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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l 05. 2021

행복이 경제력 순은 아니지만

돈이 없어 슬픈 밤에 쓰는 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행복하기 위해선 돈이 많아야만 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하게는 돈을 벌면 벌수록 계속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나면 더 이상 행복을 상승시키지 않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 이 지점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부유한 국가에서 사는 사람일수록 이 지점이 늦게 나타난다고 한다. 즉, 부유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부자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에, 더 많이 벌고 싶어 하고 그만큼 돈이 더 오래 행복을 증가시켜준다. 결국 돈이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이유는 기본적인 생활 여건의 개선과 편의성 증가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나은지'를 확인시켜 주는 지표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는 연구결과는 사람들에게 '끝도 없이 돈만 버는 데 집중하는 건 건강한 삶의 방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연봉 약 7~8천만원 가량의 소득 수준을 달성하는 데까진 분명 행복이 증가한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서글픈 건 변명의 여지없이 무조건 돈이 없어서이다.




나태함의 대가를 치르는 중


  장마 기간에 접어들어 비가 쏟아지는 지금.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왜 돈을 모아두지 않았는지, 2월에 졸업하고서 왜 좀 더 직장을 구하려 애쓰지 않았는지, 학창 시절에 왜 좀 더 열심히 살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는지 자책한다. 슬프다. 씁쓸하다. 안타깝다. 슬프다.


  지금은 슬픔에 잠겨서 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현재의 한가함에 흠뻑 취해 흥청망청 시간을 쓰겠지. 그래도 내일은 조금만 달라져 보자. 구인공고를 좀 더 찾아보자. 잠깐이라도, 작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사실 아무 일이나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넘쳐나지만, 철이 없는 나는 일을 가려 선택하려 한다. 조금만 기준을 낮춰보자. 조금만 투정을 덜 부려 보자. 오늘의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비상금은 마련할 수 있게 움직여보자. 이만큼 쉬었으면 이제 그만 만족할 줄도 알아라. 나야.


  오늘의 아쉬움을 이렇게 글로 남겨, 다음엔 덜 슬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이라도 덜 자존심 상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반성은 하되, 우울해지진 말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었잖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쉬움이 남을 뿐이지. 다음 기회가 절대 없으리란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하면 다시 기회는 올 거야. 그러니 잠깐만 슬퍼하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자. 그리고 해야 하는 일, 즉 돈 버는 일을 외면하려 하지 말자. 이제 서른이다. 베짱이 짓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하고, 개미를 흉내 내는 척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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