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가 콜라보해서 전자책을 내준다는 이벤트를 봤다. 넷플릭스와 콜라보하는 이벤트 등도 있었다. 출판물이 있는 작가는 내가 정녕 갖고 싶은 타이틀이다. 나뿐 아니라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되고 싶은 꿈이고 욕망일 것이다. 내가 구독하는 작가분들 중에서도 그 이벤트에 많이 응모하실듯하다. 구독하는 작가님 중에 전자책을 내게 되면 나는 진심을 실어 축하를 해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도 또 구경꾼에 머물 내 자신이 밉다.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안된다는 생각부터 하냐고 혹자는 말할 것이다. 브런치 편집팀이 제안하는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내가 항상 걸리는 문구가 있다.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기획 의도에 맞게 목차를 구성하고" 이 부분이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솔직히 놀랍다. 우연히 알게 되어 무엇을 하는 어플 인지도 정확하게 몰랐다. 마침 작년 3월부터 글쓰기 모임 밴드에서 끄적거렸던 몇 편의 글이 있었고 작년 8월부터 블로그에 서평 몇 개로 브런치에서 작가로 승인해줬다. 나는 제법 쉽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신청하면 누구나 다 되는지 알았다. 초록창은 블로거를 다음에서 하는 브런치 어플은 그냥 기분 좋게 작가 대우를 해주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인에게 물어보면 아는 사람은 몇 번을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구나를 알게 되었다. 내 글이 마음씨 넉넉하신 브런치 에디터님에게 걸려들어 "아 오늘따라 커피 향도 좋고 햇살도 좋네. 옜다, 기분인데 내 너를 가히 여기노니 브런치 작가 명칭이나 받아랏." 하고 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된 것 같다. 왜냐면 그때의 글에도 지금의 글에도 나는 '한 편의 책이 되는 기획의도에 맞는 목차'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도 국어교육과를 가서 글을 심도 있게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영어교육과를 가면 토익 700점 이상만 받으면 논문을 안 쓴다는 말에 혹해서 영어교육과를 갔다. (지금의 취준생의 기준으로 보면 취급하지도 않을 점수지만 라떼는 그랬어요...ㅠㅠsorry but I love you) 그 영어교육도 제일 인기 없는 1학년 담임만 주구장창 맡게 되어 내가 선택한 영어교육은 우리 집 딸이 가끔 물어볼 때나 써먹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목차를 정하고 심도 있게 풀어가야 하는 논문을 써본 경험이 없다. 논문 안 써본 학사 출신이라 그런지 나는 지금도 계획서를 쓸 때 가 가)인지 가) 가 인지, 로마자가 먼저인지 번호가 먼저인지 헷갈리고 지식인에게 물어봐도 여전히 헷갈리고 읽기도 싫다. 목차를 정해서 일을 풀어가는 일은 슬프게도 내 것이 계속 아닐 것 같다. 삶을 계획성 있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돈을 목차별로 정리해서 모으고 쓴 인생도 아니다. 내 삶은 그냥 흘러왔고 흘러갔고 지금도 어디론가 흐르는 중이다. 구성된 목차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야 독자가 돈을 주고 지불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이름으로 된 출판물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 글은 출판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내 글은 라디오 사연에나 보내면 DJ가 한 번 소개해줄까 말까 한 글이다. 그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에 장황해서 cut off 될 것이다.
브런치에 많은 이벤트들이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것을 보는 나는 약간 속이 쓰릴 것이다. 쓰리면 한번 밀도 있게 기획해서 해볼 만할 터인데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내 책은 내가 스스로 독립출판사를 찾아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일 것이다. 그 책은 딱 한 권으로 내 딸에게 읽힐 것이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의'책에서 심시선의 자식들이 심시선이 남긴 책으로부터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처럼, 내 딸도 그러할 것이다.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처지가 못 되는 나의 처지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딸에게 책 한 권 줄 수 있는 것으로 족해하고 오늘도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는 정말 나르시시스트의 극치다. 이런 글을 쓰고도 100프로 서랍에 묵히지 않고 발행할 것이므로..
전자 출판의 기회를 얻는 작가님들 미리 축하드려요. 왜 배가 아플까요. 작가님들이 잘돼서 배가 아픈 것이 아닐터에요. 아마 낮에 먹은 케이크가 탈이 났을 거예요. 이건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게 아닐 거예요. 그냥 똥이 마려운 것일 거예요.
출판물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들에게는 경의를
출판사로부터 선택을 받게 될 작가님들에게는 미리 축하를
간혹 저와 처지가 비슷한 작가님과는 건배를 제의해봅니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