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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01. 2021

프로이트 아저씨, 나는 왜 이럴까요?

무의식으로 찾는 '나'

당신은 무의식을 믿는가?


  이번에도 오랜만에 대화체로 써보려 합니다. 이렇게 한 번씩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보는 것도 글쓰기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껴집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무의식'에 대하여 적어보고자 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랬어.”, “무의식적으로 속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네.”라는 말을 들어보거나 혹은 직접 말해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무의식이라는 말을 우리는 꽤 흔하게 접하고 사용하고 있죠. 그래서 이 단어에 친숙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럼 무의식이 뭔데?”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멈칫하게 되고, 머리가 하얘져버리죠. 무의식이란 대체 뭘까요?


  인간의 마음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면 흔히 가슴에 손을 얹을 겁니다. 이성은 머리에, 마음은 가슴에 담겨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과학, 특히나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마음 또한 머리, 즉 뇌에 담겨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성도 감정도 모두 뇌에서 나오는 것이고 같은 공간에 있어서 서로 너무나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과학은 질문을 이어 나갑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탐구해왔습니다. 컴퓨터에 빗대어 보며 정보처리이론을 구축하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이걸 이렇게 한 다음에, 다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는 새 잘 해내는 일은 다들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의식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한 가지 예로 양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주의를 기울여 이를 닦는 사람은 잘 없을 겁니다. 저는 일부러 신경 써서 닦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멍하니 거울을 보며 잘생기고 예쁜(제 얘긴 아닙니다?)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닦죠. 그래도 딱히 부족함 없이 이를 닦아냅니다. 아, 치과의사분들이 보기엔 한없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요(제가 그래서 많이 혼납니다). 또는 말실수를 하거나, 꿈을 꾸는 등 무의식의 단서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


  의식이 우리가 또렷하게 기억하고, 인지하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부분이라면, 무의식은 아주 흐릿하거나 전혀 볼 수 없고,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이죠. 왜 의식하지 못하는 걸까요? 프로이트는 의식의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또는 허용되지 않을 만큼 불쾌한 감정을 무의식이라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고 설명합니다. 이걸 ‘억압’이라고 칭합니다. 의식 수준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뜨려야만 우리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으므로 무의식은 아주 깊이 존재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가 무의식을 알아차리기란 더욱 힘들게 되죠.


  하지만 아주 깊은 무의식이 간혹 강한 힘을 얻고 의식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이때 무의식의 힘이 강해지는, 즉 무의식을 가둬놓은 감옥의 열쇠로서 무의식을 탈출시키는 계기가 있습니다. 여러 열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무의식에 담겨 있는 마음과 연결된 감정과 마주쳤을 때 무의식은 덩치가 커지죠. 혹시 자주 하는 실수가 있으신가요? 회사에 출근하는 날만 되면 집을 나설 때 차 키를 깜빡하고 나와버린다던가, 지인과 약속을 한 사실을 잊어버린 적이 있으신가요? 단순한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연결된 감정을 들여다본다면, 회사에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내 발걸음을 집에 묶어두고 싶어서, 약속한 상대방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는 단지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명령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약속한 상대방이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의식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 신념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아요. 이 세상은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믿을 만한가요?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가진 믿음은 일상생활을 할 땐 무의식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에 알게 모르게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죠. 위에서 제가 간단히 질문을 드리긴 했지만, 핵심 신념은 사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렸다면, 그건 핵심 신념보다는 '자동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툭! 치면 억! 하고 나오는 반응이죠. 자동적 사고들을 모아놓고 보면 핵심 신념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핵심 신념을 발견하게 되면, 나 자신도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아, 내가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반응했었구나!" 하고 말이죠.




무의식을 살펴보는 방법


  무의식을 살펴보는 방법으로는 '꿈', '방어기제', '어린 시절 경험'을 분석해보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프로이트를 시작으로 정신분석 이론가들은 꿈을 분석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들러는 꿈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죠.

꿈은 개인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도구이다.


꿈이라는 건 새로운 걸 생각해내는 능력인 상상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상상력에 현실성이 합쳐질 때, 우리는 이것을 '가능성'이라고 부릅니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꿈을 분석하길 강조하는 이유는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찾기 위함입니다. 해소되지 않은 채 묶여 있는 이 감정은 우리 삶 곳곳에서 잡음을 만들어 냅니다. 감정조절을 어렵게 만들거나, 히스테리를 부리게 만들기도 하죠. 꿈은 이러한 풀리지 않은 숙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꿈을 분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개인이 어설프게 분석해낼 수 없는 것이고, 섣불리 분석하려 해서도 안 됩니다. 물론 방어기제와 어린 시절 경험을 분석할 때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스스로도 분석을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꿈 분석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장합니다.


  방어기제는 나에게 있어 불편한 감정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나를 향한 감정의 공격을 방어해내기 위한 기제입니다. 대표적으로 합리화, 투사, 반동형성, 억압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방어기제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많이 사용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관련 책을 읽어보고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말이나 행동과 관련된 습관이 있는지 물어봐도 좋습니다. 합리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잘못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중언부언하게 됩니다. 습관적으로 '근데, 그렇지만'과 같은 말을 합니다. 투사는 내가 가진 불편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에게 미워하는 감정을 느낀다면,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니까 내가 불편해'라고 생각해버리는 겁니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떠넘기는 거죠. 혹시 누군가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 나게 한다고 느끼고 있다면, 혹시 내 감정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런 방어기제를 쓰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봄으로써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어린 시절 경험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있었던 경험들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등장하는 '오이디푸스/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애착 유형' 등은 어린 시절 경험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방어기제도 주로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성인이 된 후로도 사용됩니다. 칼 융의 이론에서 말하는 '그림자, 페르소나' 등 여러 개념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강조합니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타인,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있었던 경험이 가장 중요하죠.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이 어떤 장면인지를 떠올려 보아요. 그때 느꼈던 감정을 찾아보고, 지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째서 생겨나는지를 알게 될 수 있습니다.




  무의식만이 중요한 건 절대 아니고, 어린 시절의 경험이 모든 인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적인 삶에 정답이 없듯이, 나를 이해하는 데도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많은 방법들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리저리 탐구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고, 가장 좋은 건 여러 방법들로 알아낸 나에 대한 정보를 조합하여 이해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이라는 정체 모를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문득 어제 꾼 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인간관계에서나 일적으로, 개인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의 무의식을 한 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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