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타자를 두드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었더라?"
치매라도 걸린 듯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정신이 멍해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방금까지 타오르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엄청난 피로와 함께 공허함만이 재로 남아있다.
"아 뇌가 녹은 것 같아... 아무 생각도 안 드네"
그렇게 느낀 나는 조용히 일어나 커피머신으로 향한다.
'찌이이잉-'
커피머신이 내뿜는 타는 커피 향이 나의 코 끝을 스쳤다.
"오~ 냄새"
그 순간 다른 세상으로 날아온 듯 기분이 편안해졌다.
커피를 한잔 홀짝이면서 내가 왜 열심히 타자를 쳤을까 고민해 봤다.
회사에 있는 목적이 뭘까?
당연 돈 벌기 위해서다.
그럼 회사의 목적은 뭘까?
그것도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 다른 포지션에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돈을 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회사 오너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이번 년도 초만 해도 그렇다.
본부장님이 신년사에서 목표를 발표한다.
"금년도 매출 20% 상승을 목표로 합니다."
그 순간 회사 오너의 목소리만 울리던 드넓은 강당에 볼펜 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한다.
'사각- 사각-'
열심히 노트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팀장님을 보고 있자니 20% 목표는 정말 거대한 목표인가 보다.
하자만 나도 곧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우리 팀의 성과를 늘리기 위해 개선 과제를 하나씩 기획해 오라고 하신다.
이런 게 바로 '내리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올 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금년도 상반기는 정말 나의 뜻대로 살지 못했다.
회사가 제시한 목표에 맞추기 위해 일을 했고,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그 이상은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뚜렷한 성과하나가 없다.
"이번 년도 진급은 글렀나.."
'세월을 낚는다'는 이명을 가진 강태공은 몇십 년을 혼자 물고기를 낚았다고 한다.
그러다 노년에 주나라 문왕을 만나 대 제국을 이루는데 일조한다.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똑같이 일 하는데, 어떻게 성과를 만든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는 낚싯대를 강에 내리고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답을 찾아갔을 것이라 추측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낚싯대를 던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 찾기를 치열하게 반복했을 것이다.
이렇게 몇십 년이 쌓인 생각들은 근육이 되고,
이 근육들은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나라라는 거대 기업에 취업했을 때 회사의 목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회사의 목표 안에서 주도적으로 답을 찾아갔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낚시터에서 나온 강태공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였을까 너무 궁금해졌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다시 열심히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마음 한편에서 재로 변했던 열정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주도적으로 해보자"
CEO가 내려준 방침 안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나에게서 치열하게 찾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의 반을 보내는 회사 안에서의 주도적인 삶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