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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Apr 03. 2020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의 안부를 묻습니다 #2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전세계가 코로나19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미국에서 다정한 편지가 도착했어요.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이자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을 맡고 있는 정김경숙(로이스) 님이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힘든 시기, 지구 반대편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봐요.


※ 이 편지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의 안부를 묻습니다> 1편과 이어집니다.



 

‘루틴'을 만든다는 것 


작년 9월에 미국에 와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빨리 루틴을 만들어가는게 중요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도 새로웠고, 또 새로운 업무, 새로운 팀, 새로운 사무실,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손님 기분으로 지내지 않으려면 ‘생활인’으로 빨리 현지 적응을 하는 게 아마 리로케이션(relocation)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지난 12년 넘는 시간 동안 구글 본사에 1년에 한 두번은 꼭 출장으로 왔으니 너무나 익숙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출장으로 온 것과 아예 주근무지로 살러 온 것은 확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첫 세달까지는 계속 출장 온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시차가 적응이 안 되어서 밤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있었고, 회사에서 준비해 준 임시 집에 살다 보니 수건 하나 숟가락 하나도 제 것이 아니어서 모든 게 호텔 같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하루의, 한 주의, 한 달의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일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도 있어서, 월요일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로 출근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마운틴뷰에 있는 본사 오피스로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샌프란시코에 갈 때는 회사 셔틀버스를 타지만 그 외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출퇴근 초보자여서 차선을 바꿀 때는 아직도 조마조마 합니다) 


그 외 저녁과 주말에도 여러 가지 활동으로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오피스 동료들과도 함께 주 2회 그룹 엑스사이즈 (GX)를 하고, 또 주 3회 도장에 나가서 검도 연습을 합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함께 하는 토스트마스터즈(Toastmasters Club) 클럽에 나가서 발표 연습도 하고 사람들과 네트워킹도 합니다.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에서는 임원도 맡아 좀더 적극적으로 모임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구글러(구글 직원)들로 이루어진 하이킹 클럽도 정기적으로 가고, 제가 살고 있는 마운틴뷰라는 도시에 있는 렝스토르프 하우스(Rengstorff House)라는 아주 작은 동네 박물관에서 도시어(해설사)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Writing club, jogging 모임 등 이런 저런 활동과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나에게 어떤 것이 맞을지 좀 더 찾아보고 있습니다. 


7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 밤중에 깨면 호텔방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매일 같이 집 근처 공원에서 조깅을 하면서도 남의 동네 와서 운동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제 점점 여기 생활인으로 업무에서나 사회생활에서 안정적인 랜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바탕에는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살아간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합니다. 직장 동료에게 ‘언제 인싸(인사이더) 느낌이 들까?’ 물었더니, ‘니가 가장 인싸 같다’면서, 여기는 모든 사람이 아싸(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하는 말이, 참 위로가 되긴 했습니다. 


재택근무와 새로운 루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및 자택 대피령이 되면서 첫 한 주는 모든 루틴이 흩어져서 어수선했지만, 지금은 아침 1시간 조깅으로 시작하고 자택에서 출퇴근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경계(바운더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퇴근 후에는 이메일을 안 보려고 하고 있고, 집 안팎에서 환경이 되는 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보셨겠지만 재택근무팁들 SNS와 뉴스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더라구요. 구글에서 Executive productivity adviser (구글 임직원 프로덕티비티 전문가)을 하고 있는 로라 메이 마틴 (Laura Mae Marti)이 올린 스마트 재택근무 팁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재택근무 팁 중에서는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케줄을 짜라 : 근무 중 식사시간, 휴식시간, 짬 운동시간을 설정해서 지키기

출퇴근 경계를 만들라 : 아침 근무 시작할 때는 따뜻한 차, 따뜻한 물이 들어간 핫팩 준비, 화상채팅에 쓸 이어폰(3개 돌려가면서 씀) 닦기 

홈 워킹 스테이션 마련 : 일은 꼭 책상구역 안에서만 함. 식탁에서는 회사 랩탑 사용하지 않음.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 :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e)는 하고 있으니, 소셜 네트워크는 버추얼로 지속. 버추얼 커피 채팅, 버추얼 와인 마시기, 버추얼 영어 채팅 등 


지난 달에 “확찐자" 농담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집에만 있으니 운동을 못 해서 살이 찌고 있다는 유머였습니다. 정말 뼈 있는 현실 같아요. 집중이 필요할 때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습관을 갖고 있는 저는 요즘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조깅도 그렇고 집에서 짬날 때마다 몸을 움직이려고 합니다. 집에서 운동할 때는 유튜브에 있는 요가와 칼폭(칼로리폭풍) 댄스 휘트니스가 단골 메뉴입니다. 


코로나 이후 여러분의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재택 근무, 휴교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은 한 편으로 힘든 시간일 수 있겠지만 참으로 소중한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회사, 집, 또 와중에 짬짬이 자기개발을 해오면서 아이가 커 가는 것을 눈에 꼭꼭 박아두지 못한 게 안타까웠습니다. 나에 집중해서, 혹은 가족들과 아이들과 이렇게 촘촘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또 올까 싶은 마음으로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러분의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이런 큰 변동의 순간을 맞이하는 20대, 30대, 40대 혹은 50대 직장인분들 모두 다 다른 위치에 계시기 때문에 제 글이 모두에게 공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도 너무 힘들어 죽겠는 우리들에게 또 한 번 다그치는 ‘으싸으쌰’ 의 말보다는, 서로 힘내라고 용기와 격려하는 ‘토닥토닥' 위로와 공감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50살의 용기와 무(모)한 도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 동안 건강하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2020년 3월 30일 로이스 올림 

loiskim2020@gmail.com 



*계속 즐겨듣는 팟캐스트 : Hello Monday (Linkedin) (커리어 방향성, 임팩트를 항상 생각하게 해 줌)

*이번 달 읽은 책 : An American Marriage (가슴을 저미는 이야기)

*이번주 짬짬이 같이 하는 운동 파트너 :The Fitness Marshallon YouTube

*이번 주 새롭게 해 본 요리 : Strawberry scone (저는 딸기를 너무 많이 넣어서 망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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