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노래가 스며들 때

《노래가 필요한 날》독서감상문

by 재애

안녕하세요. 심리학을 읽고 쓰는, 재애입니다.




문득 센티해지는 날이 가끔 있죠. 일명 새벽 감성이라고 불리는,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멜랑꼴리해지는 순간에는 반드시 음악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예전에 읽었던 책, <노래가 필요한 날>이 떠올랐어요. 지금이야말로 정말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저는 마음에 들어 체크해두었던 곳을 넘겨보며 음악에 취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포크 밴드 '동물원'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신 김창기 님이 썼습니다. 저는 '널 사랑하겠어'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했는데요. 노래와 정신분석 이론을 엮어, 우리 삶에 필요한 통찰을 제공해 주며 그에 어울리는 77곡의 노래도 소개해 주는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번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삶에 노래가 필요한 순간

(2) 내 삶에 노래가 필요했던 순간

(3) 적용하기






우리 삶에 노래가 필요한 순간



우리가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삶을 더욱 풍부하게 경험하도록 돕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노래는 아주 깊숙한 감정까지 건드리며 우리를 자극해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노래를 듣는 순간에는 왠지 모르게 명치 부분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낮게 떨리는 저음,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소리, 모든 걸 토해내는 듯한 강렬한 샤우팅 등 노래는 감정 그 자체가 형상을 가진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SE-10a931c3-1a70-4616-a999-4808148dff87.jpg?type=w1 당신에겐 언제 노래가 필요한가요?




노래가 필요한 순간도 아마 감정이 부풀어 오를 때가 아닐까요? 유독 슬프고 우울한 날 노래를 찾게 됩니다. 친구들과 신나는 파티를 할 때 노래가 빠질 수 없죠. 사랑을 할 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감정은 자연히 노래가 되어 불러집니다. 저자는 퇴근길에 비를 그냥 맞으면서 최백호 님의 '낭만에 대하여'를 흥얼거립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온몸을 적시며 걷고 싶어질 때가 있죠. 하지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의 눈엔 무슨 미친 짓인가 싶을 겁니다. 낭만에 대하여 할 말이 있는 사람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행동이죠. 저자는 홀딱 젖은 채로 오래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나를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되죠.

-<노래가 필요한 날>, 99~100p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을 소개하면서 사랑을 잘하기 위해선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이 노래는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의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차용했다고 하네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랑은 감정 중에서도 단연 가장 강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정 중에 으뜸이라고나 할까요? 사랑은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키워주고,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일순간 가라앉혀주는 힘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감정에 어떻게 노래가 빠질 수 있겠어요.




SE-777abb0f-53b6-404f-a18a-0bf608d2e634.jpg?type=w1 사랑은 배려로부터 시작된다.




이외에도 저자는 노래들과 함께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론 약간 꼰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어투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듯해 편하게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을지,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 중요한 건 무엇인지, 부부 사이에 또는 부모 자녀 사이에 잘 지내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 내 마음을 다스리며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삶이란 게 대체 뭔지를 말합니다. 어울리는 노래 한 곡과 함께 말이죠.







내 삶에 노래가 필요했던 순간



제게 노래가 필요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서, 저도 제 나름대로 어울리는 노래를 큐레이션 해볼까 해요.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번 담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우울할 때_자우림, <샤이닝>




제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감정이라 하면 분명 '우울'일 겁니다. 기질적으로 우울한 편이거든요. 외로움을 많이 느끼지만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편이어서 자주 좌절을 겪어야 했죠. 왠지 모든 게 내가 못난 탓인 것 같아 자책하며 울적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위로해 준 건 자우림의 노래, '샤이닝'이었어요. 언젠가는 내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분명 있을 거라고, 나도 빛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마음이 따스해지곤 했습니다. 최근에도 앞날을 걱정하며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는데, 역시나 이 노래는 제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더군요.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자우림, <샤이닝> 중




두 번째, 집으로 돌아올 때_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두 번째로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터벅터벅 축 처진 어깨를 겨우 들춰매고 집으로 돌아오자면 노래 없인 도저히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저 오늘 힘들었어요. 위로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울렁거리며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이때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만큼 와닿는 위로가 있을까요. 적어도 저는 가장 필요한 위로를 얻곤 했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중




이 책에서도 이 노래를 소개해 주고 있어 참 반가웠어요. 저자는 이 노래가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 건지를 잘 나타내준다고 설명합니다.




SE-95f666b5-2f7d-4feb-9a95-350a1e977e58.jpg?type=w1 수고했어요. 오늘도.






내 삶에 적용하기



이 책에서 제 삶에 적용해 볼 한 가지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입니다. 이 책 자체가 어찌 보면 저자의 플레이리스트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저도 저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꾸려보고, 각 노래에 짧게나마 떠오르는 생각을 달아보려 합니다. 사실 노래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썼던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총 9개의 노래에 글을 달았는데, 한동안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다시 노래에 관한 글을 적어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노래가 풍부하게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노래에 맞춰 여러분이 춤을 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우림의 노래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바로 <PÉON PÉON>입니다.




콩팥이라는 물건이 없는 몸을 타고났다오
타고난 운명이니 원망할 것도 없소이다
마마도 파파도 형아도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

-자우림, <PÉON PÉON>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