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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un 26. 2021

우리는 모두 심리학자여야 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

이건 대체 무슨 심리야?


  심리학을 전공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연인의 특정 행동에 담긴 의미와 심리를 알려달라고 하는 건 잦은 일이다. 나의 선배 세대에서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봐."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일어나지 않았다. "게으른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어?", "나 요즘 우울한데 기분 좀 좋게 해 줘."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이외에도 심리테스트를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고 고민상담을 해주는 일도 꽤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과 요청에 대한 나의 답변은 "전문가한테 부탁해."였다.


  그러나 '나'에 관해 묻는 질문이나 설명을 요청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선 나 자신이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하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은 곧잘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고 호언장담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몸에 대해선 의사가 월등히 더 잘 안다. 심지어 나를 들키지 않게 꽁꽁 숨기려 해도 몇 가지 검사만으로 쉽게 들통나게 된다. 그러나 마음은 어떤 전문가라 할지라도 강제로 뜯어볼 수 없다. 나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서 그 내용을 알려주지 않으면 전문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의 최종적인 목표도 상담 또는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자신을 분석하는 심리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전문가'가 된다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풍파 속에서도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될 수 있다.




심리학이 대체 뭐야?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심리학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심리학은 과학입니다."라고. 심리학 안에도 굉장히 많은 세부 분야, 즉 분과가 있다. 각 분과 별로 주로 연구하는 주제와 인간과 현상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이 크거나 작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든 분과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 '과학적으로 검증'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면 '심리학은 과학에서의 기술, 설명, 측정, 검증 등의 방법을 통해 쌓아 온 학문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부분만 있지는 않다. 영성과 명상 같은 종교적 색채도 띄고 있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없는 마음을 연구하기 때문에 물리학, 지질학, 기상학과 같은 자연과학에는 속하지 않는다. 추상적인 개념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측정할 간접적인 방법을 마련하여 연구하는 사회과학에 속한다. 대학 내에서도 심리학과는 사회과학대학에 속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심리학은 한 마디로 '인간 천태만상 학문'이다.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에 심리학은 활용된다. 사람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심리학이 다뤄내지 못할 것은 거의 없다. '거의'라고 표현한 건 혹시나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봐. 인공지능, 디지털 화면 속 UI, 소비 패턴, 서점의 도서 진열 방식, 식당 간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왜 한국인은 급한가 등 심리학의 활동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심리학을 배우는 건 곧 사람과 사람이 속한 사회, 사회들로 이루어진 문화와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있어 심리학은 '자기 이해'라는 일생일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준다. '나무'라는 재료가 수많은 용도로 쓰이듯이, '심리학'은 나에게로 날아와선 나를 바라보는 '돋보기'가 되었다.




심리학으로 나를 이해하는 방법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나'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더 많은 요소를 찾아나가는 중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찾을 구성 요소를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질, 성격, 신체적 특징, 부모의 양육 방식, 어린 시절 및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 친구 관계, 무의식, 방어기제, '나, 타인, 세상'에 대한 믿음 또는 생각, 강점 및 약점, 감정 패턴, 호불호, 바라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습관과 태도, 장래희망이나 이루고 싶은 꿈]


  이 요소들은 완벽하게 서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특징이 겪게 되는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경험들이 성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 여러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어떤 요소들은 다른 요소 안에 포함되기도 한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귀찮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장기전이다. 심지어 '나'라는 게 평생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닌 변화하는 특징을 가졌으니 골치 아프다. 그리고 나는 이 골치 아픈 일에 푹 빠져 버려서 '자기 이해'라는 귀찮은 일을 취미 삼아, 평생의 업으로 삼아 살고 있다.


  심리학은 위의 항목들을 포함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특성에 대해 설명해주고 동시에 어떤 이유로 사람들마다 차이점을 가지게 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야만 내가 원하는 행동이나 특징을 가질 수 있는지 가르쳐주고, 고민을 덜어내고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나와 함께 고민해준다.


  심리학을 꼭 전공하지 않더라도 심리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강연을 찾아보고 참가하는 것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심리학 항목을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낸 출판사 또는 저자의 SNS를 통해 강연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심리학 도서는 특히 심리학과 교수님 또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저자의 책이 많다. 그분들의 책과 강연을 통해 심리학을 접한다면 훨씬 더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전문가들의 책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직접적으로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어도 삶의 경험을 통해 심리학적 통찰을 얻은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위에도 말했듯이 심리학은 인간사 모든 일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심리학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해두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MBTI조차도 인터넷에 떠도는 건 '유사 MBTI'다. 정식으로 검증되어 전문가들이 해석해주는 '공식 MBTI'를 받길 권한다. 이외에도 TCI, MMPI, WAIS 등 성격과 인지능력을 확인하는 검사를 활용하여 내가 가진 특징을 볼 수 있고, 진로탐색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비용이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가까운 심리상담센터 또는 정신의학과를 방문해 나를 알기 위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결코 쓸데없는 낭비가 되진 않을 거다.


  다른 방법들에 대해선 앞으로 하나씩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어차피 내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 글로 써볼 수 있으니까. 심리학은 앞으로 더 중요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나는 심리학이 역사 공부나 외국어 공부만큼 중요해지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국어와 수학만큼 중요해지면 더욱 좋겠다. 심리학도 이러한 과목들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배우고 탐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 우리 모두가 적어도 '나'에 대해서만큼은 '심리학자'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개개인마다 좀 더 견고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고, 좀 더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면 좀 더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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