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애 Jul 08. 2021

차를 타면 교통체증은 피할 수 없지

'삶'의 도로를 달리는 '나'라는 자동차

성장이란 무엇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서 한 번에 10cm가 넘게 키가 자랐다. 이처럼 극단적인 성장을 겪은 건 이때 이후로 없었다.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성장통이 찾아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통은 오지 않았다. 그냥 오만상 아프기만 했다.


  누구나 성장과 변화를 꿈꾸며 목표로 삼고 노력한다. 요즘 시대는 한 마디로 '자기 계발 열풍'이 부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찍어 올리고, 자기 이름으로 책을 출판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자기 계발 혹은 자기표현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오랜 세월 공부를 해왔지만 최근에서야 나의 공부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라도 깨달은 게 어디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려오는 허무감을 달랠 수는 없다.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니냐는 의심이 계속 고개를 든다. 헛된 노력을 해온 것 같아 나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


  '성장'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단지 좀 더 나아지는 걸까? 아니면 특정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걸까? 어떤 의미로 생각해봐도, 지금 나는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꽉 막혀 정체되어 있다. 그래도 우선 성장을 다시 정의해보자. 그러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이리라 믿는다.


  성장한다고 말하려면 일단 퇴보해서는 안 된다. 건강을 잃거나 내가 가진 강점이 약해지게 놔둬서도 안 된다. 현상 유지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페셔널한 자세다. 전문가라면 퇴보를 용납해선 안 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진 걸 포기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다른 부분에서 보완할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살다 보면 얻기만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잃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 나를 돌아보기만 해도 벌써 건강을 많이 잃었다. 물론 건강을 그다지 신경 쓰고 관리한 편이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잘 관리했더라도 노화에 따른 변화를 막을 길은 없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을지라도 이를 능가할 강점이 있다면 괜찮다. 비대면으로 직무가 이루어지는 요즘 시대에서 체력적인 한계는 일정 부분 보완이 가능해졌다. 대신 새로운 기술을 잘 익히고 적응하는 게 필수적이게 되었다.


  퇴보하지 않는 걸 포함하여, 현상 유지만 하는 것도 성장이라고 보긴 어렵다. 성장은 긍정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아선 성장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 얼마나 변해야 하는 걸까? 예전에는 정말 10cm씩 키가 크듯이 변화하는 게 성장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욕심을 많이 버렸다. 10cm는커녕 3cm도 크기 어렵다는 걸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0.001cm라도 자라고 싶다고 생각한다. 일단 자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마치 손톱처럼, 머리카락처럼 자라는 게 느껴지지 않아도 좋다. 단지 자라나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확신을 얻을 수 있을까? 여기서 '나 덕후', 즉 자기 이해 중독자인 나는 나의 성격과 가치관, 장단점을 안다면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였다.




나를 이해하여 성장하는 방법


  가장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점을 더욱 키우는 것이다. 새로운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면 당연히 기쁜 일이겠지만 이미 갖추어진 강점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고여 있는 계곡물에서 헤엄치는 아이에게 바다수영을 가르치는 게, 물가 근처에도 안 가본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것보다 수월할 것이다. 약점은 방치했다면 내 강점을 갉아먹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능한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기 위해, 성격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격검사의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경계하는 마음도 꼭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MBTI 검사의 경우, 16가지 중 한 가지 성격유형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유형에 해당하는 설명을 참고하여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중 자신과 같은 유형인 사람들을 모아 보라.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즉, 개인차가 있다. 그러니 해석 설명을 참고는 하되, 정말 나와 일치하는 해석인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게 꼭 필요하다. 이외에도 정확히 강점만을 표적으로 하는 검사도 있다. https://www.viacharacter.org/ 에서 무료로 검사를 해볼 수 있으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해보시면 좋겠다.


  어떤 강점 또는 약점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어떻게 발전시킬지 또는 보완할지도 달라져야 한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쉽게 쓰인 대중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나는 심리학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지만, 꼭 심리학이 아니어도 나의 성장을 도와주는 학문을 많이 존재한다. 건강증진을 위해선 체육 관련 지식이 필요하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선 경제 지식이 필요하듯 말이다. 우선은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럼 그와 관련된 지식을 탐독해보는 걸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은 게으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게을러서 발생한다. 건강이 악화된 건 운동을 게을리해서, 심지어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게으르게 살다 보니 공인된 자격증 하나도 취득한 게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힘든 일을 겪었던 건, 물론 수많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데 게을렀기 때문인 것도 분명한 원인이다. 나는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아직은 마음만 먹었다. 게으른 내게 지금 당장 실천하기란 너무 급격한 변화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하니 일단 몸을 사리기로 했다. 조금씩 부지런해져보려고 한다.


  내가 가진 강점 중 내 마음에 드는 건 '학구열'과 '유머'다. 학구열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알아두면 쓸데는 없지만 재밌는 지식'을 배우는 데 쓰이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전공지식 공부에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나에게 있는 유머는 '개그'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유연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해도 웃어넘길 수 있는 힘이다. 지금껏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했어도 나름 잘 지내온 이유는 분명 유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깔깔 유머집' 세대의 저력이다.


  글도 계속 써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의 게으름이 자꾸 가로막겠지만, 어찌어찌 넘겨보려 한다. 거의 2년 전인 2019년 7월 20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내가 쓴 시를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물론 지금 이 게시물에는 늘 감사하고, 소중한 내 연인의 좋아요만 홀로 남아 있다. 그래도 게으름에 맞서 싸우며 2년 가까이 시를 써서 피드를 채우고 있다. 브런치에도 내가 정한 휴일인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애를 써보려 한다. 글의 질은 보장할 수 없지만, 질이 안 되면 양으로 승부해보자.


  자동차를 이끌고 도로로 나가면, 쌩쌩 달릴 수 있는 날이 있다. 그러나 꽉 막혀 내가 차에 타고 있는 건지, 거북이 등껍질에 타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살다 보면 맘처럼 앞으로 쭉쭉 나아갈 수 없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대로 도로 위에 주저앉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적은 없을 것이다(사고가 난 게 아니라면). 거북이도 걷다 보면 산 정상에 오른다. 꽉 막힌 도로여도 시간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내가 차를 버리고 떠나지 않는 이상은. 아니, 차를 버리고 내 발로 직접 걸어도 앞으로 갈 수 있다. 어떻게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처음으로 올렸던 시를 첨부하며 마친다.


정체되었다는 착각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두 발이 퉁퉁 부을 만큼

나, 이렇게 노력했는데.

오늘도 또 어제와 같은 하루였네.


하늘의 무지개는

내 눈에 담기길 거부한 듯

점점 옅어져 가고,

무거운 눈물 때문인지

자꾸만 고개를 떨구는 날도 있더라.


어쩌면 저기 멀리

구름 위에 올라서려

애쓴 건 아닐까.


눈을 감고 앞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었나.

아니, 분명히 보였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든다면

오늘이, 나의 내일이,

선명하게 존재할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책은 '함께' 읽읍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