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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Nov 11. 2022

"괜찮아요, 한 번 더 하면 되죠"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 

"지금 내가 맞게 가고 있는 걸까?"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죠. 빌리지베이비 대표 이정윤 님도 늘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내가 맞다는 근거'를 만들었어요. 시의성과 신뢰성을 모두 잡은 콘텐츠로 객관적 지표를 상승시켰고 나와 동료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스스로의 불신이든 외부의 시련이든, 어떤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뿌리를 내린 거죠. 그 결과, 빌리지베이비의 임신·육아 콘텐츠 앱 '베이비빌리'는 2년 만에 가입자 33만 명 이상, 누적 조회수 2,000만 회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어요. 6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요. 어제의 불안과 고민을 오늘의 자신감과 회복력으로 만들어 낸 이정윤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빌리지베이비가 최근 6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어요. ‘투자 가뭄'이라 불리는 어려운 시기인 만큼 업계에서도 반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유·아동 업계 대표님들이 마치 본인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어요. 육아 산업이 사실 투자 시장에서 환영받는 인더스트리는 아니에요. 시장 자체의 모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고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진 투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 많은 분께 격려가 된 것 같아서 기뻤어요.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빌리지베이비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본연의 서비스를 잘 만든 덕에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난 두 라운드에서 만난 투자자분들이 저희 서비스의 유저였거든요. 투자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빌리지베이비에 반하도록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투자자분들을 만났을 때 “라운드 오픈만 하면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베이비빌리' 앱을 사용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수고가 필요하지 않았을 정도로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였던 거죠. 


말 그대로 ‘근거 있는 자신감'이네요. 그런 빌리지베이비도 투자에 소극적이던 때가 있었다고요.

셰릴 샌드버그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여성은 자신의 성공을 자신이 아닌 외부적 요인, 즉 운이 좋아서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고 생각한다. 반면 남성은 자신의 자질과 기술 덕택이라고 말한다. 많은 성취를 이루고도 자신 없어 하는 여성은 기회 앞에서도 머뭇거리다 놓치게 된다.”* 저는 MAU가 15만~18만 명이 나와도 ‘우리 서비스가 갈 길이 멀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비슷한 MAU의 다른 남성 대표님들은 많은 경우 이미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포지셔닝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저도 이번 투자 라운드를 돌면서는 계속해서 스스로 ‘내가 짱이다, 난 천재다!' 암시를 걸면서 노력했죠. 

*셰릴 샌드버그, 『린인』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껏 맞닥뜨렸던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불안함을 되게 많이 느끼는 대표예요. 긍정적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스스로 하고 있는 이 선택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어요. 불안함을 이기는 것,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다는 확신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불안함을 억누르는 방법이 따로 있었나요?

자신감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회사 지표를 만들었어요. 객관적인 지표를 잘 내기 위해서 데일리 To do를 짰던 게 효과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오늘까지만 잘되는 거면 어떻게 하나'싶은 막연한 불안이 들 때는 코파운더들하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빌리지베이비에는 매니지먼트 팀이 저 포함 세 명 있는데 서로 “지금 상황이 우연이나 운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의도적으로 계산해서 이렇게까지 키워온 거고, 그러니 앞으로도 잘 키워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빌리지베이비는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어요. 속도를 높이면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좋은 질문이에요. 속도는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거든요. 제 기본적인 DNA가 되게 빨라요. 빌리지베이비에 들어오는 분들은 제가 되게 빠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시고요. 그렇다고 해도 회사가 잠깐 멈추고 스스로의 전략을 돌아봐야 할 때가 있어요.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고 문제를 덮어두는 게 결코 속도를 빠르게 해주지 않아요. 팀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우리 안에 있는 생채기가 터질만한 이슈들이 있지 않은지를 잘 점검하면서 넘어가는 게 중요해요. 


또 저는 회복탄력성은 대표든, 팀원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로서 IR을 하러 갔을 때, 관심 없는 질문을 받으면서도 ‘그래 다음 사람을 또 만나면 되지’ 할 수 있어야 해요. MD가 입점 제안을 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해도 ‘나중에 자기들이 후회할 텐데’ 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날 때도 회복탄력성이 필요하고요. 대표든 직원이든,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회복탄력성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사업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정인 것 같아요. 저희가 서비스를 잘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좋은 팀이거든요. 서로의 신뢰,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에서 함께 성장하는 건 정말 재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일이에요. 또 한 편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누군가의 질투나 시기도 얻는 것 같아요.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해서 사업을 하는 건데 누군가는 우리를 싫어하네, 이런 고민들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죠. 누구든 미움받고 싶진 않잖아요.


하지만 우정과 신뢰가 있었기에 극복 가능했어요. 외부에서 괴롭힘을 받을 때면 항상 읽는 문구가 있어요. “아들아, 나는 네게 무척 실망했다. 나는 너를 두고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너는 질투심을 일으키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 우리는 남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켰으니까 잘하고 있는 거야.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거든요. 내부에서의 단단함과 외부에서 시련을 견딜 수 있는 능력. 이 두 가지가 최고의 획득물인 것 같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11월 2일자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인터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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