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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l 19. 2021

사회적으로 뿐만아니라, 심리적거리두기

인간관계에서 거리감이 필요한 이유

소유하고 싶은 마음


  예전에는 옷을 살 때 꼭 직접 입어보고 샀었다.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었는데, 5~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종 입고 있다. 나름 관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된 옷이어도 불편함은 없다. 비록 단추가 하나 떨어졌지만. 단추를 새로 달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나의 귀차니즘이 수고를 덜어낼 수 있는 비장의 핑계를 만들었다. "그래. 단추가 떨어졌지만, 나는 지금 이 상태 그대로의 옷을 좋아하겠어. 단추가 떨어졌어도 내가 마음에 든 이 옷이 다른 옷이 된 게 아니야." 이후로 나는 단추를 달지 말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가지고 싶은 게 많이 생긴다.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할 생각이 없기에 더더욱 갖고 싶은 게 많다. 그럴 때마다 바로 구매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원하는 게 사회적인 유행 때문인지, 아니면 필요에 의한 건지 고민한다. 구매함으로써 내게 어떤 이익과 손실이 생길 수 있는지 고려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소유하게 된 후에도, 그것이 내가 원하던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신중히 생각한다. 나에게로 와서 변질된다면 마음이 아프니까.


  소유함으로써 변하는 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친밀해질수록, 더욱 깊이 사랑할수록 상대방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 분명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 누군가는, 내 절친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놀 때 왠지 모를 답답함 또는 분명한 질투심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절친한 친구 그룹들이 모일 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면, 나를 제외하고서 친구들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 신경 쓰여 안절부절못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연인 간에는 본격적으로 '소유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나타난다. 카톡 답장이 5분만 늦어져도 신경질이 난다. 항상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보고하길 바란다. 내 친구 중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중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영상통화 요청을 받던 녀석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영상통화를 하던 친구의 표정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연애 중인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적절한 거리 감각이 필요한 이유


  인간관계에서는 마음의 거리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멀어서는 당연히 좋지 않다. 너무 가까워서도 별로 좋지 않다. 때론 거리감이 먼 것보다 너무 가까울 때 생기는 문제가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적절한 거리라는 게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절한지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나에게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듯이, 상대방에게도 자신만의 욕망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소유하고자 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너는 왜 날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아?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따져선 안 된다. 그러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건 별개의 문제다.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거의 잠적하듯 뜸하게 연락하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뭘 하는지 사사건건 묻는 건 좋지 않지만,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또는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등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연인 간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다툼은 서로 다른 거리감으로 인해 생긴다. 너무 가까운 사람과 너무 먼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 자신이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거리감은 어느 정도인지 서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 서로의 '사랑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일정 부분 반박과 일정 부분 수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절대적으로 정답인 거리감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혼자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독립적일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적정 거리를 합의해야 한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든 적절한 심리적 거리감을 지킬 수 있다면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끊어야만 하는 일은 덜 일어날 것이다. 성격 차이는 누구에게든, 어떤 관계에든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단지 성격 차이를 잘 조화시키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고독함을 즐기는 사람이 되자


  '혼자서도 잘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건 어린아이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성인이 된 우리들이야말로 혼자여도 씩씩하게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연인들이 서로 남인 상태로 만난다. 낯선 상대방에게서 호감을 느껴 연애가 시작될 수도 있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건 연애가 시작된 후로 상대방을 소유하려 할수록, 처음 내가 사랑한 그 모습을 잃게 되기 쉽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꽉 붙들고 있는 그 사람이 정말 내가 처음 사랑하기 시작했던 그 모습인가?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내가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그 모습을 없애는 슬픔은 겪지 않도록, 거리를 두자. 내가 이름을 불러서, 나에게로 와서, 내가 사랑한 사람이 꽃이 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 게 아니다. 원래부터 꽃이었고 빛나는 사람이었기에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만 빛나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이기에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람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또는 변하지 않는다. 연애 초기의 태도와 행동은 변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마음의 형태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데 나까지 노력해서 상대방이 변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반대로 독립적인 나와 상대방을 존중했을 때, 사랑스러운 나와 사랑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변하지 않게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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