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의무(Treuepflicht)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문명
이진수(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법학박사(행정법), 변호사),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대한 재검토, 충실의무(Treuepflicht)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단법인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행정법연구 제60호 2020년 2월
초록
국가공무원법 제7장에서 각종 의무의 목록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러 의무 중에서 제56조의 “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성실의무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 인정되고 있다.
성실의무는 그 명칭으로 인해 윤리적 성격을 갖는 의무로 설명되고 있다. 우리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실의무는 하나의 개별적인 법적 의무로 되어 있어서 그 위반시 곧바로 징계사유가 된다.
실제로도 성실의무 위반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징계처분이 내려지고 있고, 사안들을 살펴보면 성실의무 위반의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실의무 자체에서 공무원의 의무위반을 추출하는 것보다는, 성실의무에 위반되는 행위 유형을 구체적인 행위규범으로 정하고 그러한 행위가 있을 때 행위규범 위반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도록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구체화하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징계현황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징계 23.6%
2018년도 통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 중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하는 징계가 8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징계사유들과 비교하여 가장 추상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의무 위반이 실제 징계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도 징계처분 총 2,057건이었는데, 이 중에서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징계처분은 486건으로, 전체의 23.6%를 차지하고 있다.3) 이 중에는 파면(4건), 해임(21건), 강등(7건) 등 중징계가 32건 포함되어 있다.
살펴보면 성실의무 위반의 범위가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통계참고: 2017년도까지는 ‘성실의무 위반’을 별도의 비위 유형으로 관리하지 않다가 2018년도부터 비위 유형 코드를 변경하여 성실의무 위반을 별도의 비위 유형으로 관리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통계자료는 2018년도의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는 인사
혁신처, 2019 인사혁신통계연보, 2019, 인사혁신처, 69면 참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
정성스럽고 참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
1963년 법률에서는 성실의무의 내용 중 “전력을 다하여” 직무를 집행할 의무를 삭제하는 대신에 동 법률 제58조에 “직장이탈금지” 의무를 신설하면서, 그 대신 ‘성실의무’ 조항에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규정하였다. 성실의무는 문리적으로는 ‘정성스럽고 참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학계의 통설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주어진 직무와 관련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법적 의무
통설적 견해는 성실의무를 “주어진 직무와 관련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법적 의무”로 이해한다. 구체적으로는 “양심에 따라 전인격을 바쳐 직무에 충실하여야 하고, 국가이익을 도모하여야” 할 의무, 또는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 등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성실의무는 특히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항상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징계 등 행정실무
직무를 태만히 한 때”(제78조 제1항 제2호)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는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로만 규정되어 있고, 어떠한 행위가 성실한 직무수행인지 또는 불성실한 직무수행인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사유로 규정된 “직무를 태만히 한 때”(제78조 제1항 제2호)에는 성실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정도를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떠한 행위가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법령상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정한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의 규정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의 규정
동 별표에 따르면, 성실의무 위반은 다음의 여러 비위 유형으로 구성된다. ①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2제1항제2호35)에 해당하는 비위, 즉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산 및 기금, 「지방재정법」에 따른 예산 및 「지방자치단체기금관리기본법」에 따른 기금, 「국고금 관리법」 제2조제1호에 따른 국고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보조금, 「국유재산법」 제2조제1호에 따른 국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조제1항에 따른 물품,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조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공유재산 및 물품 등을 횡령, 배임, 절도, 사기 또는 유용한 경우, ②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 ③ 부작위・직무태만 또는 회계질서 문란, ④ 소극행정, ⑤ 직무 관련 주요 부패행위의 신고・고발 의무 불이행, ⑥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또는 부정청탁, ⑦ 성과상여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경우, ⑧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따른 부당한 행위*, ⑨ 성 관련 비위 또는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따른 부당한 행위를 은폐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 규정되어 있다. 동 별표에서는 위의 행위 이외에도 ‘기타행위’를 성실의무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위의 규정은 비위행위의 예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⑧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따른 부당한 행위 :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의 금지)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 인가・허가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그 신청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제3자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
기 위하여 부당하게 그 신청의 접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2.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요구를 하는 행위
3. 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체결하는 물품・용역・공사 등 계약에 관하여 직무관련자에게 자신이 소
속된 기관의 의무 또는 부담의 이행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집행해야 할 업무
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4. 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소속기관 또는 산하기관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업무를 부당하게 전가
하거나 그 업무에 관한 비용・인력을 부담하도록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
5. 그 밖에 직무관련자, 직무 관련 공무원, 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소속기관 또는 산하기관의 권
리・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
소결
징계처분은 형사벌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침익성 가져
일반조항인 성실의무 위반을 적용하는 ‘일반조항으로의 도피’ 축소 필요
공무원의 징계사유를 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1호는 “이 법을 위반”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성실의무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규정된 의무이므로, 국가공무원법의 해석상 성실의무를 위반하면 다른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곧바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게 된다.
성실의무가 갖는 무정형성과 포괄성, 그리고 불명확성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실무와 판례에서는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서 이질적이고 다양한 광범위한 유형의 행위들을 재단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실제로는 형사벌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침익성을 갖기 때문에, 징계벌의 적용에 있어서 죄형법정주의만큼 엄격한 규정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선언적 규정을 근거로 곧바로 징계를 과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행위규범을 정밀하게 규정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성실의무를 행위책임으로 보더라도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가지는 일반조항(一般條項)의 성격을 감안하여, 성실의무 위반을 곧바로 징계사유로 적용하는 것에는 엄격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즉, 공무원이 성실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하는 것 사이에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구체적인 규범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 그 위반행위를 우선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아야 할 것이고, 쉽사리 일반조항인 성실의무 위반을 적용하는 이른 바 ‘일반조항으로의 도피’는 엄격하게 축소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