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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Mar 28. 2023

우리 제품이 이 가격인 이유, 설명할 수 있나요?

정근혜 컴퍼니더업 CEO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 소비자는 더 좋은 가격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하고 기업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쏟죠. 마치 작은 전쟁터처럼 보이기도 해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지만 때로는 손해 본 느낌이 들어 찝찝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말 잘 샀다"라는 만족감이 들기도 합니다. 내 고객이 '승리했다'라고 느끼도록 하는 가격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도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도 만들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1조 브랜드의 프라이싱을 만들어 온 정근혜 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정근혜 컴퍼니더업 CEO



Q. 안녕하세요 근혜 님, 헤이조이스 멤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테일 커머스 분야의 상품 기획과 비즈니스 전략을 컨설팅하는 컴퍼니더업의 CEO 정근혜입니다. 창업하기 전에는 다국적 소비재 기업에서 23년간 상품 기획자로 일했습니다. 특히 아디다스에서의 20년은 하루하루가 치열한 가격과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년에 6,000개에 달하는 제품의 최적 가격을 도출하고, 그 가격을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과 판매율을 극대화하는 일이 저의 핵심 업무였습니다. 


매출 700억 브랜드가 매출 1조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프라이싱이 기업의 '경영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20년 간의 가격 전쟁에서 훈장처럼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는 매출의 크기도, 판매율도 아닌 가격이라는 사실입니다. 저의 고향 같은 헤이조이스에 프라이싱 강의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네요.



Q. 프라이싱 전략은 경제 상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흐름이 어떤가요?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가격 전략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초저가 전략과 초고가 전략,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소유하는 제품과 한정된 시간만 소유할 수 있는 제품, 누구나 살 수 있는 제품과 오직 나만을 위한 제품 등, 양극단에 있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 것인지가 중요한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프라이싱에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해졌죠. 예전에는 '원가 대비 마진율 몇 퍼센트'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개별 상품이나 카테고리별로 마진에 대한 정책이 다 다릅니다. ‘프로덕트 믹스’라고 하는데요. 신발 하나를 만드는 원가는 대개 비슷해요. 그렇지만 오픈런으로 매장 앞에 줄을 세울 상품과 할인 매장에 들어갈 상품은 가격에 대한 스킬이 달라야 하죠. 이제는 상품에 대한 가격 믹스를 정말 다이내믹하게 적용해야 하는 시대고요, 그 흐름이 가속화되리라고 생각합니다.



Q. 평소에 싼 가격이 아니라 매력적인 가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시죠. 싼 가격과 매력적인 가격은 어떻게 다른가요? 


무조건 싸게 판다고 고객들이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고객이 '승리했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더 싼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획득했을 때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가격이 비쌀수록 가치 있다고 느끼기도 하죠. 고객들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가치를 빨리 얻거나, 많이 얻거나, 오직 나만이 얻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잘 샀다고 느낍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가치에 집중하면 할인을 하지 않더라도 ‘싸게 잘 샀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거죠.



Q. 이커머스 산업들의 성장 이후 가격의 기준이 모호해졌다고들 합니다. 회원요금제, 타임 딜, 비밀 쿠폰, 묶음 가격 등으로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구매 가격이 달라졌고요. 가격을 기업이 제안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황에서도 프라이싱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그런 멀티 프라이싱이 기업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옵니다. 강의에서 실제 그래프를 통해 보여드릴 텐데요. 똑같은 제품을 단일 가격으로 팔 때와, 여러 조건으로 멀티 프라이싱해서 팔 때의 수익을 계산해보면 후자가 확실히 높아요. 헤이조이스의 '블라인드' 프라이싱이나 쿠팡의 타임딜 같은 것들이 사실은 다양해진 커머스 환경에서 기업과 고객이 줄다리기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프라이싱이 무력해진 게 아니라 강력해졌다고 봐야 합니다. 



Q.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원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상품을 판매할 때 많이들 놓치는 프라이싱의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디지털 재화를 만드는 기업과 소비재 기업은 프라이싱의 과정과 로직이 다릅니다. 공장처럼 투여된 인력 대비 생산량이 거의 일정한 경우는 인건비를 가격에 녹이는 계산법이 통할 수 있겠지만, 창의성이 기반 되는 콘텐츠 산업에서 인건비는 절대적인 숫자로 전환하기에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이런 경우는 철저하게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가격으로 전환해야 해요. 예를 들어 헤이조이스를 통해서 누군가는 커리어 전환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연봉 상승을 이룰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그 고객의 '지불 가능 가격(willingness to pay)'은 얼마일까요? 이런 식으로 고객 베네핏을 중심에 두고 프라이싱해야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격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Q. 서비스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때, 혹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해야 할 때는 고객 이탈이 걱정되거든요. 가격 인상 시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방법들이 있을까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저희 고객들은 다 이 질문 때문에 저를 찾아오십니다. (웃음) 몇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원칙은 고객 설득 없이는 가격 인상도 없다는 거예요. 그 설득의 과정은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추가 리소스를 들이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베네핏을 주는 방법들, 가격을 인상시키면서 오히려 고객을 록인(lock-in)시키고 매출을 올리는 실제 사례들을 수업에서 알려드릴게요.



Q. 이번 MBA 프라이싱 클래스는 어떤 분들이 들으면 좋을까요?


상품 기획이나 마케팅 영역에서 가격 정책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께 정말 후회 없는 시간이 되도록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업무 현장에서 직접 쓰는 툴을 같이 다뤄보면서, 25년의 커리어를 통틀어 얻은 레슨 런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숫자를 읽는 기본적인 방법을 넘어서 여러분만의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수업에서 만나요!








*3월 22일자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인터뷰예요. 헤이조이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뉴스레터로 누구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어요. 여기서 구독 신청하면, 매주 수요일 아침에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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