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어떤 업무와 학년을 맡을지 불안한 달이기도 하지만 기다렸던 방학을 즐기는 달이기도 하다. 2월은 새로운 출발을 앞둔 달이기에 그동안의 행적을 반추하기보다는 다음 학년도에 대한 기대를 하며 계획을 설계하는 달이기도 하다. 많이 해주지 못해 종업식날 괜스레 눈물 났던 해였지만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마무리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방학을 즐기는 차에 구독하는 시사 잡지가 섬뜩한 제목으로 배달되어 왔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최대 가치는 방역이었기에 우리는 불가피한 차악인 학교 문을 닫는 것을 선택했다. 등교 제한으로 인한 교육위기가 걱정되긴 하지만 자영업, 청년 고용, 실직 등과 같은 먹고사는 문제에 밀려 학교 마비로 인한 교육 위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자료출처:시사인 700.701호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축척된 실증적 데이터에 따르면 학교는 다른 곳들보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과학 연구 결과들도 저학년이 고학년보다 코로나 19 감염률이 낮다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도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추측할 수 없지만 혹자는 아이들의 폐가 작아 성인보다 감염성 에어로졸을 배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일지도 모르며 어린이 코에 바이러스 수용체(ACE2) 수가 적은 덕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입증된 가설은 없다고 했다. 확연하게 밝혀낼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이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는 어른보다 안전하며 전파력이 세지 않았다고 기사는 설명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년 학교 문을 닫았고 공공 도서관을 비롯한 공적인 기관들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취소됐다.
기사를 읽으며 작년 나의 학교 생활을 반추해보았다. 1학년 담임이었기에 다른 학년보다는 등교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입학식을 비대면으로 하고 학교에서 가는 소풍은 물론이고 방과 후도 1학기 동안은 할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소풍, 수학여행, 학예회 등 여타 행사들이 취소되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 솔직히 좋기도 했다. 한 번 소풍을 갔다 오면 며칠째 피곤이 가시지 않는 것도 싫거니와 학예회 준비로 나가야 할 진도를 못 나가는 스트레스가 코로나로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요즘 부모님들이 체험학습으로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니는데 소풍, 수학여행 이런 거 코로나를 시작으로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나도 의견을 내고 동료 교사들도 동의했었다. 하지만 다음의 기사를 읽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흔하다고 생각한 가족 간의 체험학습을 학교에서 가는 소풍, 수학여행이 아니면 누군가는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쉽게 뱉어버리도 말았던 것이었다. 코로나 19가 발행한 가장 비싼 장기 할부 명세서를 받아 든 집단은 가난하고 취약한 아이 들었다. 코로나 19로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고급 호텔과 풀빌라, 스키장 예약이 꽉꽉 들어섰다. 반면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 동네 곳곳의 무료로 제공해주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행복한 경험'의 간극을 미약하게나마 채워서 버텨가는 아이들이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마음의 문도 닫고 어느 순간 끈을 놓아버리는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는 슬픈 소식을 기사로 접할 수 있었다. 어떠한 경로로든 공적인 수혜를 입은 자들은 교육 연한, 취업률, 임금이 비수혜자보다 높을 뿐 아니라 개방성, 끈기와 같은 비인지 능력 향상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해줬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이 방향키를 잡지 못했던 한 해였다. 일선에 있는 우리 교사들도 우스갯소리로 소식을 초록색 공문(naver)을 통해 알게 된다고 했었다. 학교에 확진자가 나와서 모두들 불안에 떨었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마스크의 힘인지 모르나 천명이 넘는 전수조사에 확진자 외에는 모두들 음성이었다. 이 사실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되지만 2021년도는 아이들만을 위해서 학교 문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어른의 보살핌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공공 기간이 마지막 보류로 문을 열고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점심시간에 마스크를 차고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감시하고 싶지 않다. 마스크로 가린 채, 반쪽짜리 표정으로 반쪽짜리 학기를 보낸 2020년도였지만 2021년도는 마스크를 낀 채 책상을 맞대고 조별 토론도 하고 아이들이 치러야 할 생애 이벤트를 순조롭게 치렀으면 좋겠다. 행사가 없어졌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들의 마음을 만져줄 부지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시사인에 기고한 정지은 교사분의 말처럼 완성도 높고 드라마틱한 명곡도 좋지만 단조롭고 규칙적인 하농 n번으로 연주되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그 규칙 가운데에서 아이들은 꽃을 피울 것 같다.
딸이 생각한 코로나 19로 달라진 것들
우리 딸에게는 코로나 19가 짝과 수다를 빼앗아 갔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딸에게 부족한 사회성마저 뺏아갔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빼앗아 갔을까? 모골이 송연해지는 이런 뉴스는 더 이상 나에게 배달이 안되었으면 한다.
우리 어른들이 전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