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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Apr 08. 2020

50대,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 #2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이자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을 맡고 있는 정김경숙(로이스) 님에게서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어요.


여러분은 50대에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시나요?

로이스 님은 구글 코리아에서 12년 넘게 일하시다가, 50세가 넘은 나이에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로 삶의 터전을 옮기셨다고 합니다.

언어 차이, 문화 차이, 지금껏 국내에서 이뤄 놓은 것들, 이제 와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로이스 님은 어떻게 극복하셨을까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 무한도전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이 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커리어 내비게이션은 계속된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50대의 무'모'한 도전


2007년, 전체 직원 수가 열댓 명 남짓할 때 들어왔던 구글 코리아에서 12년 8개월을 근무했습니다. 서울 오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면서 팀을 꾸리고 구글 코리아와 성장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큰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자부심도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게 느낍니다. 


인터넷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다시 AI(인공지능) 시대로 디지털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서 지난 13년 간 하루하루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가까이에서 지내는 친구들이 새로운 회사와 업무를 찾아 가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충분히 disruptive(혁신적, 혹은 파괴적)인가? 즉,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큰 변화를 지향하고 만들어내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는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점진적인(incremental) 변화가 아닌 좀 더 큰 변화를 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찾았습니다. 


작년 여름,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연례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구글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구글 본사에 글로벌 미디어 담당자가 있다면 미국에 있는 팀들과 좀 더 긴밀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돌아온 후 3주.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 담당자 포지션이 오픈되었습니다. ‘아, 제안을 하면 이렇게 빨리 반영이 되는구나'라고 다이나믹한 회사 문화에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 제가 그 포지션에 지원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어떤 것을 안 한다고 생각하면 그 이유도 수십 가지고, 반대로 어떤 것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해야 할 이유도 수십 가지일 겁니다. 


저를 주저앉게 만드는 생각들

한국 오피스에서 그 동안 쌓아온 존재감과 임팩트

로이스, 하면 회사 안팎으로 인정 받는(제 생각에^^) 이 시점에 왜 새로운 팀에서 팀원 1인으로 시작해야 하는가

50살이 넘어서 적응력이 떨어질 텐데, 완전 새로운 곳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

언어로 ‘먹고 사는’ 커뮤니케이션팀인데 비영어권자인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후임자가 바로 안 오면 수 개월 공석으로 남겨야 하는데, 한국 팀은 괜찮을지

지원했다 떨어지면 창피할 텐데

미안하게도 가장 마지막으로 가족들. 명절 때조차 잘하는 딸, 며느리가 아닌데, 연세 많아지는 부모님들은 괜찮으실까?


새로운 시작을 채근하는 생각들

지금 안 하면 언제 해 보겠냐? 나이가 대수냐?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걸!

이 포지션은 나 말고 누가 더 잘 할 수 있을까? 구글 문화, 제품 등을 다 알고 전세계 팀들과 유기적으로 일하려면 내 경험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애가 다 큰 상황이라 육아를 안 해도 되니, 혼자 가서 새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가?

영어, 뭐 열심히 더 하면 잘 하게 되지 않을까? 한국말 잘 한다는 미국 친구들의 한국어 실력보다 내 영어 실력이 낫지 않을까?

‘그래도 내가 적응력 하나는 좀 뛰어났지’ 하는 근자감 ^^ 


결국 새로운 시작을 채근하는 마음이 이겼습니다. 새로 난 자리에 지원한 후, 몇 주만에 모든 채용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일사천리로 한국에서의 업무를 정리하고, 집과 짐을 정리하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아쉬운 작별시간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에 4주 동안 구글 코리아에 있는 구글러들과 1:1 커피챗 (미팅)을 많이 했었는데요. 저의 채용 진행 과정을 어떤 구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로이스님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리를 만들어서 가시네요~


물론 단순화시켜서 얘기한 것이지만, 대충은 맞는 말일 것입니다. 모든 직장인들의 꿈입니다.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런 업무나 자리가 없다면 만들어서 해 보는 것. 물론 어느 회사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또 구글 안에서도 언제나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그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새 포지션으로 옮겨오는 과정 중에 배운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첫째,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본인 매니저와 항상 얘기하세요. 본인이 가고자 하는 팀에 대해 꾸준히 리서치를 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매니저에게 미리 얘기를 해놓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본 한 구글 직원은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현재 담당하고 있는 동료와 4년 간 얘기하면서 그 업무에 대해 준비를 한 뒤, 본인이 하던 업무와 정말로 아주 다른 업무로 훌륭하게 트랜스퍼(transfer) 했습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확장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준비한 아주 모범 사례입니다. 


둘째, 전체 회의 등에서 본인의 의견, 제언 등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발표하세요. 저의 경우도 전체 팀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퍼런스 질의응답시간에 제언한 것이 받아들여진 사례입니다. 내가 고민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질문이나 제언을 하기 전에 사전 리서치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다른 나라 팀원들과 그 전에도 이야기를 했었고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용기를 내서 적극적인 제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자신의 열정에 집중하세요. 


'잡(job)'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고, 커리어는 내가 열정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다(Career is the job you are passionate about and that you love). 잡은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하다. 커리어는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본인이 어떤 부분에 열정이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계속 생각한다면 잡이 커리어가 될 수 있다.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인 엘리자베스 길버트 (Elizabeth Gilbert)가 한 말입니다. 늘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넷째, 글로벌 업무를 생각한다면 영어를 준비하세요. 영어는 정말 기회의 문을 활짝 넓힙니다. 물론 알면서도 안 되는 게 언어입니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하면 어제보다 오늘의 영어가 나아진 것을 나도 남도 느낍니다. 


물론 회사마다 채용 방식이나 문화가 다를 수 있어 제가 말씀드린 것이 다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제가 얘기한 것이 ‘꿈'인 경우도 있을 듯도 합니다. 특히 매니저에게 자기가 다른 팀에 관심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불편한 경우가 있을테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가 관심 있는 회사, 팀, 업무 등에 계속 관심을 갖고 리서치를 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얘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면서 어수선한 마음이겠지만,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당분간 모든 업계가 힘들어지겠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잘 할 것 같은지, 그리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다음 주에는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는 육아·양육과 '직장맘'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육아한지도 꽤 됐고, 아이에게도 잘 하고 직장에서도 잘 하는 알파맘도 아니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 중 육아·양육으로 고생하는 직장맘분들과 ‘맘’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 동안 건강하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2020년 4월 5일 로이스 올림 

loiskim2020@gmail.com 


* 계속 즐겨듣는 팟캐스트 : Skimm’d From the Couch (뉴스 요약 뉴스레터 서비스인 theSkimm 여성 공동창업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로 다양한 여성 커리어 모습들을 보여주어 시야를 넓혀 줍니다) 

* 이번 주 계속 꽂혀 있는 노래 : Coronavirus Rhapsody (주의 요망: 기가 막힌 가사와 노래에 빠져서 손 씻을 생각을 까먹게 하는 노래) 

* 이번 주에 새로해본 요리 : 과나님의 케고볶이 (노래, 편집, 미술, 영상,아이디어, 인간적,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혹은 맛있을 것 같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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