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나는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잎

by 식물굴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새로운 잎’을 만나는 일이다. 잎집을 비집고 올라오는 잎을 보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처음에는 작고 볼록한 무언가가 잎줄기 사이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잎인지 아닌지도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잎의 모양을 잡아간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잎집이 갈라지고, 그 속에서 새 잎이 얼굴을 내민다. 이때가 되면 매일같이 잎집을 들여다보며 변화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언제쯤 잎이 완전히 펼쳐질까? 왜 자라지 않지? 혹시 이대로 멈추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은 서서히 자라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잎을 피어낸다. 식물의 시간대로, 자연의 시간대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렇게 잎은 피어날 때가 되면 반드시 피어난다.

식물을 사랑하는 강아지

삶을 너무 조급하게 살아왔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더 잘해야 한다는 긴장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피로감과 상실감뿐이었다. 그런데 식물은 그렇지 않다. 적당한 빛과 물을 받으며,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한다. 억지로 잎을 펼치지 않고,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피어난다.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이루려 하고, 조급한 마음에 자신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성장의 계절은 아니다. 때로는 잎집 속에서 충분히 머무르며, 조용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우리의 삶에도 새로운 잎이 피어난다.


폐업을 하고 힘들었던 것은 재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실패감과 조급 함이었다. 한 발치 앞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듯한 친구들, SNS에서 보이는 화려한 삶, 뉴스에서 조명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성취와 극복 서사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다. 가라앉는 기분과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깊이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듯했다. 뒤처지는 듯한 감정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돌아서지도 못했다.

집에 오는 길에는 500년 보다 더 살았을 것 같은 아주 큰 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얼마나 많은 가지를 잘라내고, 또 새로운 가지를 내었을까?그리고 얼마나 많은 바람에 흔들렸을까?"였다. 나무에 대해 공부하던 중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주목(지지목)에만 의지하는 나무는 뿌리를 뻗어 스스로를 지탱하려고 하지 않고 지주목에만 의지한다는 것이다. 깊게 뿌리를 내려 건강한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몇번이고 바람에 흔들려야만 한다. 이 바람이 기분 좋은 산들바람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태풍일 때도 있다. 큰 바람이 불더라도 살아내기 위해서는 바람을 견디며 땅에 깊게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나무는 그래야 살 수 있다.


우리의 삶도 흔들리는 나무와 같다. 매일이 흔들리는 바람의 연속일지라도, 견디고 버티면 결국 누구도 흔들지 못하는 커다란 나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식물과 나무가 그러하듯,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자라면 된다. 그러다 어느날 새로운 잎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다.



소소한tip

- 잎집이 자연스럽게 열릴 때 까지 기다려주세요! 억지로 벗기면 잎이 상할 수 있어요.

- 새로운 잎은 햇빛의 방향으로 자라납니다. 잎이 나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화분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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