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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Apr 08. 2020

50대,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 #1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이자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을 맡고 있는 정김경숙(로이스) 님에게서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어요.


여러분은 50대에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시나요?

로이스 님은 구글 코리아에서 12년 넘게 일하시다가, 50세가 넘은 나이에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로 삶의 터전을 옮기셨다고 합니다.

언어 차이, 문화 차이, 지금껏 국내에서 이뤄 놓은 것들, 이제 와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로이스 님은 어떻게 극복하셨을까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 무한도전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이 편지는 2편에 걸쳐 발행됩니다.





지난 한 주도 안녕하셨어요? 로이스입니다. 


10년 넘게 재택 근무로 120% 활발함을 유지하는 분이 있어요. 그 분께 재택 근무 비결을 물었더니, “재택 근무도 출근처럼 ‘근육’이 필요하다”라고 하시더라구요. 5주째 하고 있으니 재택 근무 ‘근육’이 쑥쑥 자랐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오피스 옆자리 동료가 남편과 살갑게 "honey~" 하는 통화를 곁듣는 것도 그립고, 의자 돌려 뒷자리 동료에게 "이게 뭐지?" 라고 아무때나 불쑥불쑥 물어볼 수 있는 것도 그립습니다. 대부분 영어 표현에 대한 질문이었지요. 또 다람쥐가 도토리 묻어둔 곳에 왔다갔다 하듯이, 미팅 중간 중간 마이크로 키친(구글 오피스에 있는 음료 및 간단한 스낵이 있는 곳)을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것이 정말 그립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 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근무 이전부터 항상 회사에 가고 싶었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월요일이 기다려져요. 저는 일요일 밤이 설렙니다.


그러면 심지어 구글 동료들도 저를 못 믿겠다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한국에서 저희 팀에 계셨던 분들도 ‘극한' 회사 자랑으로 들려 민망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그만하세요, 로이스님~” 하고 살갑게 구박하기도 하셨답니다. 


물론 직장 생활을 27년 간 하면서 한결같이 월요일이 기다려지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생활은 즐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이 회사 생활이 즐겁기 위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철학과 직장 문화가 본인과 맞는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혹은 자기 발전에 대한 만족을 주는 업무인지


물론 이 외에도 급여 및 복지 정책과 같은 다른 중요한 조건들도 있겠고, 또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가 다른 두 가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내가 처한 직장 커리어 단계, 육아 및 양육 상황, 장·단기적 시각, 아니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 중요 순위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혹은 자기 발전에 대한 만족을 주는 업무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의 직장 생활 27년의 커리어 내비게이션 과정을 돌아보면서요. 50살이 넘어 멀리 이국땅에서 새롭게 신입사원처럼 시작하는 현재 업무를 선택하게 된 과정도 소개합니다. (아, ‘꼰대' 같은 느낌을 주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커리어 내비게이션을 충분히 해 보자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보통의 경우 내가 인정받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승진을 빠르게 할 수 있는지 등으로 조급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직장 초년병 시절 1년 신입 기간 마치고 ‘대리' 딱지를 달았을때 얼마나 기뻤던지요. 


아마 아기 키우는 분들 공감하실텐데요. 우리 아이는 벌써 뒤집기를 했다느니, 배밀이를 해서 싱크대까지 간다느니, 벌써 혼자 선다느니, 심지어 돌도 안 됐는데 거의 뛰어다닌다느니 등등… 저희 애는 돌 무렵에 기관지염,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많이 아파서 한창 걷는 연습을 할 시기를 놓쳤습니다. 다들 걸을 무렵에 걷기는 커녕 혼자 겨우 섰습니다. 아기를 돌봐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겉으로 말은 못했지만, 좀 속상했었습니다. 걱정도 되었구요. 


아마 기저귀도 다른 애들보다 한 계절 늦게 떼지 않았나 합니다. ‘신경쓰지 말자', ‘남들 얘기는 듣지도 말자', ‘우리 애는 대기만성 케이스가 아닐까?!’라는 극무심한 직장맘을 가장하면 지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돌이켜 생각하면 한 달 빠르게 배밀이를 하고, 한 계절 빠르게 기저귀를 떼고, 심지어 한 해 빠르게 선행학습을 했고…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긴긴 인생을 생각했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스타트와 초년병의 빠른 승진은 자신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만 전념하게 되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데 눈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정 있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첫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집중으로 한 MBA를 마친 후 본격적인 직장 경력으로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홍보 혹은 PR), 두 분야를 그야말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모토로라 홍보 4년 → 모토로라 마케팅 4년 → 한국 릴리 홍보 2년 반 → 한국 릴리 마케팅 2년 반 → 구글 커뮤니케이션 13년(중간에 마케팅 1년 반 겸임)


물론 지금은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확고하게 방향을 굳혔지만, 제 경력만 보면 ‘이게 뭐지???’ 라고 의아해 하는 분 계실 겁니다. 제 주변에도 많이들 물어보셨거든요. “도대체 왜 그러냐?” ㅎㅎ 


사실 구글 오기 전 13년 중에서도, 또 구글에 와서도 마케팅과 홍보 업무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으니 그 총 기간을 합치면 약 15년 이상은 커리어 내비게이션 기간이었다고 봅니다. 그 과정은 제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마케팅과 홍보가 그나마 옆지기처럼 서로 관련이 높아서 두 분야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게 다른 분야보다는 덜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산업계의 홍보와 마케팅은 어프로치가 달랐습니다. 또 같은 홍보와 마케팅도 환경, 시기에 따라 그 성격이나 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서, 언제나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업무에 임해야 했고 지속적으로 배워야 했습니다. 나중에 말씀 드리겠지만 제가 속칭 ‘대학원 학위 콜렉터’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과론이겠지만 이런 커리어 내비게이션 과정이 있었기에 꾸준히 자기 개발을 하면서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로 27년이 지난 지금도 꽉 찬 열정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또 하나의 결과론적 시각에서 보면, 혹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는데요. 저의 이런 ‘왔다갔다’한 커리어 행보는 제 직장 커리어 성공을 더디게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빠르게 승진했다 혹은 성공했다,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직장 커리어패스에서 처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런 노력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직장생활 내내 ‘인정 받는 팀원·상사·동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 <20대부터 50대까지, 커리어 내비게이션은 계속된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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