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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l 26. 2021

심리학에서의 선천-후천 논쟁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선천성 견해 vs. 후천성 견해


  인간의 능력이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알게 되는 지식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세상을 감각으로 느끼기 시작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는 몇몇 관념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은 매우 기계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기계들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인간을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고까지 이야기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견해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정보처리 관점'이 생겨나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정보처리 관점은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 구조로 파악하고자 시도한 관점이다.


  인간의 능력을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완성된 상태인 능력은 없다고 보았다. 로크는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마음은 백지'라고 말했다. 인간이란 백지 위에 경험으로 인한 지식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그려나가는 존재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인간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는지를 설명하고자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후천성 견해를 가진 연구자들은 인간의 감각 및 지각 능력에 집중했다. 경험주의자로서 어떻게 경험을 해석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세상과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됨에 따라, 이젠 선천성과 후천성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IQ로 불리는 인간의 인지적 지능은 선천적이다. 개인이 가진 기질도 타고난 특성이다. 선천적인 특성이라고 파악된 것은 유전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 특성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완성되어가기 때문에 기질과 비교하여 후천적인 특성에 가깝다.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무의식적 동기나 신념은 후천적으로 형성된다. 후천적인 특성이라고 파악된 것은 이 특성을 형성하게끔 만든 주요 선행 사건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선천성 대 후천성 논쟁 중 아마 '인간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만큼 뜨거운 주제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자라면서 선해지는가, 악해지는가? 달리 표현하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이타적인 존재인가?'로 바꿔볼 수 있다. 이기적인 모습과 이타적인 모습 중 무엇이 자라면서 학습된 것인가?




이기적 vs. 이타적


  리처드 도킨스의《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생존 원리를 설명하며,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이기 이전에 하나의 생물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생존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타심이 생존에 필요한 능력일 수 있지만, 원시사회를 두고 살펴본다면 이기적인 개체가 이타적인 개체보다 압도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른 개체들과 경쟁해야 하고, 뺏는 한이 있더라도 얻어야만 한다. 양보는 곧 굶주림 또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과거 부족을 이루고 서로 도와가며 살았던 우리의 조상들은? 외면적으로는 이타적인 행동일지라도 그 내면에는 이기적인 동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드니 나의 생존을 도와줄 협력자를 만들기 위해 돕는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자신과 다른 동물을 도울 가능성보다 같은 종인 동물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그럼 정말로 순수하게 이타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는 없는 걸까?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생판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움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언급한다. '레니 스쿠트니크'라는 사람은 비행기 사고의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디시의 얼어붙은 포토맥 강에 뛰어들었던 일,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시민들이 유대인 가족을 도운 일을 보라고 말한다. 심지어 시카고의 동물원에 사는 '빈티 후아'라는 고릴라가 자신의 우리로 떨어진 소년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겐 서로를 보살피고 도와주는, 이타적인 본능이 분명 있다고 말한다. 드 발 박사는 담쟁이덩굴이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서 생존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식물은 본래 의도와 지식이 없기 때문에 수사학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유전자 또한 이기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선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뤼트허르 브레흐만의《휴먼카인드》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인간의 선함 역시 선천적인 것으로 볼 여지는 분명히 있다.




나는 이타주의자가 되고 싶다


  인간 본래의 모습을 찾는 건 중요한 일이다. 어떤 현상이든, 존재이든 간에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본성이 선하든지, 악하든지,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이다.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개인적인 동기는 이기적이다. 나는 오직 나의 기쁨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과 나에게 전하는 감사 표현이 나를 기쁘게 만든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이타성이다. 이런 이타성에는 약점이 있다. 내가 실천하는 도움 행동이, 상대방이 원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별로 감사하지 않는데도 예의상 감사 표현을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진정한 이타주의자가 되기 위해선 적절한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기적인 동기를 바꿀 생각은 없다. 욕망 그 자체는 악하지 않다. 다만 악하게 표출되곤 할 뿐이다. 나는 사회성을 기르고, 공감을 훈련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기적인 동기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이타성으로 키워낼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다. 그건 여러분의 자유다. 다만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이타적인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을 억제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따라오는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어떻게 짊어질 것인가? 우리 함께 용기 내어 마주하고, 준비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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