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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Apr 07. 2021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but 현실은 몸뚱이 하나

간질간질을 읽고

노란 얼굴의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서현 작가, 서현 작가를 처음 접한 계기는 우연히 내 손에 잡힌 커졌다이다. 커졌다 다음 눈물바다, 눈물바다 다음으로 기다린 그녀의 신작 '간질간질'

고학년 감정 읽기 수업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눈물바다'이지만 저학년 담임인 가 아이들에게 읽어줬을 때 가장 좋았던 반응의 책은 '간질간질', '커졌다', '눈물바다'순이다. 나는 세 권 다 좋지만 대중의 반응을 먹고사는 연예인의 피가 흐르는지 나도 솔직히 말하면 눈물바다가 제일 후순위다.

 이 책은 내용은

출처:yes24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긁으면 머리카락의 수만큼  '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의 향연이다. '나'들의 입장에서 보면 향연이나 식구들의 입장에서는 철없는 어린아이가 곱절로 늘어나는 장면은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출처:yes24

하지만 나의 어린이들은 간질간질의 '나'와 물아일체가 되어서 신나는 파티를 흠뻑 즐긴다. 나의 어린이들은 나들처럼 춤을 추고 머리카락을 벅벅 긁어서 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환호성을 치면서 "오예"를 크게 외친다. 나도 그 분위기에 신나서 다 같이 이런 포즈로 하나 둘 셋 "오예"하면서 이 나이에 주책맞지만 어린이들과 춤을 춘다. 오예란 추임새를 넣으면서 신나는 파티 한판을 즐기는 것처럼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책 간질간질.. 과연 그 결말은? 60초 후에 공개도 안 할꺼지롱~결말을 알려주고 싶어 입 안이 근질근질하지만 결말이 궁금한 분은 직접 확인하기 바래요. ^^

출처:내돈내산

이번 주는 상담주간이고 방과 후 강사들에게 월급을 기안도 해야 하는 주이다. 에듀파인을 잘 안 써본 나는 16년 차인데도 공문 기안에 버벅거려야 했고, 행정실에서는 빨리 해달라고 하는데 상담 주간이라 상담 시간도 다가오고 오늘은 정말 간질간질의 나처럼 나가 여러 명이고 싶은 하루였다.

 상담주간으로 상담을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와도  수업 준비도 마무리를 못했다.

그러던 중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딸아이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데 병원 문 닫기 전에 소아과를 갔다 오라는 것이다. 소아과 갔다 오는 길에 내일 필요한 수채화 준비물을 사 오라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수업 준비를 하라는 말에 집까지 일거리를 싸오고 싶진 않은데 후다닥 와서 딸아이를 소아과에 데려가고 굳이 공들여 안 사도 되는 수채화 준비물을(확인해보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 전문가용 팔레트까지는 안 사도 됐었다ㅠ.ㅠ) 사 왔다. 오는 길에 도서관 문 닫기 전에 가서 읽고 싶었던 책도 빌려왔다.

  요즘은 정말 나가 여러 명이고 싶다. 퇴근해서도 아이와 놀아주는 나,

브런치에 밀린 글들을 읽는 나,

정갈하게 다듬어서 브런치 북을 발행하는 나(이번주 일요일까지라는데 못할 것 같다ㅠㅠ)

자전거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나

4월의 독서모임 책을 읽는 나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듣는 나,

글을 쓰는 나, 밀린 시사 잡지를 읽는 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지만 몸뚱이는 고작 하나뿐이다.

나도 나처럼 새치 염색을 미뤄서 많이 하얘진 흰머리를 벅벅 긁어보고 싶은 하루였다. 필요도 없는 흰머리가 나로 태어나면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해치울수 있을텐데 말이다. 특히 오늘의 클라이맥스는 딱지 접기로 학교 꾸미기 활동을 할 때였다.

"선생님 어떻게 해요?" 실물 화상기로 보여줘도 통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지도해야 했다.  색종이를 삼분의 일로 접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4등분을 해 놓았다. 아뿔싸! 다음번에는 이 수업을 다른 방향으로 하던지 내가 내 마음을 더 많이 내려놓던지 정말 내가 10개라도 모자란 하루였다.

부처가 될 것 같았던 오늘의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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