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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28. 2022

나는 어디에서 리더가 되어야 할까?

<내향인의 부흥을 위하여>

"타인이라는 존재는 매우 강한 자극이다. 위협, 두려움, 도주,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사람 100명은 책 100권이나 모래알 100개와 비교하면 매우 자극적이다."
                                                                                            -성격심리학자 David Winter
-《콰이어트(Quiet)》, 32p


여러분은 타인이라는 존재, 타인이라는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어떤 사람은 이 자극을 추구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지낼 테고, 또 다른 사람들은 이 자극이 위험하다고 느끼면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특성은 흔히 성격의 한 측면인 '외향-내향'이라는 주제로 일컬어집니다.



저는 특히 이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내향인의 강점'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죠. 나는 무엇을 더 잘 해낼 수 있고, 어떻게 해야 그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기에 내향인에 관한 오해를 물리치고 성장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이 주제에 관하여 심리학에선 이미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성격이라는 영역 안에서 아마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주로 자극에 민감합니다. 특히 타인이라는 자극에 좀 더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관해 지나친 오해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극에 취약하다는 게 마치 조금도 견디지 못하는 것인 양 여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을 만나길 기피한다거나, 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거나, 수줍음이 많은 숙맥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내향적인 사람들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을 좋아합니다. 결코 외향적인 사람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요. 단지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같은 자극에도 빨리 지칠 수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일주일 중 5일을 사교모임에 쓸 때 내향적인 사람들은 3일 이상은 쓰기 힘든 정도죠. 개인차는 당연히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외향인과 내향인 간의 사적 모임 빈도가 그리 많이 차이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장면에서의 리더상에 대해서도 내향적인 성격에 다소 오해가 있곤 합니다. 리더로서는 아무래도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적합하지 않냐는 거죠. 물론 외향적인 사람이 리더로서 좋은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향적인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동료들과 함께 내향적인 리더들이 어떤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간단히 결과만 요약하자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업무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참여할 때 외향적인 리더보다 더 높은 업무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할 때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좋은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데 있어 내향적인 사람들의 두드러지는 강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하고 주도하기보다는 유심히 관찰하면서 적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 태도를 민감하게 수용하고 그 의견을 팀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곤 합니다. 다수의 힘을 가장 잘 응집하는 힘을 가진 거죠.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고 팀의 의사결정에도 반영된다는 걸 경험한 직원들은 당연히 좀 더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더욱 능동적이고, 더욱 많은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더욱 많이 열의를 보이게 됩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의 추진력과 지도력은 분명 높이 평가할 항목이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데 있어 다소 경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딱히 의견을 내지도 않고, 열의를 보이지 않는 수동적인 직원들에게는 이만한 리더가 없을 수 있죠.



내향적인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움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오해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거는 암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인간관계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아서 창피만 당할 거라고, 어차피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혼자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내향적인 성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내향적인 성격은 일반적으로 인간관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사랑받기 적절한 편이니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내향적인 사람들은 타인이라는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달리 말하면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진지하게 반응합니다.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깊은 내면과 기분 상태를 헤아리려 노력합니다. 눈을 맞추고 공감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 수용합니다. 이런 사람을 다짜고짜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만약 있다면 꽤 왜곡되고 뒤틀린 성격의 소유자일 수 있겠죠.



물론 리더에 관한 이야기든 인간관계에서 인기를 얻는 이야기든 개인차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모든 내향인이 리더로서 적합한 건 아니고, 모든 내향인이 인간관계에서 열의를 보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성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내향인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그들의 강점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자신감이 없다면, 조별 과제나 팀 프로젝트가 부담스럽다면, 그걸 자신의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경험이 아직 부족했고, 스킬을 익히지 못했고, 연습해 볼 적절한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성격의 탓이 아니니 노력해도 소용없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내향인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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