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서평.
안녕하세요.
심리학을 읽고 쓰는, 재애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청소년기를 지나쳐오게 됩니다. 저에게도 당연히 청소년기가 있었죠.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청소년다운(?) 고민을 안고서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청소년기에는 2차 성징이 일어나면서 좀 더 성숙해지는 동시에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책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는 청소년기를 보내는 다섯 아이의 '신체에 대한 고민'이라는 주제에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섯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어요.
이번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상적인 에피소드: 가슴, 앓이
(2) 전체적인 감상
(3) 기억할 점
이 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가슴, 앓이]는 성조숙증으로 인해 또래들보다 가슴이 큰 중학생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괴로워하는 주인공 선하는 최대한 가슴이 도드라지지 않게 펑퍼짐한 옷을 입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있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해야 할 때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심할 땐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지기까지 하는 아이죠. 그러던 어느 날, 선하의 학교에 지세린이라는 여학생이 전학을 옵니다. 세린은 선하와는 달리 몸에 딱 달라붙도록 교복을 수선하여 입고, 치마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짧게 입는 아이였죠. 남학생들은 세린을 흘깃흘깃 쳐다보고, 여학생들은 세린에 대해 뒷담화를 시작합니다.
선하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우연히 세린과 엮이게 되고, 붙임성이 좋은 세린은 먼저 선하에게 다가와주죠. 하지만 선하는 자신과는 달리 활기차고 밝은 세린을 불편하게만 느낍니다. 그러다 다른 여학생들이 세린의 뒷담을 나눈다는 말도 전하게 되죠.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34p
하지만 세린은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당당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선하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빨리 깨닫고 후회하고 자책하게 되죠. 자신이 직접적으로 뒷담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침묵한 것도 결국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세린은 선하에게 화를 내지 않고, 선하는 그런 세린을 보며 '닮고 싶다'라는 동경의 마음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동경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죠. 여기서부터 선하는 세린의 도움으로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요.
이 에피소드는 많은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고민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겠지만, '외모'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고민을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예쁜지 아닌지도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라는 게 더 큰 문제로 여겨지곤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도 이 '다름'에 초점을 맞춥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쉽게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합니다. 유리에 얼굴이 비칠 때마다 어딘가로 숨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듯하면 자신을 흉보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점점 더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저도 청소년기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심한 주걱턱에 심지어 턱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있기도 하거든요. 작은 눈, 왜소한 체격도 늘 부끄러웠습니다.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걸어 다녔고, 어떤 곳에서도 자신 있게 나설 수 없었죠. 선하의 고민에 온전히 공감을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콤플렉스도 결국 나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는 세린의 대사만큼은 저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선 미래적 세계관이 도입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완전히 새로운, 하지만 어쩌면 실현될 수도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죠. 책에 나오는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는 모두 신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친구관계에서 겪게 되는 갈등, 부모님과의 갈등, 자기이해, 연애 등 청소년들이 겪는 여러 고민들을 다양하게 다뤄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었던 일일 수 있고, 쉽게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어 정말 금방 읽어내린 책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 하면, 각각의 에피소드를 서로 다른 다섯 명의 작가들이 썼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는 저마다 색채가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책에 몰입을 하다 보면 한 명의 작가가 다섯 가지 에피소드를 모두 쓴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모두 다른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결국 '청소년들아, 그리고 자라난 어른들아. 진짜 자기의 모습을 비춰봐라'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도 몰입하기 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최근 심리 이론서들과 고전에 집중을 하다 보니 책을 읽는 데 알게 모르게 많이 지쳐 있었던 듯합니다. 책에 손이 잘 가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독서활동을 한차례 환기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읽기 쉬운 것과는 달리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풍부한 생각의 여지를 만들어 주었어요. 콤플렉스, 차별, 공감과 이해, 또래관계,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 등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고민해 봐야 할 묵직한 질문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미 다 자라버린 저에게도 많은 과제를 쥐여주었네요.
저는 여전히 제 외모에 그다지 만족하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외모가 별로여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언젠가 콤플렉스를 마주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내 외모를 저주하면서 '만약 내 외모가 지금과 달랐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현실에서 도망치려고만 했어요. 하지만 똑바로 현실을 마주하고 외모가 내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제겐 충분히 끈끈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은 결코 저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았어요. 정말 단순하고 당연한 건데,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여전히 '친구는 만들 수 있어도 연애는 못할 거야. 여자애들은 못생긴 날 싫어할 거야'라는 믿음까진 지우지 못했었어요. 그렇지만 이 또한 시간이 흘러 여러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눈 녹듯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4년이 넘도록 연인과 잘 지내고 있고요.
이번에는 평소와는 달리 제 삶에 적용할 점이 아닌, 기억해 둘 점을 골라보았어요. 바로 '내게 어울리는 내 모습 알기'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나다운 모습 알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지금 충분히 나다운 모습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스트레스에 둘러싸일 때면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더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해요. 나다운 게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해 보고, 잘 저장해두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나다움'을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밥은 어디서 먹는 게 편한지, 누구를 만날 때 가장 마음이 안심되는지 등 자연스러운 여러분 만의 모습으로 내일을 무사히 살아가시길 응원합니다.
※[생각정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적는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