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같은 날인 토요일이었다. 자는 동안 새로운 소식이 없나 내가 구독하는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오늘이 4월 3일 제주 43 사건이 있는 날이라고 알려준다. 딸아이에게 " 너 제주 43 사건 아냐?"하고 물어보니 아니 몰라라는 답 대신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응 알아" " 너 어떻게 알아?" "왜 엄마가 무명천 할머니 사줬잖아. 그때 읽었어."라고 말해줬다. 큰 의미를 두고 산 책은 아니었지만 한 번쯤 읽어봤음 직해서 툭 꽂아두었던 그림책이었는데 어느새 그것을 읽고 나에게 제주 43 사건을 안다고 한 것이 기특하기도 했다. 나의 학생들에게 읽어주기는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고민을 했지만 딸아이의 반응 때문에 나는 무명천 할머니를 나의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월요일이 식목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계획을 변경하여 오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그림이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총소리를 나타내는 장면들이 많았기에
"탕탕탕"하는 소리를 읽을 때 평소 같으면 소란스러운 우리 반이 숨죽여 들었다. 무차별하게 폭격을 하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마음을 조마조마하면서, 진아영 할머니 그 사람들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치라고 응원을 하면서 나와 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 들어갔다. 어떤 아이들은 눈을 질끈 감기도 했고, 어떤 아이들은 너무 슬프다고 감정을 뱉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우울한 이야기가 싫은지 " 언제 끝나요?, 선생님"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루시드 폴의 4월의 춤까지 들려줬더니 명랑했던 교실 분위기는 냉랭한 바람이 한 바탕 불어서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한 아이가 말한다. " 제주도 안 살아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한다. "제주도에 사는 여러분 친구들은 할머니의 할머니가 이런 아픔을 겪었을 수도 있어요.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무명천 할머니를 잘 기억해주도록 해요."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주제를 읽어줬나 하고 후회도 들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 복잡한 하루였다.
탕탕탕 총에 턱을 맞아 평생을 무명천으로 가리고 사는 할머니의 삶을 저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닷가에 뿌려진 부모님의 시체를 물고기들이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주도에 살면서도 평생 생선을 입에 대지 않는 어느 손녀의 할머니의 삶을 저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