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출발이 좀 늦었다. 연이틀 눈이 펑펑 왔다. 날은 추워 곧 빙판길이 된 부분도 있고 하얀 눈이 있는 부분도 곧 빙판길이 될 것 같다. A 길로 걸어갈 것인가, B길로 걸어갈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나는 B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상가가 많은 B길은 부지런히 상인들이 눈을 쓸어서 빙판길이 없을 것 같았다. B길로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A 길을 누가 열심히 눈을 빗자루로 쓰신다. 시에서 치워주나 싶었는데 노점을 하실 할머니가 열심히 그 자리를 쓸고 계셨다. 할머니는 오늘 뭘 팔기 위해 채비를 하셨을까? 두꺼운 패딩을 여며도 귓 속으로 찬바람이 쌩쌩 들어온다. 할머니의 오늘이 날씨만큼은 안 추웠으면 하고 바라면서 B길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따르릉, 퇴근 무렵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 퇴근길에 붕어빵 사 가지고 오면 안 돼?"하고 묻는다. "야 집에만 있지 말고 네가 좀 먹고 싶으면 사!"하고 화난 척 말해보았지만 딸아이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한다 "응 엄마? 제발 오느을마안.. 오늘만 응 엄마 사랑해." 뚝뚝뚝.. 매정한 것. 자기 볼일 다 봤고 할 말 다했다고 끊어 버린다. 매정하게 끊은 것이 괘씸하기도 했지만 나 또한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사가기로 했다. 퇴근길은 붕어빵을 사야 했기에 B길을 지나야 했다. 마침 현금이 있어서 슈크림 붕어빵 세 개, 팥 세 개를 육천 원에 샀다. 아저씨는 오늘도 하나를 서비스로 끼워주신다. 그 서비스 붕어빵은 언제나 딸아이 몫이다. 붕어빵 집 앞에서는 고소한 김과 참기름, 들기름, 각종 깨를 파는 노점상이 있다. 고소한 김 냄새가 오늘도 코를 찌른다. 돈이 부족해도 계좌 이체로 살 수 있으나 오늘은 붕어빵을 든 내 손이 번거로워 포기하기로 한다. 양말을 파는 노점 아저씨, 매 번 퇴자 맞아 한 번도 먹지 못했던 호떡집, 김 아줌마, L리아 사거리 앞에서 항상 떡을 파는 할머니들 , 추운 날씨 속에서도 부지런히 오늘의 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액세서리를 파는 젊은 처자들은 보이질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지 못하듯이 나는 종종 그들에게 소넬과 에로메스같은 귀걸이를 샀는데 보이지 않는다. 날이 추워서일까? 그녀들은 어디 가게 자리를 구했을까? 나랑 관계도 없는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출근길에 언뜻언뜻 보였던 눈도 B길은 보이지 않는다. 상인들이 부지런히 눈을 쓸어서 퇴근길은 말끔했다. 딸아이가 다녔던 태권도 학원, 미술학원을 지나쳤다. 학원에는 수강생이 아직도 많을까? 코로나 19가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서 나는 딸아이의 학원 수강도 모두 취소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을 알기에 수강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전할 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명랑하게 핫도그를 파는 집은 버블티 가게로 바뀌었다. 주인인 아줌마가 남편보고 추운데 얼른 들어오라고 하는 듯했다. 투명한 유리로 가게 안이 다 보이는 매장은 손님이 하나 없다. 들어오는 손님을 버선발로 뛰어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을까?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갑갑해서였을까? 가게 매장 문을 들어갔다 나오는 주인아저씨가 자영업을 했던 나의 남편 마음 같아서 안쓰럽다.
뚜벅뚜벅 걷다 보니 횡단보도 앞이다. 아침에 눈을 쓸었던 할머니가 짐을 챙기신다. 무엇을 팔으셨는지 모르겠다. 할머니의 하루는 어땠을까? 추운 날씨를 보상받을 만큼의 돈은 챙기셨을까? 붕어빵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할머니의 퇴근길도 붕어빵 온기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주머니 속 돈도 호빵처럼 부풀어 오를 만큼 두둑했으면 좋겠다.
뚜벅뚜벅 걸었던 나의 출퇴근길,
내가 지나쳤던 모든 상점과 매점의 사람들이 잘 살아가길 바랬던 나의 출퇴근길..
얼른 추운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새싹이 움트듯이 나도 모두에게도 희망차고 활기찬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코로나 19로 벌 받은 체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주린이가 된 지 두 달째 주식 어플을 들어갔다. 제길 또 떨어졌다. 내가 돈이 많으면 착하게 세금도 잘 낼 수 있을 텐데, 신은 내게 노동으로만 벌어갈 수 있게 허락한듯하다. 출퇴근길에 모두 잘 살았으면 했는데 기부하는 금액을 늘리려고 선한 생각을 했는데, 사적인 내 욕심의 산물, 주식을 확인하고 떨어진 것에 분개하는 내 모습을 보니 나는 아직 미성숙했나 보다.
도를 닦아야겠다. 브런치에 좋은 글로, 뉴스에 좋은 사연으로,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