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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15. 2021

취미를 공유하는 즐거움.

음악 공유 모임에 참여한 후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공유하기


  2021년 7월 26일부터 7월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모임에 참여했다. 출근하거나 아침 일과를 시작할 때, 퇴근할 때나 하루를 마치며 그 순간의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또는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했다. 또, 하루에 하나씩 음악 테마를 모임 운영진이 던져주고, 그 테마에 맞는 노래를 공유하기도 했다. 열 명 남짓 모인 모임 안에서 정말 많은 노래들이 공유됐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노래도 있었고, 처음 듣게 된 노래는 더욱 많이 있었다. 하루하루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늘어나는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노래를 다양하게 듣는 편은 아니다. 주로 발라드, 밴드 음악 위주로 듣는다. 신인 가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가수들의 노래만 듣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플레이리스트 안에 담긴 노래들은 대부분 2000년대 초반, 2010년대 노래들이었다. 간간히 1990년대 노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듣는지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편협한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게 될 노래도 있었다는 걸 모임에 참여해봄으로써 깨닫게 되었다. 함께 모임에 참여한 분들 덕분에 정말 귀중한 노래들을 많이 만났다.




테마가 있는 노래


  처음으로 제시된 공유 테마는 <학창 시절 나의 원픽 노래>였다. 내가 처음 노래를 듣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그전까지는 그저 TV를 볼 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게 전부였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도 본격적으로 노래를 제대로 듣게 되었다. 이때 내 마음을 움직였던 가수가 'Nell'과 '야다', 'YB'였다. 이때부터 나의 밴드 음악 사랑이 시작됐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버즈'와 'FT아일랜드'가 한창 인기였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Nell 정도는 돼야 노래를 잘한다고 할 수 있지!"라고 주장하는 아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 대단한 가수들인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시 테마로 돌아와서, 나는 윤도현밴드의 'It's Gone'을 선택했다. 이 노래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한 마디로 내 '인생 노래'다. 이 노래만큼 나를 많이 울게 한 노래는 없다. 후반부에 절규와도 같은 윤도현의 고음이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나의 10대부터 20대 시절을 모두 함께 해준 소중한 노래다. 물론 앞으로도 함께 할 예정이다.


  두 번째 테마는 <직접 내 두 눈앞에서 라이브나 공연으로 듣고 싶은 노래>였다. 나는 이 테마를 보자마자 뮤지컬 '모차르트'가 떠올랐다. 직접 본 라이브 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뮤지컬이었다. 모차르트의 솔로곡인 '내 운명 피하고 싶어'도 강렬히 기억하고 있고, 남작부인의 '황금별'도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다. 뮤지컬의 생동감은 매번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콘서트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은 그다지 없지만, 좀 더 다양한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넘치도록 가지고 있다. 앞으로 보게 될 뮤지컬들이 어떤 감동을 줄지 정말 기대가 된다.


  세 번째 테마는 <힘이 들거나 지칠 때, 위로받기 위해 듣는 노래>였다. 이 테마를 보고선 많은 고민을 했다. 나를 위로해줬던 노래들이 많아서,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웠다. 깊은 고민 끝에 나는 Nell의 '한계'를 골랐다. 내가 써나가고 있는 매거진 '다 된 노래에 글 뿌리기' 두 번째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존감을 키우고 싶어 한다. 자존감이라는 건 풀어서 표현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 노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지내는 게 잘못된 일이 아니며, 누군가에게 미안할 일도 아니라는 걸 호소한다.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열등감에 자주 휩싸이는 내게 이 노래는 위로 그 자체다.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테마는 각각 <여름 하면 떠오르는 노래 또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듣고 싶은 노래><내가 멤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노래 또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사람들마다 정말 다양할 수도 있고, 아마 어떤 노래 제목을 말하면 아하! 하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을 상징하는 많은 노래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딱 한 가지로 정해서 말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는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는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참을성 있게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딱 하나의 노래만 고른다면 여러분은 어떤 노래를 고를 것인가? 참고로 지금 내 넘버원 노래는 '다 된 노래에 글 뿌리기' 첫 번째 글의 주제곡인 최백호 님의 '바다 끝'이다.


https://brunch.co.kr/@planting-a-haz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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