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위하여

《페르소나를 위하여》독서감상문

by 재애

단편 소설집의 매력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이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한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아 금세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 단편 소설만이 가진 매력이다. 물론 장편 소설 중에서도 홀리듯이 몰입되는 작품이 있다. 하지만 몰입이 끝까지 유지되긴 어렵다. 만약 400페이지를 가뿐히 넘기는 장편 소설임에도, 책을 펼치고 다시 덮기까지 단 한 번도 몰입이 끊기지 않는다면, 그 책이 바로 여러분의 '인생 책'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 소설은 확실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하루에 한 가지 이야기만 읽어도 결말을 볼 수 있어 후련하다. 하루에 여러 편을 읽으면 그 나름의 성취감이 커진다. 분량이 적기 때문에 줄거리를 기억하기도 쉽다. 그만큼 등장인물의 경험을 집중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




여덟 가지 욕망


《페르소나를 위하여》에는 여덟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각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특정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비친다. [잃어버린 고향]에서는 모성애를 바라는 욕망이, [에덴으로부터의 추방]에는 성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 [야생의 사고]에는 부에 대한 욕망 또는 인정에 대한 욕망이 드러난다. 특정 이야기에 대해서는 욕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단연코 이 등장인물들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으로서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게 되는 욕망들에는 어느 정도 위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욕망 밑에는 더 본질적인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 높은 위계의 욕망, 즉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욕망은 다른 욕망들 속에 숨어 있기도 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게 바로 '인정 욕구' 또는 '소속 욕구'라고 생각한다.


인정 욕구는 특히 까다로운 녀석이다. 왜냐하면 전혀 인정받는 일과 상관없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변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도 서로 다른 욕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모든 주인공들이 인정 욕구와 싸우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장원급제하여 벼슬을 얻고자 한 선비도, 문명과 단절된 원시부족의 일원이 되고자 한 사람도, 군함도로 끌려가 끝내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한 어린 소년에게도 각자의 인정 욕구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다.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한 명의 인격체로서 인정받고 싶다. 가치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다. 이 책 속 짧은 이야기들은 이 메시지를 품고 있다. 여덟 가지 욕망은 결국 하나의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나의 해석이니, 여러분들의 생각과 달라고 너무 개의치 마시길.




좋은 답은 좋은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늘 '좋은 답'을 얻길 바란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은 답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좋은 답'이란 성공 또는 행복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리고 생각한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선 먼저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이 좋으면 좋은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별로 좋지 않은 질문에서도 좋은 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좋은 질문에서도 무조건 좋은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도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하면 다양한 의견의 수만큼 반박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도 글로 적었던 적이 있지만,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참 다행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은 '나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 철학적 질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로 그 질문, '나는 누구인가?'는 정말 최고로 좋은 질문이다. 이 역시 '나 덕후'인 나에게서 나온 아이디어일 뿐이니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바란다.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어느 한 분야의 대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믿음에 대해서는 어떤 전문가가 반박하더라도, 설령 고대 철학자가 살아 돌아와서 나를 꾸짖더라도 굽힐 마음이 없다.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은 나에게 있어 좋은 질문이었다. 이 책에서는 '내가 바라고, 추구하며, 지키려고 애쓰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좀 더 단순하게 바꾸면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어온다. 이 책은 답까지 제시하진 않는다. 애초에 답을 주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욕망은 우리 각자만이 발견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대신 정해줄 수도 없고, 대신 욕망해줄 수도 없다. 그러니 답은 우리 스스로 찾는 수밖에. 좋은 질문을 만난 걸 기뻐하면서 말이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자신이 앞으로 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무엇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좋은 질문이 늘 좋은 답으로 이끌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은 질문과의 만남은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의 성숙을, 깊은 고민을, 좀 더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은 동기를 남긴다.

매거진의 이전글선'자기 이해',후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