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진 Aug 22. 2024

목적의 난민: 직장 생활에서 찾는 진정한 의미


오늘도 평범한 하루였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와 함께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서도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를 알람 삼아 무거운 눈꺼풀과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며 일에 열중한다.


나의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평범하지 않은 하루였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풍경을 5년 동안 봐왔다.


이 사무실에서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 칭찬받고 기뻐했으며, 


실수하여 혼나고 상심하며,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도 애썼다.


그만큼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동일한 풍경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을 더 반복해야 하는 걸까?


매일 프로젝트를 받고, 매일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다.


잠깐동안 몰려오는 뿌듯함과 기쁨을 만끽하지만, 이게 나의 현실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월급은 그대로이며, 성과급이나 사소한 보상조차 없다.


그저 칭찬과 인정이 있을 뿐.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걸까?


상당한 공허함이 몰려왔다.


목표 없이 계속 달리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집착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명확하게 답을 내려본 적도 없다.


나는 '목적의 난민'이 되었다.






 


학창 시절 나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목표를 설정하고 이끌어 나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정해진 커리큘럼을 성실히 따랐고,


취업하기 위해 정해진 커리큘럼을 성실히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직장이라는 껍데기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고,


이제는 직장이라는 껍데기에 나를 맞추어 살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목표로 어떤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는 걸까? 상당히 혼란스럽다.






내 어릴 적 꿈은 아주 단순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아주 잘 먹고 잘 사는 것.


하지만 아주 잘 먹고 잘 산다고 해도 똑같은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내 주위에 성공적인 경력과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다.


그들은 모든 걸 이룬 사람처럼 보이지만, 입에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삶은 항상 치열한 경쟁이며, 열등감으로 가득 차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점점 삶이 회사를 중심으로 조정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게 된다.


그렇게 어느 순간 돌아보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술안주에는 손색없는 스토리이지만, 저 미래가 나의 미래이고 싶진 않다.


정말 그렇다.


아직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형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원하지 않는 삶을 하나씩 제외하면서 그 목적에 맞는 행동과 투자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