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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l 14. 2021

상담은 누가 받아야 하는 걸까?

심리상담에 관하여

상담이란 게 뭐지?


  우리나라에도 이제 심리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니,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심리학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학문이 아니게 되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심리학자분들께서 활발히 방송 활동도 하시고, 심리학 도서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심리학을 접목해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수많은 기업가들과 많은 부를 쌓은 셀러브리티들도 인간의 심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대학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심리학 강의를 수강하려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상담'이라는 단어에는 매우 익숙해져 있다. "나 고민상담 좀 해줘"라는 친구의 요청을 받아 본 적 있을 것이다.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 "상담원 000입니다."라는 인사를 받아 본 적 있을 것이다. 상담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도 자주 쓰인다. 그러나 '심리상담'을 뜻하는 '상담'은 아직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막연히 거부감을 가지거나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여전히 만나곤 한다.


  심리상담은 그저 친구와 나누는 고민상담과는 엄격히 다르다. 전문적인 직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엄격한 윤리적 규칙 위에서 행해진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아무나 해서는 더욱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단지 하소연하며 기분을 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서 당면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여, 성장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상담에 대한 오해


  심리상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이 가진 오해는 '상담은 문제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심지어 "저 사람은 성격이 지랄 맞아서 상담을 받는 게 틀림없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접해봤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명확한 오해다. 상담은 문제가 있어서 받는 게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경험이다.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상담을 받을 필요성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강점을 찾을 수 있을지, 나의 진로를 어느 방향으로 잡아야 할지, 연인과 덜 다투면서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아주 일상적이고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로도 상담은 받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학업과 또래관계에 관하여, 사회초년생은 취업과 스트레스 대처에 관하여, 부모들은 아이의 양육과 부부관계에 관하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위와 같은 오해는 다른 오해들과도 연결되곤 한다. 즉, 상담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볼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오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야기한 오해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이러한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상담을 받으면 나중에 취업에서나 특정 상황에 불리한 건 아닌가'라는 오해도 있다. 상담을 받았다는 기록은 그렇게 쉽사리 공개되지 않는다. 오직 법정 명령이 내려졌을 때만 권한이 있는 자에 한하여 열람할 수 있다. 이 또한 상담기록을 제공할지 안 할지 담당 상담자가 심사숙고하여 결정한다. 일개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절대 열람할 수 없다. 만약 그들에게 상담기록을 제공한 상담자가 있다면 그는 자격을 박탈당한다. 상담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비밀보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담자가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자신의 상담기록을 제대로 비밀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그 상담자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상담을 받으면 정말 좋을까?


  상담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거기 가서 내 고민 이야기한다고 뭐가 해결되니?"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물론이지!"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해봐야 아는 거지"일뿐이다. 효과적인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여러 요인들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상담의 성과를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 먼저 상담자가 충분히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상담을 받는 사람(이하 '내담자')은 상담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원하는지 안다면 더욱 좋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상담은 좀 더 원활히 진행된다.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궁합도 중요하다. 전문적인 직무 차원에서 행해지는 일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궁합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상황에 따라 나타날 수도 있고, 중요한 요인이 중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담을 받는다고 무조건 좋아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즉 상담자의 역량이 충분하고, 내담자는 상담에 성실히 참여하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서 진행한다면, 다른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심리학회 및 산하 학회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상담과 심리치료의 효과성을 연구결과로 증명해왔다. 상담은 늘 효과적일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효과적인 성장의 발판이 되어 준다.


  상담이 효과적이었을지라도, 한순간에 삶이 급변하는 성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상담을 받으면 상담자께서 내 인생을 황금빛으로 바꿔줄 거야"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자신이 바라는 변화는 내담자 스스로 이루어내야 하고, 상담자는 단지 내담자가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조력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단지 조력일 뿐이어도 '전문적인 조력'이다. 몸에 가벼운 상처나 부상을 당했을 때, 잘 먹고 잘 자면서 충분히 쉬기만 해도 대부분 낫는다. 하지만 연고를 바르고, 물리치료를 받는 등 전문적인 조력을 받으면 빠르고 제대로 낫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담은 내담자의 성장하는 힘에 가속도를 붙여 주고,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상담을 받는다고 한 순간에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그렇지만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을 유지하며, 또는 더욱 키우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나는 상담자가 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상담을 받게 될 내담자로서, 좋은 상담과 좋은 상담자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상담자 꿈나무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상담자가 태어나고 있을 것이다. 숙련된 상담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은 그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상담자가 되고 싶은 한 사람의 발버둥이다. 상담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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