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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16. 2021

저기, '자유' 하나 주세요.

소비행위와 자유에 대하여

오늘 내가 사고 싶은 건 뭘까?


  나에겐 필요한 게 참 많다. 우선 맛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그저 살기 위해 먹는 것보다는 음식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식사를 원한다. 옷도 입어야 한다. 내 입장에선 발가벗고 있는 게 더 편해서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입을 필요가 없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거나 밖으로 나갈 땐 입어야만 한다. 여러 가지 물건도 필요하다. 핸드폰 없이 사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시력이 안 좋은 나는 안경도 꼭 필요하다. 움직이는 시간이 지겹지 않도록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이어폰도 필요하다. 모두 나열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겐 이토록 필요한 물건이 많다. 그래서 사고 싶은 물건도 많고, 우리는 때때로 지름신의 말씀에 충성하며 지갑을 연다.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무엇을 사고 싶은지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어제 나는 새로운 노트북이 사고 싶었다. 오늘 나는 맛있는 빵을 사고 싶어 한다. 내일은 무얼 사고 싶을까?




나는 자유를 구매한다.


  우리는 늘 자유를 갈망한다. 자유롭지 않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자유를 원한다. 물론 책임이 그리 무겁지는 않길 바라면서.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것은 자유를 사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사는 건 '시원할 자유' 또는 '목마름에서 벗어날 자유'를 사는 것이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건 '편하게 움직일 자유'를 사는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낼수록 더 많이 편할 수 있다. 택시를 타거나, 기차 또는 비행기를 탈 때 우리는 소비한 돈만큼의 편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면 자전거를 탈 때보다 육체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다. 이마저도 더 줄이고 싶다면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를 탈 수도 있고, 비용을 더 지불하여 택시를 탈 수도 있다. 택시를 타면 이동거리에 따라 우리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다. 여기에 따라오는 자유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나는 그저 탑승객일 뿐이니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나는 택시 타는 걸 즐긴다.


  내가 꾸준히 구매하는 자유 중 하나는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생활하는 데 있어서 굳이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데이터가 제한되면 제한된 만큼만 쓰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돈을 더 내는 이유는 데이터 사용량에 얽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어딜 가나 와이파이를 연결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찾는 사소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게 내겐 아주 큰 편안함을 준다. 무엇 하나 맘대로 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유튜브는 마음대로, 어디서든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부자도 아니고, 가능한 알뜰하게 살아야 하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나에게 중요한, 꼭 필요한 자유까지 아끼면서 살아야 할까? 그렇게 살아서 돈을 모은 들, 그 돈으로 사게 되는 건 지금 내가 사고 있는 자유와 같지 않을까? 택시 탈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면 결국 나는 택시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이다. 핸드폰 요금을 아껴서 부자가 된 들 그때 다시 무제한 요금제를 쓸 것이다.




자유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유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어떤 사람들은 멋져 보일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설 자유를 위해 돈을 쓴다. 자유는 욕망이다. 자유롭고 싶다는 건 내가 편한 대로 살고 싶다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모든 욕망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따라서 자유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자유는 '안전하고 싶은 자유', '편하고 싶은 자유'다.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도 싫다. 물론 가끔씩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함을 자초할 때도 있다. 방 청소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날을 잡고 대청소를 해야 한다. 어쩌면 매일 조금씩 청소하는 것보다 하루 대청소를 하는 게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다. 또한, 스스로 안전함에서 벗어나려 할 때도 있다. 건강을 관리하지 않는 생활습관은 말 그대로 위급상황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바를 좀 더 정확히 설명하려면 '지금 당장의'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편하고 싶다. 지금 당장 안전하고 싶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과거의 나를 원망할 것이다.


  여러분들에겐 어떤 자유가 가장 중요한가? 자기표현의 자유일 수도 있고, 나처럼 게으를 자유일 수도 있다. 어떤 자유든 그건 여러분들의 욕망이 투영된 가치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자신이 바라는 자유를 통해, 스스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자신의 삶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 사회에서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기 쉽다. 이를 모른다면 결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다. 의미라는 건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이룰 때 저절로 샘솟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언제 가장 자유롭다고 느끼는가? 언제 '살아있다'는 느낌을 얻는가? 나도 아직 명확한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여러분들도 나와 함께 자신만의 답을 찾아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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