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읽는 시간》독서감상문
저자는 대상관계 이론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대상, 즉 부모와의 애착에서 일어나는 좌절의 경험, 애착손상에 주목한다. 애착손상은 필연적이다. 한 번도 손상을 겪지 않고 성인으로 자라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아이의 욕구를 완전히 만족시켜줄 수 있는 초인적인 부모는 현실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직 세상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요구만 하지 않는다.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삐 일하는 부모에게서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애착손상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이 손상을 '어떻게 회복하는가'이다. 잘 회복한 경험이 한 사람의 자존감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애착손상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고, 제대로 회복하는 경험을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바운더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바운더리'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운더리'는 인간관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하는 자아의 경계이자, 관계의 교류 통로다.
이 바운더리의 핵심적인 기능은 자기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바운더리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너무 과보호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지나치게 밀접한 교류를 하거나, 교류가 단절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유형을 나눠 설명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바운더리 심리학'은 '관계를 재구성하는 변화의 심리학'이다.
건강하지 못한 바운더리를 지닌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어린아이였을 때 부모와 맺는 관계 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어머니에게서 자라는 아이는 어머니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모두 희생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철저히 부모의 요구에 맞춰 살게 되는 것이다. 정반대로 부모의 요구라면 앞뒤 안 가리고 반대하고 나설 수도 있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이렇게 해야만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나름의 생존 전략이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긍정적인 기능도 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똑같은 패턴으로 행동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방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사람 또는 자신의 요구를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사람을 만나 당혹스러움을 겪어야 한다.
저자는 어린아이로서 부모와 맺었던 '아이-어른' 관계 방식을, 성인이 되고서는 동등한 성인으로서 '어른-어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수평성'과 '상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위아래 없는 수평적인 관계여야 하고, 의존적이거나 지배적인 패턴을 만들어선 안 된다. 서로의 마음을 주의 깊게 살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호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다. 잘못 형성된 바운더리는 건강한 관계를 방해한다.
책에는 일그러진 바운더리의 네 가지 유형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갈등이 뭔가 비슷한 맥락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어렵다거나, 내가 선의의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어도 상대가 나와 거리를 둔다거나,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겠다거나,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등 같은 주제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혹시 자신의 바운더리에 약점이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또한 책에서는 '행복한 관계의 조건'과 일그러진 바운더리를 '재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저자가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길 바란다면 이 책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차 싶었던 내용이 많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늘 말조심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쉽사리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하고, 왜 그런지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인간관계 마스터가 되는 건 아니다. 내가 가진 고민이 모두 술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 해결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가 무엇인지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해결은 그다음이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무엇인지, 왜 그런 문제가 우리에게 생겨났을지 알려준다. 나의 고민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의 가설로서,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 만약 여러분의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의 문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면, 여러분의 문제 해결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