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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ct 28. 2017

영화 <마더> 리뷰

엄마, 고유명사에 담긴 잔인함


- 줄거리
아들의 살인혐의, 엄마의 사투.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 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답게라는 굴레'가 가장 두텁게 쓰인 존재. 엄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학생답다, 어른답다, 아이답다, 부모답다.
 세상이 ~답다 라는 말로 개인을 규정하고 행동양식을 맞추는 건 질서나 안정을 위한 보편적인 방식이기도 하지만, 개인을 옥죄는 틀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특히 부모, 엄마에 대한 기대감과 행동양식은 우리 뇌리에 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마더>는 이러한 '엄마라서 강하다,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는 인식의 잔인함을 이용하고 그 이면은 해부하는 영화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이는 인물 김혜자 선생님은 역할과 이름도 (엄마가 되면 이름을 잃어버리는 여러 여성들이 그렇듯) '도준(원빈의 役) 모'로 서술되지, 이름이 불리지 않습니다. 모자라지만 잘생긴 아들 도진(원빈)이 한순간에 살인 용의자가 되고 어리숙한 아들을 감옥에 둘 수 없는 엄마는 아들의 살인 혐의를 벗기기 위해 불철주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노력합니다.
 
엄마에게 아들이 살인자가 된 사실에서 중요한 건 혐의이지, 진실의 향방이 아닙니다.
내 아들이 진짜 성매매를 하던 가난한 소녀를 우발적으로 살인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진의 마더(김혜자)는 아들의 무고함을 믿어서가 아니라, 내 아들이 살인자로 낙인찍히고 감옥에 수감될 수는 없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인물로 보입니다.



마더는 속물 변호사를 고용해 아들의 무고함을 밝히려 하고, 피해자(쌀떡 소녀)의 유가족을 찾아가 내 아들의 무고함만을 강조하고 진태(진구, 원빈의 친구 역)에게 부탁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사건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외롭고 집요한, 아들의 살인혐의를 벗겨 주기 위한 마더의 노력이 계속되는 동안, 저는 모정에 감동하거나 고군분투가 안타깝지 않고 맹목적인 집념과 희생이 불편하고 두려웠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개인의 내면과 욕망의 은밀함을 폭로하고 개인을 둘러싼 서스펜스에 집중하면서 사회 구조적 부패와 비극을 고발하는데 탁월한 감독입니다. 사회고발 요소를 전면에 배치하기보단 풍자와 해학으로 은밀하게 드러내는 감독의 작품은 늘 기대하고 감탄했는데요.
 
영화 <마더>에서도 엄마가 아들의 무고를 증명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법조인의 부패, 성매매, 묵고 하고 방관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엄마는 이런 상황 에서 희생자가 되기보단 다소 나쁘더라도 이런 틀에 동조하고 상황을 이용하는 존재가 됩니다.
 
오직 내 아들을 위해서요. 그래서 마더는 제대로 서스펜스, 스릴러를 응집시키는 중심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마더>의 서스펜스는 이야기와 더불어 이병우 음악감독과 앵글, 영상 미술이 구성합니다.
 
장마가 밀려오기 전 침침하고 끈적이는 날씨 같은 화면들과, 낮은 명도의 배경 그리고 인물들의 완전한 얼굴을 쉽사리 내보이지 않는 앵글.
 
마더는 인물을 잡을 시 측면을 자주 사용한 영화입니다. 관객은 대사를 하거나 특정 상황에 놓인 인물의 완전한 표정을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물의 감정을 짐작하기 어렵고 한 인물에 몰입하기보단 사건의 흐름, 인물의 행동 동선을 따라가는 관조자로 안주하게 되죠.
 

결말을 보시면 혹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마더>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영화입니다. 악습과 범죄의 이용자였던 엄마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그리고 치밀하게 범죄를 구성하고 가해하는 인물로 변합니다.
 

 


 
끝으로 배우들에 대해 얘기하자면,
 
<마더>는 훈훈하던 이미지의 배우들마저 강렬한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 영화였습니다.
 

 

'국민 어머니,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김혜자 선생님이 도진 母로 분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
 특히 억새밭에서 혼자 미소를 띤 채 신명 나게 춤을 추던 스산함은 마더의 메타포였습니다.
 

어쩌면 카이저소제였을지 모를, 끔찍한 기억력과 행동력을 겸비한 잘생긴 바보 도진 역의 원빈 씨는 '얼굴만큼 연기력을 갖춘 배우구나'라고 이 영화를 통해 인정하게 됐습니다.
 
사실 원빈 씨가 나온 <킬러들의 수다>, <우리 형> 등 이전 작품을 볼 때 연기를 못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워낙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라...이 작품들만 보고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마더>를 보고 원빈이란 배우는 얼굴만큼 연기한다고 감탄했습니다.
 


원빈 씨, 김혜자 선생님과 더불어 극을 이끌어가던 도진의 친구 진태 역의 진구 씨가 나오는 장면들에 대해 애기를 꼭 하고 싶은데요.
 
원래 진구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는 알고 있었지만, 특히 <마더>를 통해 이 배우가 악의 얼굴을 했을 때 느껴지는 중압감과 공포감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김혜자 선생님과 불 꺼진 거실에서 독대하며 으르렁으르렁~댈 때의 포스는 여고괴담의 귀신이 클로즈업되던 3단 줌 인 만큼 섬뜩했습니다.
 



< 추천 OST >
 
- 영화 마더의 OST : 이병우 '춤'



 
< 명장면, 명대사 >
 
- 그때 농약을 그라목손을 탔으면 얘나 나나 지금 하늘나라 꽃밭에서 알록달록 손 붙잡고 다닐 텐데.. 이 고생 안 하고.. 맘이 약해가지고 론스타를 타 가지고 그 덕에 죽지도 못하고. 둘이서 이틀 내내 토하고 물똥 싸고..
 
- 너... 엄마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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