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에게 들려주고픈 마음
아들 축구 훈련에 매번 따라다니는 딸은 투정이 없다. 훈련하는 운동장에서는 군소리 없이 딸아이 손에 핸드폰을 쥐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갈 때쯤 되면 꼭 사달이 난다. 엄마 생각과는 다르게 핸드폰을 쥐고 논 시간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에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입을 씰룩거리거나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핸드폰을 쉬이 돌려주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을 강제로 뺏는 것이 일상이다.
오늘도 그랬다. 그러나 오늘 일은 사뭇 달랐는데, 사달의 원인이 나였다. 어김없이 훈련 마지막에 핸드폰을 가지고 옥신각신하며 자리를 정리한답시고 아이 무릎에 덮인 담요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뭔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파직 소리가 났다. 딸아이가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오래된) 핸드폰이었는데,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담요 위에 핸드폰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박살이 난 핸드폰을 보면서 나도 너무 놀랐는데, 딸아이는 오죽했을까. 엉엉,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륵 흘리며 엄마 밉다는 말만 연신 하였다. 마음이 상한 딸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계속했지만,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곧 나를 외면하고 휙 돌아 뛰어갔는데, 딸을 따라가 잡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가봤자 차에 가 있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아들의 마무리 정리를 도왔다.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차가 세워져있는 곳까지 걸어가는데 차 주변에서 어슬렁 대는 딸아이를 발견했다. 그 모습이 아련해 멀리서부터 팔을 활짝 펴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딸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대성통곡하였다. 울음을 다 그치고 마음을 추슬렀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그리고 딸아이가 말을 이어갔다.
"어어어어엄마한테.. 흑흑.. 나.. 흐흐흐 는.. 흑흑..... 필요없는... 흐흐 흑흑 존재지?"
귀를 의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입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는 말이 나오다니, 아이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바로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어갔다.
" 딸아,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엄마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너라는 존재가 엄마한테는 유일한 위로이자 힐링이야. 단 한 번도 너를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너 스스로 마음 추스를 시간 주려고 바로 따라오지 않았던 거야~" 로 시작해서 계속해서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했는지 아이가 눈물을 그치고 나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얌전히 차 문을 열면서 하는 말.
"오늘은 오빠가 뒤에 타, 내가 엄마 옆에 탈 거야."
사랑스러웠다.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옆에 앉은 딸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촉감이다. 이렇게 난 딸아이에게 저지른 오늘의 실수를 마음의 위로로 뒤바꾸어 놓고 평화로운 저녁을 보냈다.
2023. 12. 07.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어두운 운동장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앞에서 가졌던 너와의 대화를 잊지 않기 위해.
Take Away:
딸아! 진짜 그래! 넌 나의 힐링녀이자 위로자야! 오늘은 엄마가 네 마음을 만져준 너의 힐링녀이자 위로자였기를 바래! 사랑한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