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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Nov 22. 2022

“나다운 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요”

김고운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국 과장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국 과장을 맡고 있는 김고운 님은 '낯섦'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예요. 회사 안에서는 자발적으로 부서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업무들을 익혔고, 회사 밖에서는 고민을 나누고 시야를 넓혀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특히 헤이조이스에서 만난 멤버들은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유대를 통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줬죠. 이번 인터뷰는 "나다운 결정을 위해 나만의 근거를 찾는 경험 수집가" 김고운 님과 함께합니다.


Q. 관광청공공기관을 거치며 공공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어요지금의 국제기구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무역투자  국제교류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해요쉽게 말해서, 사람-지역-자원을 연결해 공공가치를 확산시키는 ‘판을 만드는 역할이에요다자협의체 특성상 모든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상시, 그리고 동시에 운영해요. 마치 거미줄처럼요. 만약 제가 5개국을 커버한다고 하면 10~15개의 채널을 동시에 유지하는 거죠하나라도 놓치면  돼요.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의 산업 및 외교정책, 정상회담 결과, 언론 동향뿐 아니라 국제정세를 상시 모니터링, 관련 정책 보고서나 정부 발표문, 연구 보고서 등을 스터디하며 아젠다를 설정해야 하죠.


Q.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퇴근 후 리더십과 조직문화 관련 스터디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요.

지금 제 커리어에서 채워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요. 체력이 부족하다면 운동으로 채우는 것처럼요. 해당 스터디모임은 리더십에 관한 책이나 글을 읽고 본인이 가진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죠. 대부분 팀장인 분들이 모여요. 그분들이 어떤 고민하고 있는지 듣고 싶었어요. 저한테 선행학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반대로 그분들이 ‘도대체 팀원들은 왜 그럴까'를 궁금해하면 제가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마음을 전해주기도 해요. 이전에 헤이조이스를 통해 만났던 분들과도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지속하고 있어요. 앞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이 커리어 성장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겪어야만 하는 거구나. 그렇게 에너지를 얻고 다시 일하러 가죠. (웃음)


Q. 막연히 공공기관의 순환보직과 인사이동에 두려움을 갖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공공기관에 있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문성을 충분히 쌓을 수 있고 다른 기관에 있더라도 ‘물경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조직 내 제도를 성장할 기회로 삼으면 좋겠어요. 외부 교육이나 연수도 도움이 되지만, ‘일에서 배우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 저 역시 자발적인 부서 이동을 통해 현재 무역 투자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난생처음이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배우겠냐는 마음으로 지원했죠. 경험한 만큼만 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경험이 저만의 근거를 계속 만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저 자신을 ‘나다운 결정을 위해 나만의 근거를 찾는 경험 수집가’라고 정의했어요.


Q. 이렇게 흔들림 없이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데, ‘커리어 사춘기'를 겪기도 했다고요.

사회 초년생 때는 그저 일만 생각하면 됐어요. 일이 곧 나였고, 챙겨야 할 가족이나 이슈들이 별로 없었죠. 그저 일을 잘하기 위한 테크닉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오롯이 일만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어요. 생애 첫 육아와 이직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원래의 나와 새로운 역할, 개인의 성장과 책임감 사이에서 커리어 사춘기를 제대로 겪었어요. 전 직장이 육아휴직 기간에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퇴사하게 됐죠. 어긋나는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만들 수도 있거든요. 내가 계속 가고자 했던 방향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 비로소 제대로 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어려운 시기를 겪어내는 데에 도움이 됐던 방법들은 무엇이었나요?

삶에서 어떻게 일과 내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지속해나갈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마치 연애하는 것처럼요. 일이 너무 좋아서 거기에만 몰두했다가 만약 일을 상실하면 그 순간 무너지더라고요. 건강한 연애는 서로를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갖기도 하잖아요. 그래야 일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은 평생 함께하는 거니까. 그런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놔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들을 기록하고 키워드를 뽑아보니 ‘내가 한 일이 없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졌고요. 또, 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해요. 제가 놓친 부분을 잡을 수가 있으니까요. 퇴근 후에는 강의를 듣거나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 참여해요. 다양한 사람과 연결되면서 제 내면을 확장시키는 중이죠.


Q. 헤이조이스 참여 또한 내면 확장의 일환일까요?

우선 비슷한 연차의 워킹우먼들을 만나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어요. 일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동시대에 일하는 여성이 서로 가장 잘 통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일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는 저 자신이 유별나게 느껴지거나, 제 문제에만 갇힌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연결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헤이조이스를 만났죠. 멤버들은 모두 일에 대해 진심이고, 더 나은 나를 위해 아낌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분들이었어요. 연차별 모임의 경우, 13년 차에서 30년 차까지 고년차 워킹우먼들이 함께하다 보니 업무 분야는 모두 달랐지만 고민하는 지점들이 비슷했어요.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위로가 됐어요.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워킹우먼들의 존재가 오늘 하루도 지속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헤이조이스를 통해 얻은 것은 ‘사람',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에요. 덕분에 저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앞으로 헤이조이스를 통해 보다 많은 워킹우먼들이 ‘연결’되고 나의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라요.




*11월 16일자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인터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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