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독서감상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원래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쓰였다고 한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은 좀 더 첫인상에 담긴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등장인물이 알쏭달쏭한 대화를 나누는 걸로 진행된다. 내가 알쏭달쏭하다고 느낀 이유는 옛 영국의 예법이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예의 바르게 말하는 동시에 어떻게 상대방을 비꼬고 깎아내리는지 파악하기 위해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오만함을 대표하는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이러한 다아시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엘리자베스 베넷'이다. 엘리자베스는 그가 매우 오만한 사람이라는 풍문을 전해 듣고, 실제로 만난 다아시의 태도를 풍문과 마찬가지로 '오만함'으로 판단한다. 그 후로 다아시를 매우 불편하게 여기고, 싫어하게 된다. 심지어 엘리자베스가 그의 오만함을 지적하자, 다아시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허영심은 정말 단점이랍니다. 하지만 오만함은······ 진실로 탁월한 지성을 지닌 이라면 오만함을 건강한 자부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은 탁월한 지성을 지녔고, 그러니 자신의 오만함은 건강한 자부심이라고 말한 셈이다. 오만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아시가 정말로 탁월한 지성을 지녔을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이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첫인상으로 그가 지독하게 오만한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귀담아듣지 않고, 그에 대한 안 좋은 소문만 '역시 그렇지'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지지해주는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편견에 사로잡힌 상태를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깰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더욱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려고 노력한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의 사고 과정을 더없이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을 통해 오해에 빠지고, 편견에 따른 행동을 취하는 장면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편견을 가진 적이 없었을까? 아마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엘리자베스와 다른 인물들이 그러했듯, 첫인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인상이 별로라면 친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친밀해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에 더해 내가 느꼈던 부정적인 기분을 해소하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첫인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도 많이 흔들리는 편이다. 누군가 "저 사람 되게 별로래"라고 말한다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별로인 이유를 찾으려고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나는 편견에 아주 쉽게 사로잡히는 사람이다.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보는 것을 넘어 관찰하고자 노력한다. 보는 것과 관찰은 매우 다르다. 단지 보는 행위는 선택적이고, 의외로 수동적이다. 우리는 늘 내가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해서 본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보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글자를 따라 시선을 옮기며 내용을 보는 건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주변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거나,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강제적으로 책에서 시선을 떼게 된다. 만약 우리가 의도적으로 바라보는 무언가가 없는, 멍한 상태라면 더욱 '수동적인 보기'를 하게 된다. '선택적인 보기'에는 편견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내가 가진 편견이 옳다고 지지해주는 증거만 보게 될 수 있다. '수동적인 보기'로는 눈에 띄는 행동, 특징적인 모습 등 우리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자극만 보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을 진실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찰은 무언가를 보는 행위를 포함하는 훨씬 더 폭넓은 개념이다. 주의 깊게 보는 것뿐만 아니라, 오감을 모두 활용하여 대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매우 능동적인 행위이다. 관찰은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관찰하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파악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이게 파악한다는 것은 일부분만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뜻한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여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하고자 할 때, 그 행동이 나타나기 전 선행사건, 행동을 하는 사람의 의도,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등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맥락에 따라 변하진 않는지, 내가 관찰한 그 행동이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이다'라는 걸 지지해주는 다른 증거가 있는지 등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수고롭게 무언가를 보는 게 바로 관찰이다.
관찰을 통해 우리는 편견으로부터 좀 더 거리를 둘 수 있다. 관찰 또한 결국 내가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금방 결론을 내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증거를 모은 후 판단하고자 하는 '관찰자 태도'는 분명 편견의 영향력을 상당히 줄여준다. 누군가와 오해로 인해 사이가 멀어져야만 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관찰하는 태도를 연습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옛 영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고 싶다면,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길 추천한다.