일 수도 있어라는 뉘앙스로 기억한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러나 네가 만약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죽일 수도 있어." 


자주 보면 정든다고 하더니 아마도 B가 나에게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정말 나이스하고 친절한 그런 직원이었는데... Kill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어도... ㅠㅠ 


가장 죄송한 건 그날 이후로 가게에 나가서 사장님 얼굴을 뵙고 그만두겠다고 해야 했는데 전화로 급하게 한국에 가게 돼서 일을 못하게 될 것 같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을 듣고 다시 B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평소 그와 10개월가량 같이 일을 하면서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고 술에 취해 분명 실언을 한 것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아미 토마케 발로바시"이후에 일어난 일이라 좀 무서웠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대응 방법에 분명 차이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같다. 


지금에서라도 사장님께 정말 너무 감사했고 그때 그렇게 그만두어서 죄송하다고 "브런치"에 나마 적어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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