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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12. 2022

긴장감과 두려움 구별하기

[적절한 긴장을 설렘으로]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 긴장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긴장을 합니다. 흔히 '발표 불안'이라고 불리는 증상을 경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으로 나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 가장 긴장되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죠. 다행히 몸소 발표 상황에서의 불안을 오랫동안 경험하고, 불안에 대해 직접 연구하며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려고 노력해오셨던 교수님을 만나 조언을 얻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수많은 개선 노력을 해오며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제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지도 않을 수 있게 되었고, 손도 덜 떨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 떨리지만 티가 많이 나지는 않는 듯합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피해야 하는 것이고, 긴장이 된다는 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이러한 사고 과정에서 긴장감은 어느새 '두려움'이라는 가면을 쓴 채로 마음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긴장했던 순간은 다음부턴 두려운 상황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두려움 앞에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반복되는 경험으로 인해 제가 오랜 세월 시달렸던 발표 불안과 같은 증상을 얻게 됩니다.



우선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바이러스처럼 위험하고 꼭 박멸해야 하고, 철저히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곤 합니다.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이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펴낸 책 《스트레스의 힘》을 중심으로, 약 7~8년 전부터 스트레스에 대한 많은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다소 오해가 남아 있는 듯합니다. 물론 스트레스는 많은 경우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건 불가능하고, 만약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무조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신체 내부 및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무언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생겨난다는 겁니다. 물론 정서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스트레스로 인식될 정도의 강도를 지닌 자극에 대해, 우리는 인지적인 평가를 내리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로 전환되므로 정서적인 특성을 지닙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사건에서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긍정적인 사건으로부터도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다시 말해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그 무엇도 없는 삶을 사는 게 좋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긴장감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사건에서도 생겨나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리는 긴장을 하게 됩니다. 하늘을 가르며 달리는 롤러코스터에 앉아 지루함을 느끼며 하품을 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을 겁니다. 아주 바짝 긴장한 채로 흥분을 느끼며 즐겁게 놀이 기구를 탈 겁니다. 연인과 첫 데이트에서 손을 잡고 길을 걸을 때, 누가 봐도 긴장했다는 걸 알 정도로 긴장도가 바짝 오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너무 불쾌해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간혹 있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아서 혹은 상대방의 손에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일 테죠.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나면, 긴장감이 두려움으로부터 찾아오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긴장했던 그 많은 순간들에서, 어쩌면 우리는 두렵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거죠. 두렵지 않을 때 느끼는 긴장감은 우리가 좀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시합에 들어가기 전 한 번 잘 해보라고 등에 힘껏 내리꽂아지는 감독의 손처럼 말이죠.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독려해 주기 위해 만들어낸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긴장이 될 때면 이렇게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는 건 설레기 때문이야!',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껴보니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져서 연습 때보다도 더 잘할 수 있겠는걸!' 이 생각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없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불상사를 예방해 주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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