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이 되긴 힘들어(지극히 편향적이고 사적인 글)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고

by 아무거나

ROUND 1

아빠로부터 카톡이 왔다. '문정권 백신 참사 심각하다'라는 유튜브 링크였다. 물론 나는 클릭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것 좀 보내지 마시오. 선택은 알아서 하면 되지"하고 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아빠가 "쓰레기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는데 교사가 좌파니 큰일이다"라면서 문자를 보냈다. 평소 같으면 짜증이 나서 대화창을 나가버리는데 그날은 더 열이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는 시사 잡지 기사 중 백신과 관련된 기사를 링크해서 보냈다. 물론 아빠도 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아빠는 썩어빠진 좌파들 때문에 너 같은 전교조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고 답을 보냈다. 나는 더 열이 받아 나는 전교조가 아니고 그보다 더한 교사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하고 제발 쓰레기 같은 jjd 기사 좀 보지 말라고 하며 선택은 내가 하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화창을 나와 버렸다.


ROUND 2

편이 주말에 내려왔다. 업종을 바꿨는데 그것도 시원찮은 것 같았다. 서울에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고 부동산 정책을 개판 쳐서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남편은 서울 상황을 전했다. 지금은 코로나라서 다들 어렵고 변창욱 장관과 이재명처럼 공공임대를 확대한다면 집은 사는 거지 버는 수단이 아니라는 패러다임이 바뀌면 미친 듯이 널뛰는 부동산도 내려가지 않을까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난 남편의 말도 맞는 것 같지만 내 생각도 맞는 것 같아서 속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폭탄은 또 엄한 데서 터졌다. 민주당이 당원당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후보를 안내기로 했으면서 왜 내냐는 것이었다. 나는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을 한 것이 아니고 언론과 판사들의 예단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추행을 당한 후보가 후임자한테 박원순 시장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적인 메모를 남기는 게 말이 되냐고 그 노랑머리 김@@ 변호사는 실제 성폭행 의뢰인의 사건은 묵살하더니 박원순껀은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그리고 국힘당에서 나오는 성추행 , 성폭행은 언론에 한 줄 나오다가 말고 민주당만 파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때부터 윤짜장을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처럼 정의롭게 보는 남편의 의견과 장모와 아내의 온갖 범행과 자신의 범행을 독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막고 남의 집은 벌집 쑤시듯이 기소권을 남발하는 윤짜장을 최악의 검찰 총장으로 보는 나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서로 언쟁을 하는 꼴을 보여줘서 딸아이에게 미안했다.

전에도 이것으로 한번 싸웠는데 오늘이 두 번 째다. 생각해보면 나는 서울시장을 뽑을 권한도 없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를 남편이 어렵다는데 공감도 못하고 위선적인 좌파로 몰아가서 너무 기분 나빴다. 남편은 내게 무엇을 보냐고 물었다. 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이동형의 이의제의, 새날, 언알바, 김초운 , 정치일학, 김용민tv 같은 것을 본다고 했다. 남편은 갑자기 김어준에 꽂혔다. 남편이 내가 싫어하는 빨간당의 논리와 똑같은 리로 김어준을 폄하했다. 더 이상 말하면 더 수위가 높아질 것 같아서 몇 시간의 냉랭한 분위기를 지나고 다음 날 우린 밥도 먹고 디저트고 먹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보내긴 했다.


ROUND 3

60대 교사 선배님이 서울 광장동에 싸게 팔고 온 아파트 얘기를 속상한 감정을 털어내면서 문재인이랑 노무현이 집값을 다 올려 났다고 말하신다. 나는 아닌데 국회의원일 때 자신이 부동산이 혜택을 받는 법을 통과시킨 주@@이 23억 , 박@@ 70억 은 명박이와 박근혜 당 국회의원 때문인데요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만 정중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문재인 좋아?" "아뇨, 저는 그보다 더 화끈하고 개혁적인 이재명이 좋아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상한 지식인들 많잖아. 양심 없고 조국 같은(네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람들 말이야라고 말씀하신다. "지금 서울시장 후보가 윤짜장이 다 불기소 처리해서 그렇지 죄가 더 많을 걸요. 조국 교수님은 죄가 없는데 그 판사가 괘씸죄로 여론 재판한 거라고 생각해요. 친동생 성폭행한 의사 무죄, 졸업증명서 위조는 집행유예로 판단한 판사인데 조국 교수님 사건을 4년 법정 구속하는 건 하나도 형평성에 맞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선생님도 나도 그런데 서로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 언성이 높아지거나 얼굴이 붉혀지진 않았다.


아빠, 남편, 지인과 며칠에 걸쳐 일어난 정치적 공방에 지쳐 김봄 작가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가 문득 빌리고 싶었다. 그분은 어떻게 이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냈을까? 궁금했다. 김봄 작가에게는 우리 집 아빠와 비슷한 생각의 손여사가 있다.

손여사는 좌파들이 박정희의 무덤에 박정희의 기를 끊으려고 철심을 예순 개나 심어놓은지 아신다. 김봄 작가에게 배웠다는 년이 그것도 모른다고 타박한다. 김봄 작가도 내가 아빠에게 한 말처럼 똑같은 말을 한 장면이 나왔다.

엄마! 다 가짜 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p24

난 이 페이지를 읽고 빵 터져버렸다. 나와 똑같은 복붙 가정이 또 있구나라는 하는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 그리고 자유대한민국이 좋은데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리는 김봄 작가와 나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손여사의 뉴스에 반박을 하다가 김봄 작가는 빨갱이로 몰렸다. 내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사실과 가방에 노란색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이미 아빠에게 빨갱이로 몰렸다.

손여사는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라고 하셨지만 김봄 작가님이 이십만 원을 걸자 손여사님은 아빠가 기다린다며 프랑스로 가는 동안 돌봄이 필요한 김봄 작가의 반려묘를 봐주기로 승낙한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
어쨌든 손 여사랑은 정치적으로 절교 p25
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내가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내가 진보 딸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p170

책 곳곳에 나의 입장과 비슷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어 와 닿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 아빠는 계속 보수일 것이다. 아빠와 같이 사는 우리 엄마도 계속 보수일 것이다. 우리 남편도 지금 그쪽으로 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 아빠를 부모 취급을 남편을 남편 취급을 안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진보라고 해서 아내 취급을 딸 취급을 못 받을 것인가? 김봄 작가의 두 번째 물음에는 약간 자신이 없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우린 각자의 구미에 맞는 후보를 찍을 것이고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각자의 정치 유튜브를 들을 것이다. 빨간 선, 파란선 선 색깔은 다르지만 가족의 테두리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친구가 동료 교사가 나와 정치적 색채가 다르면 그냥 속으로만 놀랄 뿐인데, 가족이랑 어떤 이념에서 부딪히면 날이 서는 이중적인 내 모습도 반성한다.

그래도 파랑은 파랗게 빨강은 빨갛다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뒤엉켜서 보라색이 되는 상황은 쉽지 않고 보라색을 억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사양한다. 가족끼리 종교와 정치는 서로 권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나는 정치 천민인 교사다. 내게 주어진 정치 활동은 오로지 투표권 밖에 없다.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고 응원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줄 수도 없다. 이런 정치 천민에게 빨갱이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날의 일이 미안했는지 "자기야~"하고 코에 힘을 잔뜩 준 목소리를 낸다.

아빠에게 톡이 왔다. 내가 가르쳐준 동영상 편집 어플로 또 잔뜩 우리 딸의 사진을 합성도 하고 음악까지 깐 동영상을 보내준다. 나는 그때 날 서게 말한 것이 미안해서 과한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

왜 싸웠는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그런데 조만간 내 딸이 또 불을 붙일 것 같다.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 엄마는 굳건한 좌파고 아빠는 아주 빨갛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아빠를 설득해볼까?"라고 묻는다.

'아니야, 제발 그러지 마 . 불 붙이지마 우리 화해했어. 너 전화하면 안 된다. 엄마가 너 세뇌시켰다고 또 뭐라 한다. 니아빠. 절대 그르지마 알았지'

딸에게 그 생각이 싹 사라지도록 어서 맛있는 것을 대령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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