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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Nov 21. 2022

“‘내 비전’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이어야 해요”

강혜원 롯데마트 주류부문장 

“그 순간, 우리는 같은 꿈을 꾸는 거예요.”
롯데마트 주류부문장으로서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 사업을 이끈 강혜원 님은 고객과의 인터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회사와 고객이 서로 비전을 공유했기에,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고 명확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오늘은 모두의 목표가 같은 곳을 향할 때 비로소 함께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강혜원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난 12월 오픈한 롯데마트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가 4개월 만에 매출 60억 원을 돌파, 오픈런 현상을 이끄는 등 놀라운 성과를 냈어요. 내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요?
마트에 오지 않았던 고객과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자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보틀벙커 오픈 초기 3개월 동안 전체 고객 중 지난 1년간 롯데마트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고객들이 50% 이상이었어요. 2030 고객들도 과반이었고요. 40~50대가 주를 이룬 기존 마트 고객층을 고려하면 ‘뉴 블러드'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죠. 매출은 연평균 대비 5배 이상 늘었어요. 잠실이라는 로케이션은 그대로였지만, 마트 안에 있던 와인 코너에서 별도의 와인 전문점으로 변화한 것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생각해요.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예요. 직원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보틀벙커가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경험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에요. 와인은 여러 매장이 동일한 상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특성상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품목이에요. 어떤 와인을 살지 정한 고객에겐 가격이 중요하겠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어떤 와인을 살지 모르는 채로 매장에 오시거든요. 그럴 때 보틀벙커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새롭게 발견하고 와인과 더 친해지는, 그런 경험들을 드리고 싶어요. 쇼핑의 가치를 전해드리는 거죠. 뭔가를 사야겠다고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그런 곳이 있잖아요. 와인을 사야 할 때,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싶을 때, 막연한 니즈를 갖고 있을 때, 언제든 찾기 좋은 곳이 되는 게 보틀벙커의 다음 목표예요.

대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 컨설팅 등을 모두 경험하면서 다양한 사업 성패를 목격했을 것 같아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본질에 집중하는 것. 고객이 겪는 불편함의 본질을 꿰뚫는 게 첫째, 그다음은 명확한 솔루션과 뾰족한 아이디어,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졌을 때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지금과 같이 고객들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존의 성공 사례를 답습하려고만 한다면 이미 지나가 버린 흐름을 잡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해요. 목표는 어디에 두느냐, 철저히 고객이죠.


물론 고객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냈다고 해도 세상에 내놨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럴 땐 보완해나가면 돼요.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있잖아요. 뭐가 안 먹히는지를 알았으니 더 좋은 안을 낼 수 있어요. 요새는 대기업조차도 실패 경험을 높이 산다고 보거든요. 몸으로 부딪쳐 배웠으니까 거기서 피벗을 해야죠. 그렇게 생각하면 실패의 리스크가 그리 큰 건 아니에요. 리스크를 최소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일도 중요해요. 음식점을 열었다가 망하면 식기, 테이블 같은 것들을 되팔 수 있어야겠죠. 만약 벽이나 천장처럼 되팔 수 없는 것들에 많이 투자한다면 손실이 클 거예요.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 중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문제를 해결해 줄 실마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좌뇌와 우뇌의 밸런스요. 딱 반반씩 잘 꺼내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끔은 치우칠 때가 있잖아요. 내 감으로는 이게 될 것 같은데 숫자로는 증명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거고요. 우뇌형 사람이라면 좌뇌를, 반대로 좌뇌형이라면 우뇌를 보완해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동료, 상사, 외부 파트너, 팀원, 누구든지요.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잘 이뤄져야 사업이 기획안에서 그치지 않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기획과 실행을 별개로 둔 기획안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사업을 기획할 때 실행하고 결과물을 내는 것까지 고려해야 해요. 이를 위해 어떻게 운영할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등 이해관계자 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죠. 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대신 계속 꺼내놓고 얘기하면서 같이 답을 찾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객관적인 이해를 넘어 비전 공유를 통한 진심 어린 교감이 중요하다는 거군요.
제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가 “Help me to help you”거든요. “내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줘”가 아니라 “우리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자”인 거죠. 고객 인터뷰를 할 때, 고객분이 불편함을 얘기하시면 제가 그런 불편함을 없애고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말씀드려요. 제가 “그런 곳이 있으면 정말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라고 물으면 “너무 좋겠다. 맨날 놀러 갈 것 같다.”라고 답해요. 그 순간 그와 나는 같은 꿈을 꾸는 거예요. “제가 고객님이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드릴 테니 저 좀 도와주세요!” 함께 만들어갈 공통의 비전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팀원들과도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소통하면서 각자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요.


관련해 “경험이 쌓일수록 누군가를 성공하도록 도울 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일을 지속가능하게 한다"고 전하기도 했어요.
제가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재미와 보람이예요. 특히 보람은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아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언제 보람을 느끼나 돌이켜 보면, 고객의 불편함이 해소됐을 때, 와인과 친해졌을 때, 직원들이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게 되고 성장했을 때예요.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직장 생활에서 느껴지는 많은 스트레스나 갈등을 버텨가고 극복해 나가는 이유가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나의 재미와 보람’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일에 있어서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거죠?
나에 대해,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면 일단 출발이 불가능해요. 자아 성찰을 통해서 가끔의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게 첫 번째예요.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매일매일 다루는 콘텐츠에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가가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워라블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일이 되는 순간 어차피 재미없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걸 하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나 스펙 등 다른 조건에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거라고 봐요.




*11월 9일자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인터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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