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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진 Sep 02. 2024

퇴사한다고? 현실 자각이 필요해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도 수고했다며 나를 다독이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 냉장고로 달려간다.


그곳에는 매끈한 양철 몸매를 뽐내고 있는 맥주 캔이 있다.


한걸음에 달려가 맥주 캔을 집고는 캔을 딴다.


"칙-"


"꿀꺽-꿀꺽-"


"캬~"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린 나에게 주는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몸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침대 뒹굴기''시원한 맥주' 만한 게 없다.


하지만 치트키를 사용해 만들어낸 잠깐의 행복은 금세 사라지고 현타가 몰려온다.


"아... 언제까지 회사 다녀야 하지.. 유튜브라도 해야 하나..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뭐라도 찾아보고 뭐라도 해야 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유튜브를 켜고 각종 부업과 스펙업, 동기부여 영상으로 부족했던 도파민을 채운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아~ 오늘도 보람찬 시간이었어 :D"


현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유튜브를 본 게 다지만, 도파민을 모두 채운 나는 만족한 듯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날 동일한 하루가 반복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스트레스에 지친 친구는 퇴사를 결심했다.


술자리에서 만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퇴사를 만류했다.


"너무 힘들겠지만 당장 그만두면 뭐 할 거야? 조금만 다시 생각해 봐"


하지만 친구는 이미 결심한 듯 이야기했다.


"아.. 나 그냥 1년 정도 쉬고 다시 취업하려고.."


나는 아무 말없이 친구의 잔에 나의 잔을 부딪히며 묵언의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친구는 정확히 1달 뒤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나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다.


무거운 눈꺼풀과 싸우고, 그와 동시에 업무와 싸우며 나의 일을 반복해 갔다.


몰려오는 스트레스침대맥주가 해결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일 근육이라도 붙은 건지 업무에 능숙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부업이나 스펙업, 동기부여 같은 영상은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왜냐고?


다들 공감하겠지만,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집에 오면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냥 자기 바쁘지.


아무튼 나는 1시간에 10% 하던 사원에서 50%까지는 완료할 수 있는 우수한 사원이 되었다.





나의 친구의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인스타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찍은 사진, 관광 명소 등의 사진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처음엔 사진을 보고 부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이 또한 과중한 업무 탓에 무관심해졌다.



그리고 친구가 귀국했다.





친구는 바로 공무원을 준비한다고 했다.


많이 큰 회사를 다녔던 친구는 자신감이 있었다.


"나 회사 다닐 때 뭘 해도 될 거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


"예를 들면, '공무원 준비하면 잘할 것 같아요~' 이런 거?"


사실이다.


나의 친구는 공부를 잘했던 똑똑한 친구였다.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그래 뭘 해도 될 놈이긴 하지"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똑똑한 놈인 줄 알았다니까?"


친구는 맥주를 들이켜고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하...."


"첫 시험을 보는데 말이야... 딱 느껴지더라고."


"이거... 잘못하면 수험생활이 길어지겠는데...?"


넘치는 자신감가벼운 마음으로 수험 생활을 시작했던 친구는 첫 시험에서 좌절을 맛봤다.


그리고 2년 차.. 3년 차까지 1차 합격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앞에서 인생 한탄을 하고 있다.

 

3년이 지난 나의 친구는 흐르는 좌절감무거운 마음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친구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직도 회사에 다니는 나는 모르는 감정이지만 하나는 안다.



준비 없이 회사의 울타리를 나가면 지옥이란 것을

지금의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친구의 사례로 많은 것을 느낀 나는 오늘도 묵묵히 회사로 출근한다.





친구 : "그래서? 너는 퇴사 준비는 언제 하는데?"


나 :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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