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을 잃은 취미

by 아무거나

2월에는 대금을 멈췄다. 학교를 옮기는 사람, 업무가 바뀌는 사람들, 중간에 낀 설 명절로 어수선할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2월에는 대금반 수업이 없었다. 3월이 되어서 대금반 회장 선생님께 줌으로 대금을 다시 하냐고 단톡 방에 운을 띄웠다. 대금반에는 나와 달리 중고등 선생님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보충 수업이 언제 하는지 정해지지가 않아서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하셨다. 다섯 시 반에 시작한 줌은 보충 수업을 하면 최소한 여섯 시 반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하신다. 한 분은 작년에 퇴직을 하셔서 제2의 인생의 삶을 개척 중이라 5월은 되어야 시간이 되신다고 하셨다. 나와 같은 초등 선생님 회장님 빼고는 다들 3월 대금 수업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았다. 아직 정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채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 맘 때쯤이면 우리는 공연할 때 연주회 곡이 정해져서 연주곡을 연습하고 연주곡 외에 세령산이나 상령산과 같은 정악곡을 연습했다. 일주일에 한 번 사부님의 연습실에서 옹기종기 모였다. 대금을 풀기 전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학교 일을 나눴다. 중등 선생님은 나에게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돼서 힘들겠다 위로하고 나는 중등 선생님께 시험지 문제 내고 생기부 관리하는 것 정말 힘드시겠다고 위로를 해주곤 했다. 그리고 각자 연습을 하다가 사부님이 " 차 한잔 드시고 하셔요!" 하면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부님의 레슨 방에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사부님이 정갈한 찻잔에 따뜻한 차를 내주시면 차 맛도 모르면서 국화차나 보이차를 음미다. 몇 년째 불러도 나아지지 않는 대금 소리가 싫지만 몇 달을 다듬으면 꽤나 들을만한 음악이 만들어지는 이 과정이 즐거웠다. 작년에는 국악 합주 동아리가 20주년이 되는 해라서 2019년도 연주회 뒤풀이가 끝나고 나서는 꽤 거창하게 무대를 준비하려고 했었다. 4달 뒤에 닥칠 코로나 올 줄은 상상도 못 한 채 말이다. 코로나 끝나면 다시 모여요가 1년이 지나간다. 줌으로 대금 레슨도 언제 시작할지 모른다. 연주회 곡을 연습하면서 대금반과 합을 맞춰가고 가야금, 소금, 거문고, 피리, 모듬북, 아쟁 파트와 소리를 다듬는 과정을 나는 꽤 즐겼는데 올해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즐겁고 1년에 한 번은 큰 무대에 서는 것도 즐거워했는데 이 모든 것이 언제 시작될지 몰라 슬프다. 1년에 무대를 한 번 섰던 일반인이 나도 그 무대가 그리운데, 코로나로 무대를 잃은 예술인의 무대에 대한 갈망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클 것 같다.

소박한 나의 취미가 동력을 잃지 않기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무대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기를

코로나 19 ,너 좀 이제 꺼져줄 때도 되지 않았니? ㅠ,ㅠ

나이도 제각각, 성격과 정치적 성향도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우리는 어쩌다가 대금 악기로 모였다. 그 사람들이 문득 그립다. 줌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만날 날을 하루빨리 기다린다.

PS "사부님, 우리 세령산 말고 이날치나 영화 Ost 하나 연습하면 안 될까요? 솔직히 재미가 없네요.^^"

국악관현악곡 청청-2019 연주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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