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늑시 같은 애매한 3일

3일간 나는 놀았을까? 일을 했을까?

by 아무거나

2월 16일부터 3일간은 출근일이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퍼지는 생활을 며칠 즐기고 있었는데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알람을 7시 40분에 맞춰 놓았다. 늦게 자도 귀신같이 알람 소리는 잘 듣기에 다행히 늦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다.

3일간의 일정은 로 부임받은 사람들의 소개와 업무 인수인계, 각자의 학년에 맞게 3월에 맞을 학생들을 위해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인기가 없는 학년이라 우리는 기존 멤버 그대로라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우리는 1학년 담임이라서 전체적으로 입학식 준비를 하고 교실을 정비하고 각자 업무를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준비하면 되었다.


자 이제부터 불 태울 시간이다. 아이들 명부와 연락처를 받았다. 작년에는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모르고 제대로 된 연락처를 예비소집일 날 받지 못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몇몇 학생이 있어 아파트 관리소와 주민센터에 문의하고 연락처를 받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올해는 교무 선생님이 철저하게 연락처를 받아놓은 신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두 개의 연락처 중에서 앞에 나와있는 연락처를 입력했다. 입력을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연락처 항목에 "부"란 글자가 선명해 보인다. "부?" 아버님 연락처? 언니 교사들에게 물어봤다

"선생님 누구 연락처 입력하셨어요?

"엄마 연락처 다 입력했는데 왜?"

"저 10번까지 아버지 연락처만 입력했네요, 아빠들 연락 잘 될까요?"

"글쎄 잘 안될걸~" "그쵸?" 의 경우에도 아이가 10살이 되어 가는데도 남편이란 작자는 아이의 온라인 수업 날은 언제이고 방과 후를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1번부터 어머니 연락처로 다시 입력했다. 대부분이 맞벌이일 텐데 이 순간에도 남자들만 육아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씁쓸하고 남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평등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지만 엄마의 연락처만 우선적으로 입력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또 다른 차별을 만들고 있는 듯해서 속상했다. 두 번째 번호로 아버지들의 연락처를 입력했지만 핸드폰은 대표 번호를 설정하라고 내게 명령을 했다. 우리 반만 아버지에게 연락이 가는 반을 만들어볼까? 하는 나의 장난기와 반골 기질이 요동쳤지만 엄마들 번호로 대표 번호를 설정했다. (이것은 내년에도 고민이 될 것 같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옳지 않아!

26명 중 24명째 한 아이의 이름이 눈에 튄다. "정우성" "선생님, 우리 반에 정우성이 있어요! 잘 생겼을까요?" 내가 장난으로 물음을 던지니 교사 언니들이 수다를 거든다. " 이름 값할 수도 있어. 재작년에 정우성이란 애 엄청 말 안 들었어" " 정우성, 진짜 잘생겼어 그치?" "네, 그러게 말이에요. 궁금하네요. 얼굴까지 잘생기고 마음도 정우성만큼 예뻤으면 좋겠네요" ...이야기의 곁가지들이 더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26명의 입력이 끝났다. 이제는 반 아이들에게 몇 반이 되었는지 입학식 준비와 같은 문자를 알려줘야 한다. 부장 선생님이 문구를 고민하신다. 입학식은 코로나 때문에 학부모들은 운동장에서 대기하고 우리가 아이들을 인솔해서 교실로 데려오는 시나리오다. 그 짧은 문구를 상의하는데도 느낌상으로는 A안부터 Z안까지 상의한 느낌이었다. 최대한 간결하고 선명하게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 안을 고르기 위해 5명은 고군분투했다. 최종적으로 안이 정해져서 문자를 보냈다. 우리의 문구의

포인트는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 안 무색하게 각반에서 문자가 폭발한다.

"반갑습니다. 1년동안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00 엄마입니다. 반갑습니다. 와 같은 인사말도 있지만 "준비물은 그날 다 챙겨 가야 하나요? 비가 올 경우는 강당에서 체온을 다 재나요? 몇 시에 끝나나요? 종이 준비물은 색종이인가요? 70매 물티슈로만 꼭 준비해 가야만 하나요?........." 간결하고 선명하게 보내려고 고민한 우리의 시간이 무안할 지경이다. "네 반갑습니다. 따로 입학식 날 준비물 안내장이 나갈 예정이라서요. 그날은 가방 안은 가볍게 준비해주셔도 되겠습니다. 10시 30분에 끝날 예정이고 우리가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직접 인솔해서 가겠습니다......."

우리의 문자가 친절하지 못했던 것일까? 우린 웃픈 표정을 지으며 친절하게 문자 답장을 해주었다.


아이들 이름표에 붙일 65칸 라벨지에 이름을 타이핑을 했다. 또 정우성에서 멈췄다. 그리고 상상한다.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말이다. 입학식 날 나는 정우성의 얼굴을 먼저 확인할 것 같다. 내 이름이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똑같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우성아 미안해! 그냥 좀 궁금할 뿐이야. 모든 것을 예단하지 않을게 그건 약속해 그냥 궁금할 뿐이야. 다른 의도는 없어, 네가 이우성이나 김우성쯤만 되어도 이리 궁금하지 않은데 정이 붙어서 말이야).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나비를 접었다. 나비를 반 접어서 교실 뒤편에 예쁘게 붙여 놓을 것이다. 26명을 간격을 띄워서 규칙적으로 붙이려고 하니 뭔가 심심하다. 펄럭이는 나비처럼 보일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는

43321 12334로 붙이기로 했다. 다 붙여보고 나니 펄럭이는 나비가 아니라 노란 리본이 되었다. 딱딱한 리본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시 하려고 하니 귀찮았다. 올해는 다행히 교실을 옮기지 않아 다른 선생님에 비해서 일이 수월한 편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일거리가 없는 편인데 묵은 짐을 정리를 하지 못했다. 복도 쪽 창가에는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등의 아이들이 소원이 적힌 노란 보름달이 둥둥 떠다니고, 운동장 쪽 창가에는 아이들이 만든 공부 게시판이 그대로 붙어 있다. 열심히 떼었다. 스티커 자국은 스티커 제거제로 박박 문질렀다. 손목이 아프다. 의자를 올리고 청소기로 교실을 밀었다. 신발장도 복도도 밀고 걸레질도 벅벅 했다. 24명에서 올해는 26명으로 늘어나서 여유 있게 썼던 책상들도 아이들 것으로 돌려줘야 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게 짝을 맞춰 앉을 수도 없어 일렬로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 2명이 더 늘었을 뿐인데 책상 배열이 마뜩지 않다. 25명인 반은 5개씩 가로 세로를 맞추면 되는데 1명이 더 있는 26명! 요리조리 배열을 해봐도 뾰족한 수가 안 나온다. 한 줄만 6개로 앞이 좀 튀어나와 보였지만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의자를 내리고 이제 책상을 닦고 의자를 닦아야 한다. 종업식날 아이들이랑 청소를 꽤 했는데도 몇몇 아이들이 책상 서랍에 쓰다만 연필, 지우개, 꾸깃꾸깃한 종이와 필통 등을 제법 놓고 갔다. 1 분단 첫 번째 줄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몇 줄 안 했는데 퇴근시간이었다. 마무리가 안되었는데 기다리는 딸이 있어서 나는 퇴근을 했다. 아무래도 다음 주도 출근을 해야 할 듯하다. 첫날 출근할 때의 다짐은 3일 동안 완벽하게 준비해서 입학식 날 편한 마음으로 와야지 했었는데 마무리도 못하고 3일이 훌쩍 가버렸다.


3일 동안 바짝 하면 반나절도 안 걸릴 것을 나는 3일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나비가 일렬로 보이든 리본으로 보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그것으로 한참을 고민한 결과가 딱딱한 노란 리본 형태로 나왔다.

아이가 정우성인지, 이우성인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호들갑을 떨어 친구한테도 우리 반에 정우성 있지롱~카톡도 꽤 보내서 또 한참 시간을 허비했다.

친구가 몇 학년을 맡는지 무슨 업무를 맡는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내가 몇 학년이고 무슨 업무를 맡은 것이 중요하지! 그런데 나는 톡으로 교사 인트라넷으로 계속 친구들에게 " 야 올해 뭐하냐? 업무 뭐해? 부장은 피했냐?"를 물어보았다.

그래서 결과는 다음 주에도 나는

아이들 책상 서랍 안에 있는 물건을 다 꺼내고

칸막이를 붙여서 스티커 자국이 남았던 책상을 박박 닦고 의자를 닦아야 한다.

사물함 앞에 듬성듬성 사라진 번호표를 붙여야 하고 사물함 안도 벅벅 닦아야 한다.

3일 내내 하나의 일을 쭉 하지 못하고, 이일 저일 다 쑤시고 다녔다. 집중하지 못하면 책이라도 읽을 것을 책도 읽지 못했다.

일을 하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매한 시간이 너무 후회된다.


장학사님께. 아님 교육감님께?

마감 시일이 바짝 다가와야 일을 하는 저 같은 스타일을 위해서 교육청은 출근일을 2월 말로 정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저 이런 시간 대개 애매한데 말이죠. 판에 한다고

우리가 일을 대충 하진 않아요. 아시잖아요. 또 시키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만들어 내는 거요. 2월 중간에 출근하는 거 너무 싫으네요.

올해 입학식 때는 구멍 난 스타킹을 신고 가지 않을게요.

올해는 '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 작가처럼

아이들에게 더 친절할게요.

그러니 내년에는 2월 마지막 주를 출근날로 정해주시면 안되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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