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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l 07. 2021

책은 '함께' 읽읍시다.

내가 독서모임을 나가는 이유

나는 대한민국 평범한 성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편하게 '나는 ~하다.'라는 식으로 글을 써왔는데, 오늘은 특별히 예의를 갖춰, 말하듯이 적어보려 합니다. 내일은 또다시 원래대로 적을 겁니다. 저의 순간적인 변덕이니 내일부터 다시 건방져지더라도 '이 사람은 원래 건방진 사람이지'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성인입니다. '독서량'이라는 기준에 한해서 말이죠. 대한민국 성인 중 절반 정도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 결과가 있었죠. 저도 그 절반에 포함되는 한 사람이었습니다. 1년에 한 권이 아닌 2~3년에 한 권 읽었던 적도 많았죠. 그나마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라도 길게 하니 억지로라도 책을 좀 읽긴 했습니다. 그래도 개별적인 독서는 전혀 안 하면서 살았죠. 그렇게 2019년을 맞이했고, 반년 정도가 지났을 때가 대학원 수료를 한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졸업 논문을 빨리 써야만 하는 시기이기도 했죠. 이전보다 더욱 많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하면 공부에서 멀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에 직면하면 회피하고 보는 저의 성향이 발동된 것이죠.


  제가 공부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처음엔 아무 모임이나 찾았죠. 일단 사람들을 만나서 놀며 공부에게 당한 괴롭힘을 씻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속 일말의 양심이란 녀석이 말을 걸어오더군요. '놀 때 놀더라도 책은 좀 읽어야 하지 않겠냐? 이왕 모임 하면서 놀 거면 독서모임 어때?'라고요. 왠지 죄책감이 덜할 것 같아서 양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저의 첫 독서모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목표는 1년 동안 30권 읽기!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단연코 '독서량'입니다. 2019년 8~9월쯤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면서 한 달에 최소 한 권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야만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과 놀 수 있었으니까요. 2020년이 되어서는 더욱 열심히 읽었습니다. 졸업논문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고, 그만큼 사람들을 더욱 자주 만나 더욱 많이 놀고 싶었으니까요. 2020년에는 총 22권을 읽었습니다. 한 달에 두 권 정도를 읽은 거죠. 올해는 30권 읽기가 목표입니다. 그리고 상반기가 끝난 지금 시점에서 30권 읽기를 달성했습니다. 남은 하반기에는 책도 읽겠지만 책 이외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해도 괜찮겠습니다.

  독서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참 많이 일어났습니다. 독서량이 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변화를 겪었습니다.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첫째, 글을 쓰게 된 것. 둘째, 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셋째, 인간관계가 좀 더 편해진 것을 고를 수 있겠네요.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의미에서 충격을 받기도 하고 통찰을 얻기도 했습니다. '너무 내 생각에만 갇혀 있었구나.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 값진 생각들을 제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적어둔 글을 보고 있자니 좀 더 쓰고 싶은 게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로부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글은 꾸준히 적어 왔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여러분들과 제 글을 공유하고 싶네요.


  저는 아무래도 심리학을 전공해서, 비록 대중서 이긴 하지만 책도 심리학 도서를 중점적으로 읽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마음에 깊이 와닿았거나 정말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중심으로 잡고 글을 쓰곤 합니다. 그런데 혼자서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금방 한계에 부딪히곤 하죠. 한 문단 정도 적으면 소재가 금방 말라버립니다. 이때 독서모임이 참 유용합니다. 제 마음에 든 문장을 모임원들과 나누고, 그들의 감상평을 들으면서 소재를 긁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죠. 


2) 독서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저는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의 양과 질 모두를 잡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물론이고, 혼자서 읽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저는 아직 한참은 더 공부를 해야 하는 무지렁이 심리학 전공생이기 때문에 책을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이더라도 다른 시각에서는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혼자서 세 번은 읽어야 경험할 수 있는 걸 단 한 번의 독서와 모임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었죠. 그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책을 더 깊이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내공도 천천히 쌓여간다고 느낍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전수해줄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건 특히 저에게 값진 일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나만 이상한가?'라는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 모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 이상하지는 않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진짜 제가 이상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이 위안을 얻을 수 있었죠. 그리고 그만큼 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성장한다는 말을 많이 접했었지만, 비로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죠.


3) 인간관계가 편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더 편해졌다는 것이지, 속칭 '인간관계 마스터'가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격이 워낙 까다롭고 주관이 분명한 편이라 아마 평생 동안 인간관계를 마스터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덜 골치 아플까 고민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인간관계가 편해지는 데 독서모임이 도움이 된 건 제가 참여하는 모임만의 특색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심리학 책'을 골라 읽는다는 점으로 인해 모임원들 모두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모임 활동도 책 내용을 중점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책 내용과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을 나누거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 자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저 행동은 그런 의미였구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저렇게 느끼는구나.'와 같이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넓은 의미로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죠. 덕분에 저는 저를 좀 더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멋대로 오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저도 제 자신을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체 지금까지 왜 인간관계가 힘들었는지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인 스킬도 많이 연습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예전보다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조금씩 편해지더군요. 아직도 불편한 점은 많지만, 적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잘 지내는 중입니다.




평범하지만, 색깔 있는


  저는 어릴 때부터 평범한 게 싫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고등학생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부터 평범한 걸 싫어하게 됐습니다. 왠지 평범함이 '별 거 아닌 사람'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평범 이하'가 된다는 걸 세상이 제개 혹독하게 경험시켜주고 있습니다. 평범 이하가 돼버린 지금의 저는, 평범해지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다만 저만의 색깔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남들이 하는 걸 최대한 따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어떻게 나만의 색을 묻힐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독서모임도 꾸준히 나가려고 합니다. 지금은 총 다섯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모임에 매주마다 꾸준히 참여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반백수인 저에게 시간은 많으니까요. 나아가서는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꿈을 꾸는 건 무료이기에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꿈꾸고 있습니다. 혼자서 책을 읽었다면 과연 오늘의 제가 있었을까요. 분명 지금 여기의 저보다 훨씬 더 못난 모습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참여할 독서모임도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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