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상무 박남영 님
반갑습니다, 삼성물산 상무로 일하고 있는 박남영이라고 합니다. 졸업 후 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입사해 상품기획, 기획팀을 거쳐 상해법인 상품담당, 전략기획담당, 빈폴 사업부장을 지냈어요. 지금은 해외상품 2사업부장으로서 비이커, 띠어리, 토리버치, 메종키츠네를 총괄하고 있어요. 처음 삼성물산에 입사한 게 1993년이었으니 벌써 30년 차를 바라보고 있네요. (웃음)
비이커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의 컨템포러리 편집숍입니다. 2010년부터 2년간 준비해서 론칭했죠. 당시에는 분더샵, 10 꼬르소꼬모같은 하이엔드 편집숍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다른 나라에는 볼 수 없는 프리미엄 편집숍을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국 4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비이커는 2020년 연 매출 1000억을 달성하며 고성장하는 삼성물산 대표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단 한남, 청담에 가면 참새방앗간 들르듯 방문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비이커에 가면 항상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는 인식을 만들려 노력했죠.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움직이기 위해 '컬쳐 블렌딩 유니온(Culture Blending Union)'이라는 컨셉을 만들었어요.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패션 브랜드와 예술을 믹싱해서 팝업 스토어 등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죠. Ganni, Rouje같은 해외 수입브랜드, 마지셔우드 같은 잡화 브랜드, 카멜 커피 같은 유명 F&B 브랜드까지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협업을 펼쳤어요.
그러면서 비이커가 소개하는 제품은 그게 무엇이든 '비이커 다울 것이다'라는 기대감과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한 문장으로 정리하긴 힘들지만, 비이커가 '무엇을' 가져와서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비이커는 아주 트렌디하면서도 격식을 과하게 차리지 않는 스타일, MZ세대가 선호하는 '꾸안꾸 컨셉'을 추구하고 있어요.
비이커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가 해외, 국내, 라이프스타일을 합쳐서 총 300개가 넘습니다. 가격대도 10만원 미만부터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고 추구하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모두 비이커가 추구하는 컨셉 범위 안에 있어요. 그렇다면 비이커답게 보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브랜드와 문화를 결합시켜 재밌고 독특한 일을 벌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을 모으고 주목을 끌기 위해 유행하는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수입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만 으로는 롱런할 수 없어요. 모두가 같은 전략을 쓰면 결국 더 많은 물건, 더 싼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거든요. 편집숍은 단일 브랜드보다 재고를 떠안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이때 출혈전쟁을 피하면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만의 취향을 타겟하는 고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비이커가 그랬던 것처럼 고객과 편집숍 사이에 기대감과 신뢰가 생길 수 있겠죠.
10년 동안 비이커의 아이덴티티 안에서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왔어요. 이 과정에서 ‘비이커다움'을 만들어 낸 MD들의 노력을 소개드리고 싶어요. 강연을 통해 MD를 지망하시는 분들이 '브랜드의 주인'인 MD가 해외 파트너들, 여러 브랜드, 다른 기능의 부서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맛보실 수 있길 바라요. 그럼, 콘조이스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