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elo Hills 대표, 전 AHC 부대표 겸 CMO 임정아 님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하려면 제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건 '나'잖아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요.
브랜드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품은 좋지만 브랜드가 모호한 회사, 어떻게 마케팅하면 좋을까요?
리브랜딩으로 1년 3개월 만에 기업 가치 3조를 달성한 경험이 있는 Noelo Hilss 대표 임정아 님!
헤이조이스 온라인 컨퍼런스 <실전! 마케팅>에서 그 비법을 공유하실 예정이에요.
먼저 인터뷰로 만나 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 달 새로 출시될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노엘로힐즈 대표를 맡고 있는 임정아라고 합니다.
저는 커리어를 경영컨설팅에서 시작했어요.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았지요. 그 이후엔 클라이언트 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 실제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는데요. IT·텔레콤 업계, 화장품 업계 두 가지 산업을 경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AHC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카버코리아라는 회사에서 CMO로 재직했어요.
2016년도에 제가 입사했을 때, 이미 15년 이상 좋은 제품으로 영업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었어요. 더 큰 성장을 위해 베인캐피탈이라는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에 지분을 매각한 시점에 합류했습니다.
이 때 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합류해 본격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작업을 했어요. 결론적으로 1년 3개월 후에 유니레버라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매각이 되었는데요. 당시 기업 가치 평가액은 3조원이 넘었습니다.
물론 기업의 밸류 업(value up)은 마케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다방면에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다만 매각 협상에서 마케팅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특히 화장품 시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브랜딩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장에서 하이라이트를 받았던 것 뿐이지, 전반적으로 회사의 모든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을 했답니다.
당시 회사가 이미 마케팅하기 좋은 기반을 갖고 있었어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제품군 여럿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요. 재구매율도 아주 높았어요.
다만 화장품이다보니 제품만큼이나 브랜딩이 중요했는데요. 브랜딩이란 고객들의 머릿속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잖아요. 그런데 당시에는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는 잘 모르는 게 현실이었어요. 다양한 고객들에게 여쭤봤더니, 본인이 어떤 제품으로 브랜드를 처음 접했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다 다르더라고요.
제가 했던 일은 기존에 제품을 통해 다져놓은 좋은 이미지를 하나로 다 예쁘게 모으는 것이었지요. 우리만의 경쟁력 있고, 차별화 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이런 브랜드다"라고 발표했을 때 고객들이 동의해 주는 브랜드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포커스를 두고 작업했습니다.
리브랜딩을 하거나, 브랜딩이 느슨하게 잡혀 있던 부분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할 때 마케터분들이 많이 잊게 되는 부분 중 하나가 회사의 히스토리인 것 같아요. 보통 회사 밖에 있는 시장을 보고, 경쟁사를 보고, 유통을 보게 되거든요. 저는 그런 것보다도 회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역사나 조직 문화 같은 부분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언제나 브랜드를 생각할 때 사람처럼 생각하거든요.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하려면 제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건 나잖아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요. 브랜드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기업이라고 해서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각각의 사람도, 각각의 회사도 지금까지 겪어 온 경험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현재 겪고 있는 상황도 굉장히 다르지요. 주변 상황에 맞춰 반응하고 변화해야 하는 존재이고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 결정하는 것은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잖아요.
새로 입사해서 회사를 잘 모를 때 마케팅과 관련 없는 회의에도 많이 들어갔었어요. 사람들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식으로 제품을 이야기하고, 경쟁사를 바라보는지 포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였어요. 또 회사 창업자가 어떤 의지와 의도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그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많이 관찰하고 대화했고요.
이미 회사는 세련되지 않았다 뿐이지 스토리의 기본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그걸 잘 모아서 전략적으로 정리하고, 포장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했지요.
큰 개념 차원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첫 번째는 분석, 두 번째는 분석에 따른 전략 세팅, 세 번째는 그 전략에 얼라인(align) 된 집요한 실행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굉장히 다양한 걸 분석해야 하죠. 기본적으로 시장, 경쟁사, 제품력, 고객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해요. 우리는 어떤 핵심 역량(core capability)를 갖고 있으며, 잘 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회사가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분석도 다 어우러져야죠. 또 하나 중요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이 잘 들여다 보지 않는 부분인 재무적인 분석도 있고요. 맨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 다음 단계로, 이 모든 복합적인 이해가 마케팅 내지는 브랜딩 전략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고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다음 단계로 내려가서 "자, 이제 어떻게 실행할 거냐?" 이야기할 수 있겠죠.
실행 단계에서는 매체 같은 구체적인 걸 논의하기 전에, 먼저 핵심적인 메시지를 정리해야 해요. '어떤 메시지를, 어떤 톤앤매너로, 어떻게 차별화 된 우리만의 컬러를 경쟁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 메시지를 가지고 광고를 할 것인가, 디지털로 갈 것인가 결정하게 되죠. 구체적인 실행은 제일 끝단에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그보다 앞단의 분석과 전략, 메시징이 전체 과정의 90% 이상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커리어를 전략에서 시작했잖아요. 3년 간 경영 컨설팅에서 일한 다음, 비즈니스 스쿨에 MBA를 따러 가면서 막연하게 '아, 나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장 베이직한 마케팅 클래스를 듣는데, 교수님이 한 학기 내내 제가 이미 경영 컨설팅에서 했던 전략을 똑같이 가르치시는 거예요. 당시 제가 생각했던 마케팅은 광고를 하는 법 같은 거였는데요. 그 때 깨달았죠. 마케팅이라는 게 나중에 포장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핵심적으로 전략을 잘 수립해서 그걸 실행까지 가져가는 거구나.
물론 저는 주니어였을 때 전략으로 시작해서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고요. 다른 커리어 트랙을 가진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시겠죠.
마케팅은 접점이다.
우리 회사가 참여를 하든 말든 존재하는 고객과 시장에, 우리가 가진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는 일이 마케팅이거든요. 회사와 고객이 만나는 접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미 나이가 많아서... (웃음) 이게 얼마만큼 와 닿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멋져 보이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거기 가면 왠지 뭔가 배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앞서 나가는 것 같고... '잘 나가는 회사, 핫한 회사에 가고 싶다.' 제 세대 때는 경영컨설팅이 그런 업이었어요. 참 좋은 경험을 많이 했죠.
그 이후로 제가 업종도 바꾸고, 직무도 바꾸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꼈던 게 있어요. 잘 갖춰진 회사, 한 번 쯤은 가 볼 가치가 있어요. 그건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죠. 마치 학교에 가는 것처럼, 기본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거예요.
하지만 커리어를 잘 가져간다는 건, 어느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든 기존보다 나로 인해 회사가 더 좋아져야 되는 거잖아요. 그게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그래야만 내 커리어도 회사와 맞물려 상승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잘 갖춰진 곳에 가면 솔직히 주니어로서는 할 일이 별로 없어요. 모든 생각과 전략은 이미 깔끔하게 짜여 있고, 그 시점에 주니어들이 들어가면 시키는 일을 하는 형식이 될 거예요. 기회는 언제나 망가진 곳, 새로운 곳,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오거든요.
물론 실패할 확률도 굉장히 높죠. 그런데 실패해도 괜찮아요. 저는 잘 못했을 때 훨씬 배운 게 많았어요. 잘 되는 곳에서 나의 성장이 평탄한 그래프를 그린다면, 잘 안 되는 곳에서 실패하며 배운 건 정말 역량이 점프하더라고요. 깨달음도 많고, 배운 것도 많고, 결국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그 다음 경험에서는 제가 훨씬 더 성숙하는 거죠.
그래서 젊은 마케터들한테 얘기해 드리고 싶어요. 도전하세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왜냐면 다음은 언제나 있으니까. 그걸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되실 거예요.
아마도 마케팅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이 과연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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